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일일시호일과 우행록

유지군(220.87) 2019.01.28 12:53:24
조회 539 추천 7 댓글 0
														


<일일시호일>의 포스터(출처:네이버검색)

viewimage.php?id=27bcc027ebd730af7dabd9a70f&no=24b0d769e1d32ca73fee84fa11d02831774bc9874fea0c46798ddb3d887e707046f12d5d2fd466aad7fbf3d96a32fb0d41897eaeb4a61197172c2bb95e1bb06f5f29b68b


117일에 개봉된 두 편의 영화가 있다. <우행록愚行錄>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이다.

이 두 작품이 한국에서 개봉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제자리에서 펄쩍 뛸 만큼 기뻤다. 특히 <우행록>2016(平成 28)에 현지에서 개봉되었던 작품이라 조금 호들갑스레 말한다면, 대형스크린 감상 기회를 기다린 인내가 비로소 결실을 맺었다고 할 수 있겠다. 보람을 느끼게 되어 더 즐겁다.^^


사실 <우행록>은 긴 말이 필요 없는 작품이다. 츠마부키 사토시(妻夫木聰)라는 걸출한 배우에다 麗美한 미츠시마 히카리(満島ひかり)가 참여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벌써 방점(傍點)을 찍은 것과도 진배없다. 히카리 표 혼신의 연기를 스크린에서 본다는 건 얼마나 기꺼운 일인지. 감격과 감동이 꿈에서까지 순진무구하게 이어질 정도다.


平成 30년 작품인 <일일시호일>도 기대감과 감격에는 뒤지지 않는다. 일단 키키 키린(樹木希林) 선생의 유작이다. 더 이상은 그녀를 스크린에서 볼 수 없다는 상실감이 유작에 대한 기대 지수를 한껏 높이게 한다. 그만큼 키키 선생의 연기는 실재성의 예리한 척도로 기능할 만큼 경이적이다.

칸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만비키 가족万引家族>이 하나의 움직일 수 없는 예다. 그녀의 하츠에 할머니가 가족의 중심에서 부재했다면 과연 상을 수상할 수 있었을까 싶을 만큼 작품에서 그 존재감은 가히 압도적이었다.


하여 <일일시호일>은 키키 선생의 생전 모습을 마지막으로 만날 수 있는 더없이 소중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그녀가 출연했기 때문에 작품의 질적 감동은 이미 약속받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믿음인 셈이다.

그 점은 마치 강력한 효능감(效能感)과도 같다. 위대한 배우만이 팬들에게 선사할 수 있는 신뢰다. 그녀의 존재는 그것을 힘주어 입증시켰다. ‘日日是好日제목의 의미를 그대로 웅변하듯이. 솔직히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거기에다 <일일시호일>의 메인 테마는 유현(幽玄)한 다도(茶道). 그야말로 日本文化의 저변에 구축된 미학이 결집되어 응축시킨 결정체가 다도라고 한다면, 키키 키린 선생의 위대한 연기가 접목되기에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토양이며 절묘한 알레고리라고 하기에 전혀 부족하지 않다.

다도는 극치(極致)의 도를 추구하고, 키키 선생의 연기 또한 궁극의 경지로 전화되었기 때문이다.

이 점이 가슴을 속절없이 벅차게 한다.


과장이 아니다. 다도의 절대적 경지가 와비()의 유한적적(幽閒寂寂)에 있다고 동의한다면, 우주처럼 깊은 오묘함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서 그 누구보다 키키 선생의 연륜과 품격이 사규(四規)와 어우러지는 것이다.

다도의 사규란 <화경청적和敬淸寂>을 말한다. 조화로운 상태에서, 타자를 존중하는 청정무구의 마음으로. 어떤 환경에도 동요되지 않는, 평정한 경지를 의미한다.


이것은 무라타 주코(村田珠光1423-1502)님이 다도를 창시한 이래, 센노 리큐(千利休1522-1591)님 더 나아가 오카쿠라 덴신(岡倉天心1863-1913)선생 이후에도 구현시키며 지향되었던 境地. 그래서 다도(茶道)인 것이다.


하여, 차 한 잔에 우주가 가만히 머물러 있다. 깊다. 차를 나누는 순간도 마찬가지다. 이 순간, 마주앉은 타자는 평생에 걸친 소중한 손님이 된다. 단 한 번의 만남처럼, 그 유현한 정감(情感)을 잃지 않는다면 <우행록><일일시호일>과의 만남도 다를 바 없다. 일기일회(一期一会).


하나의 우주처럼 소중한 만남을 기다리는 것은 좋다. 즐겁다. 그래서 날마다 행복하다. 어찌 日日是好日하지 않을쏜가.

하면, 이 순간 한거(閑居)의 달빛 아래 조용히 읊조린 후루타 오리베(古田織部1543-1615)의 육성마저 귓가에 은은하다.

창을 열고 다실 정원에 향로를 놓아 저녁 바람에 향기를 실으면 어떨까요? 있는 듯 없는 듯 아련한 향을 맡으면 차솥에서 물 끓는 소리도 한층 유현하지 않을는지.”


후루타의 육성을 재현한 소설가 야마모토 겐이치(山本兼一) 선생의 유려한 문장이 그윽하게 살아난다. 역시 일일시호일이 아닌가.

  


추천 비추천

7

고정닉 0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연인과 헤어지고 뒤끝 작렬할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4/22 - -
1085 메이지유신시대때도 정부의 관리밖의 구역이 있었나요? ㅇㅇ(175.209) 04.17 17 0
1084 책사풍후 굿즈 광개토 키링 출시 책사풍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1 9 0
1083 책사풍후가 다시 만든 쇼군토탈워 2 겐페이 합전 오프닝 원의경源義經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3 21 0
1080 한국사서는 전쟁으로 많이 소실 되었는데... 관통사(119.198) 23.03.10 172 0
1078 일본사에 관심이 많은데 추천하는 책 있음?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1.11 180 0
1077 살다보면 느낀다 [1] ㅇㅇ(112.152) 22.12.19 250 0
1074 일본 전국시대 전투할때 ㅇㅇ(220.117) 22.08.05 314 0
1072 시로메시 수행승しろめし修行僧 [1] 유지군(49.170) 22.05.15 541 11
1071 에도막부군 계급좀 알려주실분 있나요? .;.(182.219) 22.03.27 351 0
1070 이거 답 아시는 분 [1] ㅇㅇ(49.171) 22.01.02 545 0
1069 대망 읽는 중인데 고슈 신슈가 어디에요? [1] 프나야행복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12.19 522 0
1066 <빵과 스프와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パンとスープとネコ日和> 유지군(49.170) 21.11.07 453 5
560 젠禅 유지군(49.170) 21.08.21 629 8
549 기리/하지 유지군(49.170) 21.07.17 914 8
544 바람의 검심 더 비기닝과 쿠사카 겐즈이 유지군(115.91) 21.05.26 653 11
542 우와나리우치後妻打ち 유지군(115.91) 21.05.03 619 8
540 아케치 히로코明智煕子와 야오야 오시치八百屋お七(2) 유지군(115.91) 21.03.25 533 8
539 아케치 히로코明智煕子와 야오야 오시치八百屋お七(1) 유지군(115.91) 21.03.25 605 8
532 "남친 성폭력하는 거라고" 사유리가 미혼모 된 이유 ose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1.27 325 5
518 항공모함 이부키空母いぶき와 군인의 귀감 [1] 유지군(220.87) 20.08.14 932 13
513 아베 총리대신, 도쿠가와 나이후 그리고 다나카 가쿠에이 선생(2) [3] 유지군(220.87) 20.07.04 492 8
512 아베 총리대신, 도쿠가와 나이후 그리고 다나카 가쿠에이 선생(1) 유지군(220.87) 20.07.04 360 8
510 6월 23일, 류큐, 오키나와를 생각합니다. 많이 사랑합니다. 유지군(220.87) 20.06.23 314 13
507 재밌고 유명한 일본역사소설 있음? [3] ㅇㅇ(106.102) 20.06.19 578 0
506 루~타이완익스프레스路(ルウ)~台湾エクスプレス 유지군(119.75) 20.06.07 171 8
504 쉽게 읽을만한 일본 역사서 추천점 [1] ㅇㅇ(113.131) 20.06.03 295 0
503 人生の扉 유지군(220.87) 20.05.27 416 11
498 행렬의 여신~라면 서유기와 다양성의 관점(2) 유지군(119.75) 20.05.16 245 5
497 행렬의 여신~라면 서유기와 다양성의 관점(1) 유지군(119.75) 20.05.16 1046 8
494 <기린이 온다>와 시대를 만드는 강렬한 개인들(2) [2] 유지군(27.116) 20.05.10 368 5
493 <기린이 온다>와 시대를 만드는 강렬한 개인들(1) 유지군(27.116) 20.05.10 252 8
492 <행복의 노란 손수건>과 이인삼각의 스테이 홈(2) 유지군(220.87) 20.05.01 287 8
491 <행복의 노란 손수건>과 이인삼각의 스테이 홈(1) 유지군(220.87) 20.05.01 206 8
490 좋아요 히카루 겐지군과 헤이안시대(2) 유지군(220.87) 20.04.25 303 8
489 좋아요 히카루 겐지군과 헤이안시대(1) 유지군(220.87) 20.04.25 631 8
487 <불모지대>의 이키 타다시가 보여준 인간형 유지군(220.87) 20.04.23 583 5
485 오늘의 네코무라씨 유지군(175.208) 20.04.12 422 13
482 소중한 사람의 일상을 지키다, 바람의 검심 히무라 켄신 유지군(119.75) 20.04.04 288 13
481 쿠로이다 고로님께 보내는 편지 [1] 유지군(220.87) 20.03.21 337 15
480 양이결행과 스즈키 나오미치 홋카이도 지사의 디테일(3) [3] 유지군(220.87) 20.03.07 288 8
479 양이결행과 스즈키 나오미치 홋카이도 지사의 디테일(2) [1] 유지군(220.87) 20.03.07 214 5
478 양이결행과 스즈키 나오미치 홋카이도 지사의 디테일(1) [1] 유지군(220.87) 20.03.07 213 5
477 형사와 검사의 역설, 문제는 디테일이다!(2) [2] 유지군(220.87) 20.02.29 283 8
476 형사와 검사의 역설, 문제는 디테일이다!(1) 유지군(220.87) 20.02.29 215 5
475 우한폐렴을 토벌시킬 마쓰모토 쇼엔의 역설(2) [2] 유지군(220.87) 20.02.22 322 11
474 우한폐렴을 토벌시킬 마쓰모토 쇼엔의 역설(1) 유지군(220.87) 20.02.22 261 11
473 하무라 아키라가 보여준 日本人의 모노즈쿠리(3) 유지군(211.251) 20.02.15 221 5
472 하무라 아키라가 보여준 日本人의 모노즈쿠리(2) 유지군(211.251) 20.02.15 195 5
471 하무라 아키라가 보여준 日本人의 모노즈쿠리(1) 유지군(211.251) 20.02.15 329 5
470 오늘밤 코노지에서 우물 바깥의 분들과 한 잔(2) [4] 유지군(119.75) 20.02.09 252 11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