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일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기일에 부쳐앱에서 작성

좌파니샤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23 15:50:43
조회 452 추천 9 댓글 2
														

15년 전 오늘, 나는 동네에서 열린 백일장을 망친 뒤 꽁한 기분으로 친구 어머니 차를 타고 귀가 중이었다. 라디오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그러잖아도 백일장과 흐린 날씨 탓에 좋지 않았던 기분이 더욱 가라앉았다. 어린 시절이라 정치에 대해 잘은 몰랐지만, 친근하고 소박한 봉하마을 촌장님의 모습이 각인됐었던 만큼 충격이 컸다. 대학생이 되고 참여정부의 노동 탄압 내력을 접한 뒤 그에 대한 막연한 환상은 깨졌지만, 아직까지 그 순간은 삶을 통틀어 손에 꼽도록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일말의 부채감도 없는 사람이다. 물론 그럴 세대가 아니기도 하지만, 민주진영이 이른바 '지못미 정서'를 재생산하며 결속을 다지는 것에도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본인이 의도했다고 여기고 싶지 않으나,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서거가 민주진영에 남긴 트라우마로 인해 그의 생전 행적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불가능해진 것은 사실이다. 노무현은 기득권에 홀로 맞서다 희생당한 순교자의 지위로 격상됐고, 남은 이들은 그 아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보다 강력한 진영논리에 매달리게 됐다. 외부인으로서 섣불리 탈상을 권할 수는 없겠으나 이 같은 정치 양태가 영영 지속되는 것이 분명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이라는 인물이 생애 내내 견지했던 이상과 진실성만큼은 믿어주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시민들과 함께 최루탄을 맞아 가며 엄혹한 군부독재에 맞섰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서도 발 벗고 나섰던 인권변호사였다. 정치권에 진입한 후에는 5공 청문회에서 국민들의 울분을 앞장서 대변했으며 부울경 출신임에도 3당 야합을 거부하는 소신을 보여주기도 했다. 지역주의 타파와 탈권위주의를 향해 일관되게 보여준 집념 또한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언론과 사학재단, 검찰을 아우르는 포괄적 개혁안을 추진했으며 역대 대통령 중 유일하게 국가보안법 폐지를 공론화한 인물이기도 했다.

그의 도전이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당시는 지금보다도 수구 기득권의 위세가 훨씬 강했고, 여러 이유로 좌파 진영과도 척을 지고 말았기에 그에게는 우군이 없었다. 여당의 역량 미달과 스스로의 어중간한 행보로 국정 동력을 소진한 면도 있지만, 기득권층의 방해공작과 같은 숱한 대내외적 악조건이 그의 행보를 막아세운 부분이 크다고 생각한다. 신자유주의 정책은 IMF를 갓 벗어난 뒤라 어느 정도 불가역적이었으며 세계적으로도 제3의 길 노선이 판을 치던 시절이었음 또한 감안해야 할 것이다.

이유 불문하고 결과적으로 참여정부는 저조한 지지율과 레임덕에 시달리다 막을 내렸고, 노 전 대통령은 이명박 정권의 무도한 표적수사에 내몰려 목숨을 끊었다. 그가 개혁하고자 했던 수구언론과 검찰을 위시한 지배기구는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그러나 나는 노무현의 도전이 결코 무가치하지 않았다고 믿는다. 그가 파란만장한 생애를 통틀어 부르짖었던 가치들은 수많은 시민들의 개혁을 향한 열망에 불을 붙였고, 이로 인해 강고한 매판 기득권과 지역 구도에도 천천히나마 균열이 가고 있다. 사회 전반의 자유화와 정당 민주주의, 시민 참여의 활성화 등 그가 선구적으로 제시했던 의제들은 오늘날 진영을 막론한 상식이 됐다. 역사는 더디지만 진보한다는 그의 신조처럼 세상은 분명 그가 원했던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사회주의자인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위대한 자유주의자'로 평한다. 여러 오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우리 사회의 다방면에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왔다. 남은 우리가 그의 유지를 잇는 방법은 참여정부와 그 후신 세력들의 한계를 넘어서는 일일 것이다. 스스로를 성찰하는 진보주의자로 정체화한 노 전 대통령이 오늘 우리 곁에 있었다면, 자신을 신격화하기보다 극복하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자세를 높이 샀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노 전 대통령이 떠난 지 어언 15년이 흘렀지만 그가 우리에게 남긴 여운은 아직도 강렬하다. 민주 투사이자 소탈한 이웃이었던 인간 노무현을 추억하며, 대통령 노무현이 이루지 못한 여러 과제들을 우리 손으로 끝내 성취하리라 다짐한다. 어지러운 세상사는 우리에게 오롯이 맡기시고, 그대는 아픔도 모순도 없는 곳에서 영원안 안식을 누리시길.

7ee8807fda8069f63c8082ed43896a37de3f6cc42ed764984d65422dea

- dc official App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9

고정닉 7

원본 첨부파일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72 설문 연예인 안됐으면 어쩔 뻔, 누가 봐도 천상 연예인은? 운영자 24/06/17 - -
204325 공지 진보정치 마이너갤러리 총규정집 천대녀프리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6.05 1099 5
202498 공지 진보정치갤러리 신문고 [12] 엘사는합니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5.12 2661 0
185493 공지 진보정치 갤러리 참고 자료 모음집 진정갤_매니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9.21 10078 21
206091 일반 요새 읽는게 크라우스 저 '문화대혁명'인데 Popular_Front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1 5 0
206090 일반 코스트코, 영화관, 백화점 중요하지…근데 [1] ㅇㅇ(118.223) 17:28 17 0
206088 일반 울 부장님... 존경해유 [17] LG생활건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6 81 0
206087 일반 내가 느낀 여성과의 대화 속 잠재적 두려움.. [6] ㅇㅇ(118.223) 17:04 56 1
206086 일반 실베 친구들은 왜 한국여자 욕하면서 한국여자를 포기 못함? [5] LG생활건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51 90 2
206085 🌎글로 무기공장을 습격하는 영국 활동가들 [1] 우파가허락한사회주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48 35 2
206084 🌎글로 러시아 이르비트 레닌 광장 개명 시도 실패 우파가허락한사회주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37 36 2
206083 일반 밑에 윤석열vs김대중 글 사람을 보니까 느낀 점 ㅇㅇ(118.223) 16:36 43 0
206080 📰뉴스 내일은 ‘배민’ 앱 끄는 날…라이더-점주 손잡았다 [2] ㅍ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28 49 3
206079 일반 로씨야연방공화국 뿌찐대통령의 역사적인2024 조선방문에 대하여 [1] Liberig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19 43 0
206078 일반 지역인구(23), 지역소득(22) 비교 ㅇㅇ(118.223) 16:18 33 0
206077 일반 뉴시스 얘네 애완견에 엄청 긁혔나보네ㅋㅋ [4] 라파르그-레닌주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6:15 73 1
206075 일반 ‘국면전환용 민생몰이’는 살다살다 처음들어보네 [1] ㅇㅇ(121.155) 16:11 49 0
206073 일반 아까 호남 예산나와서 한 마디할께 [7] ㅇㅇ(118.223) 16:01 77 0
206072 일반 한국판 레딧+신시대 현장파 생성이 답이라 생각하는데 [5] 에다농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52 95 0
206071 일반 근데 춘천 닭갈비는 진짜 뭐가 좀 다르냐 [21] 누벨박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50 101 0
206070 일반 여러분께 웃음을 드리겠습니다! [2] ㅇㅇ(182.210) 15:48 49 0
206069 🚫먹금 노동전선 정치강좌 13강(24-3강) Liberig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5:19 59 0
206068 일반 대통령실, 북·러 협정에 "자동 군사개입으로 보기 어려워" [1] Liberig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34 76 0
206067 일반 천호선이 인품 등 개인적 평가는 좋은듯 [10] ㅇㅇ(182.210) 14:19 190 0
206066 일반 역대 대통령중에 외교 가장 잘한건 누구라봄? [21] Minchobl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22 215 0
206065 일반 녹색당이 비상과 위기의 시간에 (또) 들어섰다고 [1] 포유어데네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21 111 0
206063 일반 북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 (전문) Liberig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11 48 0
206062 📚정성 근본적으로 기본소득은 복지랑 같음 [1] 대장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10 87 2
206061 일반 전라도는 언제쯤 많은 예산을 받을 수 있을까? [2] LG생활건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3:04 65 1
206060 일반 레이와 40대 비례투표에서 1위 [2] Poemmay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53 77 0
206059 일반 혹시 정의당 빚문제에 대해서 [7] ㅇㅇ(211.235) 12:14 158 0
206058 🎵문화 리캡 잘나왔네 사회주지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2:05 48 0
206057 일반 김재연 아프리카TV BJ도 해 봤음 ㄷㄷ [5] 에다농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1:14 162 0
206056 🌎글로 나 아직도 입헌민주당-일본공산당 포기 못한 듯 [2] 에다농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38 105 1
206055 일반 한국에서도 이제 약발 딸리는 색깔론을 ㅋㅋㅋㅋㅋ [5] 엘사는합니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17 187 3
206054 일반 트위치코리아가 철수하니까 (이왜진) [3] Liberig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16 141 0
206053 일반 권영국 대표님의 이 인식은 좀 아쉬운데 [2] 진붕이(123.143) 10:07 169 0
206052 📰뉴스 오늘 환노위에서 노란봉투법 의결예정 [2] 치킨나라후로라공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01 95 3
206051 일반 데일리안 여조 진보당 파멸적 상승 [5] ㅇㅇ(103.216) 09:28 193 0
206050 🎵문화 온 세상엔 물음표만 가득해 [3] Liberig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36 147 0
206039 📚정성 요식업계/라이더 업계에서 당장 생각나는 것은 협동조합을 조직하는 건데말야 [3] 역대최악의서포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57 264 5
206049 🚫먹금 온 진정갤이 고블렌이다… [2] 노동과_정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30 129 2
206048 일반 어떻게 파딱이 할망구 성애자 [1] Minchobl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30 127 0
206047 📚정성 지금 당장 논의할 수 있고 도입했으면 하는 기본소득도 있음 [3] 역대최악의서포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30 156 4
206041 🚫먹금 자주 고블린 국가 건설... [8] 누벨박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05 251 17
205870 🚫먹금 자주 고블린 국가 건설... [3] 누벨박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8 270 6
205540 🚫먹금 자주 고블린 국가 건설... [4] 누벨박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16 294 8
206046 일반 앞으로 진정갤도 자주와야겠어 [3] joon_ja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23 114 0
206045 일반 진정갤은 변증법이 커뮤니티로 현실화된 곳이다. [7] 노동과_정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7 161 0
206044 일반 세월의 흐름을 느낄수 있는 디시콘 [3] 천대녀프리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5 199 6
206043 일반 싸운 뒤에는 친구가 되는법이라고 그랬어. [10] 역대최악의서포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11 134 1
206042 일반 뉴진갤이 좋다 [6] 천대녀프리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07 150 2
206040 일반 ㄴㅇㅈ) 전공투 치나후공님 휴갤이신 건가 Liberig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1:00 69 0
206038 🗨토론 가이 스탠딩의 이론은 꽤나 현실적임 [17] 천대녀프리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0:25 261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