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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신시) 거룩한 밤의 기적(完) — 아이쨩(藍ちゃん)앱에서 작성

ㅇㅇ(210.57) 2023.12.28 03:11:18
조회 921 추천 15 댓글 9
														


12월 28일.
찬바람이 몰아치는, 오늘은 연말.

길을 지나는 사람들의 표정은 분주하고, 다가올 새해맞이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들떠 있던 거리가 이번에는 단숨에 연말 분위기가 되어, 소나무 장식과 금줄, 내년의 12간지 동물 장식 등이 상가에 북적인다.
그런 거리의 모습을 눈에 담으며, "아~ 올해도 끝이구나...."라고 올해의 마지막을 조용히 보낸다.

'질풍노도의 연말이 되어버렸구나...'

크리스마스 이브에, 오랫동안 찾던 여자를 찾아냈다.
그녀가 계속 숨겨왔던 비밀을 파헤쳤다.
크리스마스에, 그녀와 영원히 함께하겠다고 맹세했다.
그리고.....

"아이 하부지...잘 이쓰까?" 
지금, 내 발밑에서 나와 잡은 오른손을 붕붕거리는 사랑스러운 홍차색.
내 인생에 이렇게나 행복을 주는 존재는 없다. 그렇다고 확신할 수 있는 존재…사랑하는 '내 딸'을 만났다.

"이틀 전이니까 만난 지 얼마 안 된 거 아니야?"
"그래도, 잘 이쓰까?"
"물론, 잘 계실 거야."

딸의 반대편 왼손을 잡은 어머니가 다정하게 대답한다.
내 인생에 이렇게나 소중한 존재는 없다.
그렇다고 확신할 수 있는 존재…사랑하는 '내 아내'를 만났다.

질풍노도의 연말, 하지만 확실히 인생 최고의 연말이 되었다.


"박사님, 지금 가져가는 '조림' 좋아하겠지?"
"응, 어차피 맨날 튀김만 먹으니까."
흥, 뺨을 부풀리는 아내의 이름은 시호.
"하부지, 티김, 먹으면 안대?"
튀김이라고 완벽하게 말할 수 없는 딸의 이름은 '아이(藍)'.


찬바람이 얼굴에 박히는 것 같지만, 시호와 아이를 보면 마음만은 따끈따끈하다.
셋이서 "춥다..."는 말을 주고받으며....우리는 천천히 아가사 박사님 댁으로 향하고 있었다.



-------------------- --- --- ---

"여어, 박사님~! 저희 왔어요~!"
"실례합니다."
"실래함니다."

우리는, 일전의 입적을 보고하고 아이의 얼굴을 보여드리기 위해, 박사님 댁을 방문했다.
실종되었던 시호가 발견된 것, 나와 제대로 화해한 것, 두 사람은 부부가 되는 것, 내친김에....우리에게 딸이 있다는 것 등 여러 가지 설명은 이미 끝냈다.
설명 후에는, 미안하게도 박사님을 실신 직전에 몰아넣었기 때문에(12월 26일의 이야기), 이번에는 심플한 보고 및 인사 차 방문이었다.

"오! 잘 왔구나! 추웠지? 자, 어서 들어오렴."
"하부지!!!"

박사님의 싱글벙글한 표정과 함께 우리는 익숙한 아가사 저택에 발을 들여놓았다. 낯가림을 전혀 하지 않는 아이는 벌써 반가운 듯이 박사님 주위를 쪼르르 따라다니며, 박사님의 입꼬리를 올라가게 하고 있다.

"또 한층 귀여워졌구나! 옛날의 시호군을 꼭 닮았는걸..."
안경 렌즈 안쪽, 박사님의 눈동자가 그리운 듯 가늘어지고,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리고 떠오르는 '하이바라 아이'와의 나날들.
그건, 딸을 떠올리는 아버지의 눈동자.

나도 같은 '딸'을 가진 '아버지'가 되어서인지...시호에 대한 박사님의 마음이, 그 이루 말할 수 없이 고귀한 마음이 전해져 온다.
바깥 공기로 싸늘해진 손을 비비며 "그렇죠? 더 귀여워졌죠, 우리 공주님."하고 대답한다.


"공주님이라니...게다가 박사님도 이틀 전에 뵀는데 그때랑 그대로잖아요."
한편 시호는 쓴웃음을 지으며, 가져온 '조림'을 건넨 뒤 벌써부터 열심히 냉장고 안을 점검하고 있다. "건강에 안 좋은 거 안 사셨죠?"라고 투덜대는 시호의 '아버지' 사랑은 매섭다.


4년 만에 박사님과 재회한 시호는, 박사님의 제지를 뿌리치고 베이카 가를 떠난 것을 후회하며, 은혜로운 박사님에 대한 죄송스러움까지 더해서 '길러주신 부모'로서의 박사님을 잊지 못한다고 박사님에게 거듭 사과한 뒤, 떨리는 목소리로 "앞으로는 꼭 효도해드릴 테니까."라고 말했다.

박사님은 "시호군이 있어 주는 것, 그 자체가 효도란다."라고 시호를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시호 또한 울고 있었다.
요즘 우리는 틈만 나면 울어서, 눈물샘이 아주 바쁘다.


그런 두 사람을 동그란 눈동자로 바라보던 홍차색은, 여러 가지를 금방 이해하고 "그럼....아이 하부지인 거야?"라며, 폴짝폴짝 뛰었다.
아이는 '할아버지'를 처음 만났지만 진심으로 기뻐해주어, 박사님을 감동시켰다. "오오!! 신이치! 시호군! 아이군!"이라고 몇 번이나 우리 이름을 반복하고, 몇 번이나 아이를 안아 올려, 한순간에 허허할아버지로 변신한 박사님을 보니 시호와 함께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이는 존재 자체가 모두의 희망이자 빛이었다.

그리고 그런 아이를 자주 보고 싶다!는 것이 허허할아버지의 소원이기에, 오늘 박사님 댁을 찾은 것이다.
입적 보고도 그럭저럭 끝나고, 박사님은 "오늘은 내가 아이군과 둘이서 놀테니, 신이치와 시호군은 부부끼리 즐겁게 놀고 오면 되겠구나." 라며 웃었다.

"어...정말요?"
"그럼! 정말이지~ 아이는 똑똑하니까, 나 혼자서도 괜찮아! 그치, 아이군?"
"응! 아이, 하부지랑 가치 노꺼야~!"

꺄꺄거리며 아이는 박사님에게 장난을 치고...그 풍만한 배 주위를 찰싹찰싹 두들기고 있다.
그리고 이전에 박사님 댁을 방문했을 때 보았던 박사님의 신기한 연구에 흥미를 느낀 아이는, "하부지 연구 보고 시퍼!!!"라면서 흥분한 채로 눈동자를 반짝반짝 빛내고 있다.

"좋아! 그럼 내 연구의 조수를 해볼까?"
"죠슈!!!!"

기운이 흘러 넘치는 아이는 '조수' 한마디에도 흥분하고 있다. 소년탐정단 녀석들을 계속 상대하던 박사님은 아이를 완전히 잘 다루고 있어서, 이 정도면 딸을 맡겨도 괜찮겠는데?라고 생각했다.

'뭐...그걸 시호가 승낙할지...가 문제지만.'
나머지는, 어머니의 몫. 언뜻 시호를 본다.

"아이... 괜찮아?"
"응! 오히려 혼자가 조아!"
"오, 오히려…"
딸이 어느새 어휘력을 키우고 있어서 놀란다.
"아빠랑 엄마랑은, 둘마네 시간도 이써야 대는거 가씁니다....안 그러면..."
"안 그러면?"
시호가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동시에 나는 황급히 아이의 다음 말을 가로막는다.
저번에, 아이에게 이야기를 한 것을 아내에게 들키면 곤란하다.

"아빠랑 엄마한테 둘만의 시간이 없으면, 동생은 안 생긴다?"라고 가르쳐버렸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시호가 그걸 알면 분명 화낼 것이다.


"그럼... 잠깐 동안만 둘이서 나갈까?"
모처럼이니까, 하고 시호의 어깨를 감쌌더니 "다녀오세요." "아이군은 내게 맡기고, 둘이서 편하게 놀다 오렴."하고 두 사람에게서 웃는 얼굴로 배웅되어, 우리는 박사님 댁을 나섰다.

시호는 불안한 듯한 어머니의 표정으로 '저녁까지는 꼭 돌아올 거니까'....하고 딸과 약속했다.
시호의 우선순위는 항상 아이다.

"박사님께 폐 끼치는 것만 아니면 좋겠는데."
"뭐 어떻게든 되겠지. 아이는 영리하잖아. 여차하면 연락이 올 거고."
"그건 그렇지만…"
걱정 많은 어머니는 집을 나와 수백m를 걷는 동안에도 여전히 불안한 듯 뒤를 돌아보곤 한다.
그걸 보니 좀 서운한 기분이 든다.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데... 기쁘지 않아?'라고.

나는 박사님이 '부부끼리'라고 했을 때.
그 한마디로 몸이 화끈 달아오를 정도로 기뻤는데. 스스로 생각해도 내가 너무 유치했던 걸까.

"………"
"왜 그래? 아무 말도 없고."
"딱—히."
무표정한 얼굴도 숨기지 않고 말하자, 시호가 납득이 간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미안해. 모처럼의 첫 데이트라는 거지?"
"응, 난 둘이서만...있을 수 있는 게 좋으니까."
"어머, 나도 그런데?"

'진짜야? 완전,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은데?'
석연치 않은 채 앞을 내려다보고 있는데 손이 살짝 끌렸다. 시호의 차가운 손가락 끝이 조심스럽게 내 손가락에 감긴다.

"………!?"
"...이런 거, 싫어?"
"싫..지는 않은데..."
"그래..."

세상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연인 사이에서 할 만한 일을 갑자기 한 시호가 당혹스럽다.
의외로 대담하다고 할까, 적극적이라고 할까.
고양이 같은 내 아내는 중간이 없다.
언제 데레할지 예상이 안 돼서 곤란하다.

"시호 씨?"
"왜?"

그런 고양이계 아내의 옆모습을 들여다보니 뺨이 분홍색이다.
꽤나 열심히 애교부렸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에, 나 역시도 입꼬리가 올라가버린다. 마음속으로 벌써 몇 번이나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는 '귀여워'를 또 되풀이하며, 나는 제안한다.
사실은…멋진 카페라든가, 그녀가 사랑하는 후사에 브랜드라든가, 그런 가게로 향하는 데이트 코스를 제안하는 게 좋을지도 모르지만….

조심스럽게 감싼 손가락 끝이 너무나 뜨거우니까.
그럴 때가 아니다.

"데이트 행선지....말인데.....너, 어디 가고 싶은 데......있어?"
"…딱히, 이렇다 할 곳은."
"그럼 내가 가고 싶은 데로 가도 돼?"

"어딘데?"라고 묻는 고양이 같은 고혹적인 눈빛.
나는 그녀의 손을 잡아 당겨, 알고 있는 길을 성큼성큼 간다. 첫 데이트의 시작부터 그런 장소에 데려가다니… 분명 어이가 없을 거아.
하지만, 시호를 이끄는 발걸음이 멈추지 않는다.
이 기회를 놓쳐버리면, 다음은 언제가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자...잠깐만......쿠도군...어디 가는 거야?"
"쿠도군?"
"아, 아니...신이치...군."

'아, 귀엽다...'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쉰다.
탄식이 새어나올 정도로 아내는 귀엽다.
하지만 그런 귀여운 새색시를 품에 안은 적은 아직 한 번밖에 없다. 그게 우리다. 4년 전.... 원래의 몸으로 돌아왔을 때 몸을 섞었고, 시호가 실종된 이후 지금에 이른다.
그러니까 우리는... 남녀로서의 관계가...
아직 딱 한 번밖에 없었다.

부부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애까지 딸려있음에도 불구하고.

크리스마스에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입적도 전부 마쳤지만, 아이라는 어린 딸이 있는 집에서 도무지 물리적으로 사랑을 확인할 수는 없어서... 나는 초조해 하고 있었다.


"엣...여기?"
도착한 현란한 건물에 시호가 경직되었다.
그건 그래…아무리 부부라고 해도, 첫 데이트(오전)에, 이런 곳에 데려오면…그렇게, 된다.
<평일 서비스 타임>  <2시간 3천엔>
같은 말이 즐비한 간판이 붙은 건물.
주변에 사람은 없지만, 건물 앞에서 그다지 우뚝 서 있을 만한 곳이 아니라는 것도 알 수 있다.

"……안 돼?"
"…..……"

알고 있다.
분위기 깨지는 거.
하지만...시호에게는 이제 와서 억지로 폼 잡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솔직하게 자백한다.

"인내의 한계야...."

그녀의 손을 세게 잡았다.
닿은 손가락 끝이, 달콤한 감각으로 마비된다.

"…나, 시호랑 하나가 되고 싶어..."
"…………!?"
"……안 될까...요...?"

왜 존댓말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바라는 내용의 불건전함 때문일까? 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의 불건전한 데이트 장소를 알게 된 시호는 한동안 내 눈을 보지 못하고 눈동자를 이리저리 맴돌았다. 아…역시 안 되나?…그럼 그렇지...라고 열심히 스스로를 납득시키려고 했는데.

"…않아."
"?"
"안 되지, 않아."
"어, 진짜?"

의외의 흔쾌한 승낙에 얼굴이 확 밝아진다.
엉겁결에 "아싸!" 같은 말을 지껄일뻔 한 걸 참고 있는데, 아직도 조금 머뭇거리는 시호가 모기 같은 목소리로 자백해 주었다.
그 자백은 단번에 내 이성의 끈을 풀어버렸다.

"나도...신이치군이랑...하고 싶어..."

촉촉해진 비취를 직시하지 못한 채 나는 시호의 손을 잡아끌었다.
개운치 않은 건물에 들어가는 건 처음이라 뭔가 대단한 배덕감이 있어서, 나쁜 짓을 하는 것도 아닌데 고개를 숙이고 프런트 아주머니에게 제일 좋은 방을 부탁했다.

빨리, 빨리.
얼른 둘만 있고 싶어서.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며, 시호를 잡아당긴다.

엘리베이터가 오는 대기시간도 답답하고,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잡은 손이 흠뻑 젖어 있었다.
설레는 마음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그건, 둘 다 같은 기분이었다.

그렇게, 둘이서 방에 뛰어들어, 샤워도 하지 않은 채....4년 전처럼.


그렇지만, 4년 전과는 다른 관계로.
그렇지만, 4년 전보다 더 강하게.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서로 사랑하는 환희를 맛보듯이.
서로 사랑하는 역동성을 보여주듯이.
서로 사랑하는 숨결을 서로 느끼듯이.

서로의 몸을 탐닉했다.

나와 시호는.
부부가 되어서야.
운명공동체로서, 단짝으로서, 유일무이한 존재로서.
부부이자, 가족이라는, 유일무이한 존재로서.
드디어....한몸으로 연결되었다.


"사랑한다"는 걸 제대로 전해주면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사랑'을 들이부었다.

"사랑한다"는 걸 제대로 전해주면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사랑'에 짓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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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렴풋이 전자시계가 빛난다.
슬슬 체크아웃 시간.


간신히 뇌가, 천천히 돌기 시작해서......
사랑과 쾌락에 농락되던 시간이 조금씩 멀어짐을 느낀다.

아쉽지만, 언제까지나 이러고 있을 수는 없다.
나는 푹신한 침대 위에서, 꼼지락 상체를 일으켰다.
시호는 얼마나 힘들었는지…녹초가 되어 있다.

"하아……역시…타임 업?"
"...…바보…...."
"바보라니, 뭐야? 그렇게 귀여운 소리를 내다니....아얏!"

퍽! 베개로 얼굴을 때리고, 특기인 흘긴 눈으로 나를 노려본다.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몹시 귀엽기만 하던 아내의 뺨은 상기되고, 눈동자는 촉촉하여, 요염하기 짝이 없다.
계속 보고 있으면 '한 번 더' 같은 이야기가 될 것 같아 시선을 돌려 침대에 벌렁 드러눕는다.

'아, 엄청...허리 아파....'
이제서야 몸의 통증을 자각.
그리고 새삼스러울지 모르지만 그녀의 몸을 걱정한다.

"…괜찮아?"
봐주는 것 일절 없이 강하게 안았기 때문에 시호는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내 인내심과 그녀의 사랑스러움을 감안하면…아무래도 봐 줄 수는 없었다.

"이따가 못 일어나면 업어줘."
"네에—네에—."

하이바라 아이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말에 웃었다.
에도가와 코난 시대에는 그녀를 자주 업었던 것 같다.

시계로 눈을 돌리니 조금이라도 더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 그녀를 끌어안고 팔베개를 했다.
그리고 어제부터 계속 묻고 싶었던 것을 물어본다.


"시호...아이 이름 말인데?"
"어? 눈치챘어?"
빙글 자세를 바꿔 내 눈을 보면서 장난스럽게 웃는 얼굴에 심쿵한다.

"지금껏, 히라가나인줄 알았어"
"후후... 그런 것 같네."
"'아이(藍)'구나. 눈동자 색에서 따온거야?"
"멋진 푸른색...이니까"
그렇게 말하고 시호는 나의 눈물샘 근처를 더듬는다.
그 부드러운 손가락 끝에 황홀하면서도, 눈동자에 바싹 힘을 주고, 이봐!라고 꾸짖는다.

'이유는 그게 아니잖아!'

"…거짓말쟁이."
"어?"
"갓 태어난 아기는, 아직 눈을 뜨지 못했잖아. 그런데, 이름은 태어난 지 2주일 이내에 정해서 관공서에 신고해야 돼....근데, 아이의 아기수첩을 보니까, 너 태어난 다음날에 바로 신고했잖아."
"당신...아기수첩 봤어?"
"그건...알고 싶었다구. 너희에 대한 것... 어쨌든, 즉 넌 아이의 눈동자 색을 확인하기 전에 이름을 붙였다,라는 뜻이지?"
"……탐정이란, 이래서 싫다니까."

하아, 하고 시호가 나에게서 눈길을 돌린다.
들켰구나,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정말 숨기는 걸 좋아해서 곤란한 여자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베르무트가 '비밀은 여자를 여자답게 만든다'라고…그럴듯하게 선전했었는데.

"나와 너 사이에 숨기는 건... 이제 없애자구?"
"…숨길, 생각은 없었는데..."
"그럼, 왜?"

따지는 듯한 말투가 되었기 때문에, 시호는 약해진 얼굴이 되어, 내 가슴에 확 얼굴을 묻었다.
그렇게 귀여운 짓 해도... 안 돼, 라고 생각하지만,
남자는 바보같은 생물이라서, 조금만 귀여운 짓을 당하면, 뭐 '비밀' 한두 개 쯤이야...가 돼버린다.

"…너"
"...부끄러웠, 으니까..."
"부끄러웠다고? '藍'의 이유가?"

품속에서, 끄덕하며 시호가 움직이는 기색.
나는 그 정수리에, 쪽하고 입을 맞춘다.
딸과 똑 닮은 아내의 정수리마저 사랑스럽다.


"부끄러울 게 뭐가 있어? 네가 지은 거니까, 최선을 다해서, 아이를 위해서 고민한 이름일 거 아니야?"
"그건…그렇지만……"
"알려줘. '藍'라는 이름의 이유."

잠시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궁리하다가, 웃지말라고 당부하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남색(藍色)은, 감청색에 가까운 파란색이지?"
"그렇지. 인디고 블루라고도 하고."
"그래… 그 '남색'이란......'파란색'에 '녹색'을 조금 섞은 색으로 알려져 있어."
"응."

'파란색'에 '녹색'을 섞은 색. 그것이 '남색'.
그건, 사실 알고 있었다.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했다.

"뭐야...그 얼굴은...이미 알고 있어, 라는 표정 하고선."
"아니..후후...하하...너, 정말."
"이, 이거 봐, 어차피 웃을 거였잖아!"
"아니, 아니야!...시호의 생각이...그게, 너무...아니, 미안."
"아휴 진짜... 암튼 그렇게 된 거야!"

아내가 딸에게 붙여준 이름의 유래.
이름에 사용한 한자의 유래.
그것은, 내 표정근육을 너무나 풀어버리는 이유였기 때문에, 웃음이 쏟아지자 시호는 뺨을 부풀렸다.
그 부풀어오른 뺨을 엄지와 검지로 꽉 잡으니 입이 삐쭉 튀어나온 모양이 된다.

"무슨 뜻이야? 시호의 입으로 직접 설명해줘."
"………"
"듣고 싶어, 시호의 입으로."

그리고 그녀의 입술에 부드럽게 입을 맞춘다.
"가르쳐줘"라고 달콤하게 속삭이며 쪽, 쪽 입맞춤을 반복하니, 시호의 눈동자가 흐려진다.
어차피 다 알면서, 라면서 입술을 삐죽거린다. 그 내밀어진 연분홍색을 다시 물어뜯듯이 입맞춤했더니, 이제야 단념했는지 아내가 굳게 닫혔던 입을 열었다.

"음…그러니까…'신이치군'의 눈동자 색은 '파란색'이고…'나'는 '녹색'이잖아…?"
"응."

시호의 눈동자는 아름다운 비취색이다.

"그 둘이 만나서 생긴 '딸'이니까...'파랑'에 '초록'이 섞여서 생기는 '남색'이, 이름으로 딱 맞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는 거야....."



쿠도 신이치와 미야노 시호.
감벽의 파랑과 비취의 초록이.
만나고, 섞여서, 남색(藍色).

'아이(藍)'가 태어났다.

"정말, 정말로...좋은 이름이야."

정직하게 자백해 준 '아이'의 '藍'의 유래.
내 색과 자신의 색을 섞은 색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나를 '생각하는 마음' 때문이라고, 그녀는 말한다.

"그 애를 낳았을 때, 낳기로 결정했을 때....당신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고 다짐했어. 하지만 당신의 존재를, 아버지의 존재를 '없는 것'으로는 도저히 할 수 없어서..."
"응..."
시호의 부드러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문을 재촉한다.

"최소한, 그 애의 이름 속에라도 당신과 내가 연결되었던 '증거'를 남기고 싶었다....고 하면, '답지 않다'고 웃을 거야?"
엎드린 눈망울이, 나를 살짝 엿보듯이 바라본다.
자식을 생각하는 어머니의 얼굴과, 남자를 생각하는 여자의 얼굴로.

"윽...바—보야!...그런 건...."

그런 건, 너무나 기뻐서 웃는 거다.
너무나 행복해서 웃을 일이다.
자연스럽게 느슨해지는 입꼬리를 일부러 누를 필요는 없다.
거울을 안 봐도 안다. 지금의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미소 짓고 있는 남편일 것이다.

'젠장....'

큰일이다.
이렇게나 좋아하게 만들어 놓고.
아직도, 더 좋아하게 만들어 버린다.

"행복해서, 네가 사랑스러워서... 웃는 거야. 왜 그렇게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짓만 골라서 하는 거야?"
"다, 당신이야말로...! 잘도 그런 대사를 태연하게...."

아내의 말 뒷부분은 점점 소리가 작아져 웅얼웅얼하고 있다.
옛날에는, 잡다한 일들로 화를 많이 냈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콤한 말로 많이 기쁘게 해주고 싶다.

"원하신다면, 그 밖에도 아직 많은데...? 난 끝없는 사랑의 꽃다발을 가지고 있다고. 너를 향해서. 얼마가 되어도, 전부 주고 말겠어."
"사랑의 꽃다발이라니...당신의 오글거리는 대사...나한테는 좀...당분이 너무 높아."
"그럼, 하지 말까?"

잠시 부끄러운 듯 생각하다가, 나직한 한마디.
"해줘."


마구마구 퍼져나가는, 팔 안의 존재에 대한 생각.
좋아한다, 사랑한다는 말로는... 전혀 충분하지 못하다.


쿠도 신이치와 미야노 시호.
감벽의 파랑과 비취의 초록
만나고, 섞여서, 남색.

나와 너의 사랑의 결정체라는 것.


아이는 사랑의 결정체.
나와 시호를 잇는 인연.


'아이(藍)'.


얼마나 고귀한 이름인가.
얼마나 고귀한 존재인가.



내 마음이 전달될 수 있도록,
힘껏 시호의 몸을 끌어안았다.


-------------------- --- --- ---

"슬슬 돌아갈까?"
"응...박사님이랑 아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호텔을 나와서, 강아지들이 서로 장난치듯이 길을 걸어간다.
내 허름한 코트 안에 시호의 손을 끌어들였더니 "이 코트, 슬슬 바꾸는 게 어때?"라고 아니나 다를까, 코트의 상태가 지적되었다.
새해가 되면 부모자식 셋이서 새해 첫 쇼핑이라도 가자.
거기서 나에게 어울리는 새 코트를 아내와 딸에게 보여달라고 하자. 그걸 상상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아이, 똘똘하게 잘 있을까?"
"음~~어떨까? 암전히 있질 못하니까…박사님도 정신없었을지도 모르겠네."
"박사님 운동시킨 효과가 됐으려나?"
"아! 첫손주 다이어트인가?"
"후후... 그렇네. 아이를 안고 있는 것도 근력 운동이 될 거고."
"그럼, 맛있는 거라도 사갈까? 박사님도 첫손주 다이어트 때문에 피곤하실 텐데."

돌아가는 길.
사랑하는 사람을 상상하는 행복.

"응...저당 간식으로 고를까?"
"좋아, 기뻐하는 얼굴이 눈에 선한걸."

둘이서 근처의 과자 가게에 들어섰다.
내년의 12간지 동물이 곁들여진 저당 쿠키를 골랐다.

"빨리 만나고 싶다."
"응...얼른 돌아가자."

헤어진 건 불과 몇 시간 전인데.
벌써 보고 싶은 딸이 있다는 행복.


나와 시호는 잡은 손을 그대로, 달리는 것처럼 걸음을 재촉했다. 기다리고 있겠지, 그 웃는 얼굴이 빨리 보고 싶어서 날아가는 것처럼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연말의 분주한 거리에 어울리는 발걸음. 달리는 호흡.


"바야흐로 섣달 그믐이구나!"
"정말, 쏜살같이 지나갔네."
"빨리 만나고 싶다!"

12월 28일.
찬바람이 몰아치는, 오늘은 연말.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 집까지, 일직선으로 내달렸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행복의 길을 따라가듯이.


Fin



-----------------------------------------
완결입니다!
원작의 스토리도 표현도 워낙 훌륭해서, 부족함 많은 제 번역으로도 많은 분들이 재밌게 즐겨주신 것 같습니다.
작중의 쿠도 부부처럼, 여러분도 소중한 사람들과 행복한 연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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