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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 홍백가합전과 행복한 새해맞이

유지군(220.87) 2019.01.04 14:39:39
조회 218 추천 9 댓글 1
														


NHK홍백가합전 69회 포스터(출처:네이버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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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홍백가합전(紅白歌合戦)은 한 해의 세밑(大晦日)에 진행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2018년은 69번째 행사였다. 시청률도 대단하다. 1963(昭和38)에는 81.4%를 찍어 역대 최고의 시청률을 선보였다. 현재도 40%를 오르내리는 기염을 내뿜는다. 가히 日本人의 국민적 세밑 행사라 하지 않을 수 없겠다.

그래서 NHK로서도 자신들의 역량을 총집중한다. 출연진들도 마찬가지다. 한 해 동안 활발한 활동을 벌였던 가수들과 배우, 코미디언들이 함께 어우러진 채 송년의 대미를 장식하는 것이다. 그 광경은 마쓰리(まつり)와도 뜨겁게 통한다.

마쓰리가 공동체의 축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홍백가합전이 그 연장선상에 강력히 놓여 있는 것이다. 하여 보고 있노라면 정겹고 즐겁다. 보편의 감성이다.

하면 紅白歌合戦 감성의 근원은 어디에 있을까? 바로 와()에 있다.

사실, 7세기 쇼토쿠 태자 이래 日本社會潮流는 언제든지 와()였다. 집단지성(集團知性)의 구현이 에 있었다는 얘기다.

란 조화(調和), 다함께 어우러지는 것을 말한다. 공동체의식이다. 마쓰리는 공동체 의식이 가장 극적으로 분출되는 형태다. 따라서 마쓰리는 공동체 의식의 발현(發現)이라 할 수 있겠다. 수백 년 전통의 마쓰리가 전국 곳곳에서 활발히 이어져 가고 있는 건 현재 와()의 단단한 좌표(座標)와도 같다.

이치가 그러하다면 와()의 구현에는 이웃에 대한 배려가 전제될 수밖에 없기 마련이다. 배려란 제멋대로의 모습이 배태하면 실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 질서정연하다는 것은 자아타자’(他者)의 차이를 인식하고 있다는 역설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수백, 수천 명이 모이는 마쓰리가 정연하게 진행되는 것은 구성원 저마다 제멋대로를 배격하고 <나와 타자의 간극間隙>을 인식하고 있기에 그렇다.

간극을 인식하면 나를 겸양하여 타자를 배려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오모테나시()가 가능한 까닭이 된다. 그렇다고 일방의 희생을 강요하진 않는다. 내가 배려하면 상대도 배려한다는 암묵의 룰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日本社會는 룰을 지키는 것에 민감하다. 신용사회가 구축될 수 있었던 원천이다. 질서. 그 덕분에 공동체가 상냥하고 아름답게 유지, 지속된다.

그것은 현대에 활짝 꽃피어 완성된 것이 아니다. 에도시대 이전부터 구축되어 있었던 집단지성이었다. 그래서 서양인들이 대항해 이후 日本을 경외하고 독자적인 문명을 이룩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를테면 프란시스코 사비에르(1506-1552)의 극찬이 그러하다.

<우리가 지금까지 접했던 나라의 사람들 중 日本人이 단연코 가장 뛰어난 종족이다. 나는 이방 나라 가운데 日本人에 필적할만한 족속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에도시대의 말미에 방문했던 독일의 고고학자 하인리히 쉴리만(1822-1890)<쉴리만 여행기>에서 이렇게 日本과 지나(支那)를 비교한다.

<경내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그곳의 질서와 청결함에 마음을 빼앗겼다.>

<무례하고 오만, 비열하며 지저분한 중국의 승려와 日本의 승려는 뚜렷이 대비된다.>

프랑스인 사관(士官) 루이 크레트만(1851-1914)는 이렇게도 썼다.

<많은 일본인이 길을 가면서 곤니치와, 곤바와, 오하요오라던지, 마치 형제나 친구와 같이 인사해 줍니다. 특히 멀리서 나를 발견하면 뛰어와서 내 손을 잡는 작은 남자 아이가 있습니다. 그리고 나와 같은 외국인과 나란히 걸어가는 것입니다.>

그리고 日本을 사랑해 귀화까지 한 라프카디오 헌(고이즈미 야쿠모 1850-1904)는 이렇게까지 경탄했다.

<이 여관은 나에게는 극락과 같이 생각되었다. 평소와 같이 유타카를 입고 썰렁하고 부드러운 다다미 위에 앉아 사랑스러운 목소리의 여종업원들에게 시중을 받으며 아름다운 것에 둘러싸여 있다. 이렇게 하고 있으면 19세기의 모든 슬픔으로부터 구원받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오모테나시는 고도로 발전한 배려문화가 낳은 산물이다. 배려문화 궁극의 지향점은 와(). 모두가 조화롭게 어우러지기 위해선 공동체 의식은 전제된다.

예컨대 69회에서 최고의 인기그룹 아라시()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후유증이 남아 있는 곳으로 달려가 우동을 먹으며 현지인들과 담소를 나누는 것 자체가 의 알레고리라 할 수 있겠다. 그래서 홍백가합전의 절정은 의 전형이기도 한 것이다.

紅白歌合戦은 마쓰리다, 모두가 함께 어우러지는. 조화로운 전형은 지켜보는 이를 감동시키기 마련이다. 그래서 紅白歌合戦을 보면 행복하다. 행복 속에서 새해를 한층 따뜻하고 정겹게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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