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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와 코포라티즘

유지군(220.87) 2018.05.08 14:11:06
조회 376 추천 8 댓글 2
														

20대 청년과 그의 16개월이 된 아들이 함께 주검으로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기사를 읽으니 너무 참담한 경우라 뭐라 말하는 것도 송구스럽다. 놀랐다. 정말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그 곡절을 헤아려 보는 것도 망자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송구스럽다.

하나 마나 한 말이지만 정말로 안타깝고, 한국사회에 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두 사람의 명복을 진심으로 기원할 뿐이라, 그런 말밖에 할 수 없는 처지에 역시 송구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


새삼 국가의 역할을 되새겨 본다. 물론 국가가 모든 사안을 다 챙길 수야 없다. 두 분의 죽음 또한 현 한국의 경제상황에서 일반적인 실태로 분리될 수도 없을 테다. 그러나 국가가 자본과 노동의 양자 간에서 중재와 합의를 이끌어 내는 주요한 존재로서의 역할을 분명히 수행해야 하고, 노동의 사각지대에 놓인 한 사람, 한 사람의 경우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명제에 어느 정도 동의한다면 이런 경우를 결코 방치해서는 안 된다.


10대 재벌 기업을 중심으로 자본의 수익은 수위를 달린다는데 청년들의 실업률이나 노인의 빈곤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이 역시 하나 마나 한 말이지만 빈부의 격차 또한 높다.

금수저로 태어나지 않는 이상, 누구나 직업을 가져야 한다. 부모덕에 먹고살거나 대접 받는 일부를 빼면 누구나 노동은 삶에서의 존재 조건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아니, 삶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허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이 가지는 힘은 가공할 만큼 강력하다. 하여 직업인 한 사람 한 사람이 해고의 위험에서 비켜서고 임금의 정당한 지급을 보장받기 위해서 뭉치는 결사체가 바로 노동조합이다. 민주주의 국가는 그래서 이 권리를 보장한다. 당연히 노사 간의 갈등이 첨예해질 때도 국가가 중재에 나선다.

여기서 노사 간의 하나를 선택해 국가가 그것의 이익만을 대변하면 사회는 갈등과 투쟁으로 점철될 따름이다. 인류의 지난 역사가 이를 역설한다.


하면 갈등과 투쟁을 조화롭게 극복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

단언컨대 있다. 서로 간의 협력이다. 국가가 중재하고 노사가 화합해 3극 체제가 협력으로 사안 하나하나를 처리하는 것이다. 이른바 코포라티즘(corporatism)이다. 물론 노정이 합심하기 위해선 노사정모두의 쇄신이 필요불가결이고 그 근저는 상대에 대한 신뢰다. 이 점이 구축되어 있다면 코포라티즘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日本이 그 명백한 사례다. 日本은 이미 석유파동을 겪은 1970년대에 이것이 구축되었다. 일례로 1975년 전일본노동총동맹은 계급적 노동운동 노선을 분명히 반대하고, 노사협조주의를 천명했다. 당시의 정부가 요구한 임금자숙론을 받아들인 것이 그 단적인 예다. 물론 국가와 자본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면 노동계도 일방적으로 희생을 감내하진 않았을 게다.

결국 공동체의 번영을 위해 서로 간의 양보와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日本社會가 인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전통은 지금까지도 이어진다. 아베 총리대신이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을 經團聯에 요구하는 모습을 보더라도 정부가 자본의 이익만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력히 입증한다

그러니 日本社會는 큰 갈등 없이 개혁을 추진할 수 있고 번영을 누린다. 3극 협력이 없다면 절대로 성취될 수 없는 업적이다.


상대를 인정하고 소통해야만 협력은 달성될 수 있다.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면 협력은 없고 승복만 있다. 납득되지 않은 승복은 부작용만 일으킬 따름이다. 갈등과 반목, 그리고 또 다른 투쟁의 소용돌이…… 이래서는 서로 간에 협력이 되지 않는다.

갈등과 반목, 투쟁이 소용돌이치는 곳에서 목소리가 크지 않는 자는 외면당하기 십상이다.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무직인 청년이 16개월 된 아들과 함께 죽기 전에 누군가는 그들을 살펴보아야 했다.

이런 비극이 다시는 나와선 안 된다. 왜냐하면 민주주의는 약육강식을 근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 갈등의 근원을 분석하고 냉철하게 조정하여, 어느 일방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중재시키는 것이 국가라는 얘기다. 물론 노사 모두의 일신도 선제 조건이다.

3극 협력으로 사안을 처리해 나갈 때 갈등과 반목은 사라진다. 사회가 고도로 성숙될 때 이런 비극은 거듭되지 않는다. 노력하고 또 노력할 일이다.


다시 한 번 삼가 머리를 조아리며 두 분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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