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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코 씨와 스키마

유지군(220.87) 2018.09.18 11:06:52
조회 399 추천 5 댓글 0
														


스키마(Schema)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을 다음백과에서는 어떠한 사건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판단하고 수용하는 행위이며 무엇이 지각되어야 하는지를 결정하고 통제하여 환경에 대한 개인의 경험을 구축하는 기능을 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사물을 인식할 때 개개인의 경험 내지 지식의 축적 정도(程度)사물의 해석전반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건데요. 이때 개개인의 경험 내지 지식의 축적 정도를 <스키마>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스키마는 불변이 아니고 가변(可變)입니다. 개개인에 따라 당연히 차이가 나고 경험이나 지식을 많이 축적하면 할수록 스키마가 커진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를테면 아는 것이 힘이다.’라거나 세계란 아는 만큼 보인다.’ 혹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등의 명제는 스키마의 생동감 넘치는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스키마가 크고 깊고 넓을수록 사물을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이 구축될 뿐만 아니라 사물을 해석할 수 있는 안목이 깊어지기 마련입니다. 응당 사색의 저변이 확대될 수밖에 없지요.


스키마가 작고 좁고 얇을수록 관점은 협소하고 안목은 빈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스키마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지식과 경험을 축적할 수 있는 학업과 독서, 여행 등이 대단히 중요해지는 겁니다.(그러고 보면 어릴 때부터 공부해라, 독서해라…… 이런 소리를 참 많이 들으셨을 텐데요, 그게 그저 잔소리만은 아닌 셈입니다.^^) 스키마가 크면 클수록 눈앞의 세계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그러니 스키마가 좁고 작고 얇은 분보다는 스키마가 크고 깊고 넓은 분이 악질적인 선동이나 사기에 속아 넘어가는 경우가 훨씬 적을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지식인이나 경험이 풍부할수록 이분법적인 사고에 함몰되거나 선입견 따위에서 자유로워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거기에다 스키마가 큰 분일수록 무엇인가를 즐길 때 다양한 관점으로 재미를 캐치하면서 폭넓게 향유(享有)하기 마련입니다. 일본문화에 대한 소양이 깊은 분이 라쿠고(落語), ()를 즐길 수 있는 이치와 같습니다. 그렇지 않겠습니까? 이케바나를 잘 안다면 <타카네노하나>의 감동은 훨씬 깊어지니까요.


, 하면 스키마가 크고 넓고 깊은 분일수록 선입관에서 자유로워지고 사색의 범위 또한 확대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그 척도에 아주 잘 어울리는 미스터리 드라마 하나가 떡하니 있습니다. 2017년에 후지TV에서 제작, 방영된 작품인데요, 바로 <사쿠라코 씨 발밑에는 시체가 묻혀 있다櫻子さんの足下には死体まっている>입니다.


미스터리 드라마의 탐정은 보통 이색적일수록 시청자의 인상에 각인되기 싶습니다. 개개인 스키마의 선입관에 허를 찔러 버리는 탐정상(探偵像)이 형상화될수록 그 작품은 시리즈물로 전화되어 장수하기 십상이지요.


예컨대 <유류수사遺留捜査> 시리즈의 이토무라 사토시가 그러하지요. 그는 다른 형사와는 달리 유류품(遺留品)에 집착합니다. 유류품을 통해 죽은 자의 목소리를 듣고 현장을 추리해 나갑니다. 이러한 설정이 형사 하면 으레 연상되는 선입견을 가차 없이 탈피시켰습니다. 벌써 시즌 5까지 진행되어 이번 3분기 드라마 중에서도 시청률이 상대적으로 높답니다.

그런데 <사쿠라코 씨의 발밑에는 시체가 묻혀 있다>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탐정의 역할을 맡은 이가 뼈 표본사이기 때문입니다. 뼈 표본사? 그러니까 박물관에 전시될 뼈의 표본을 만드는 직업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이 생소한 직종에 종사하는 여성이 탐정이니, 탐정 하면 떠오를 이미지를 여지없이 밀어내어 웬만한 스키마의 영역을 훌쩍 뛰어넘어 버립니다.

설정이 이러하니, 소생은 뼈에서 추리해 내는 극중의 표본사 쿠죠에게 홀딱 반해버렸는데요, 물론 원작 소설이 있고, 만화, 애니메이션으로까지 제작되어 다양한 장르에서 소비되는 작품인데도, 안타깝게 드라마는 2017년 방영된 당시의 시청률이 극의 완성도에 비하면 턱없이 낮게 나왔습니다. 이 점 안타깝더라고요.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하는 드라마가 평균적인 스키마를 훌쩍 뛰어넘어 버린 바람에, 이른바 매니아의 서브컬처(subculture)적 소비를 보인 셈입니다. 허나 그렇다 하더라도 미스터리를 좋아하시는 스키마를 구축하신 사색형의 분이시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작품으로 판단됩니다.


혹여 이번 연휴에 미처 보지 못한 드라마를 감상하시면서 유유자적 보낼 계획이 있는 분이시라면 <사쿠라코 씨의 발밑에는 시체가 묻혀 있다櫻子さんの足下には死体まっている>를 한 번 즐겨보시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키마를 가늠하는 시간도 될 테니, 그야말로 흥미로운 시청이 되지 않을까, 하고 소생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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