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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백웅교 26화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4 00:01:26
조회 549 추천 27 댓글 15
														


우리들은 천계와의 회담을 통해서 한 자리에 모여들었다.

천계의 대표자는 구천현녀, 그리고 그 뒤를 따라서 제천대성, 예, 이란진군 같은 천계의 쟁쟁한 투선들이 모여들었다. 삼청이 소멸하고, 요순의 화신인 옥황상제도 없으며, 서왕모 같은 예외를 제외하면 사실상 저들이야말로 천계의 최전력이라고 평가할 수 있었다. 나는 그런 천계 인원들에 맞춰서 나, 수보리, 봉래도의 대라신선들을 대동했다. 레비아탄을 데리고 움직일까 생각했지만, 만에 하나 백웅교에 있는 사요와 세계수의 씨앗을 보호하기 위해서 냅뒀다.


"켁, 네놈도 있냐."

"오랜만이군, 미후왕."

"네가 다른 누군가의 밑에 들어갈 줄이야."

"허허, 오래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일도 있어지는 법일세."

"저 자가 그 정도의 자라는 소리인가····."


제천대성과 수보리는 구면으로 대화를 나눴다. 제천대성은 대놓고 수보리를 껄끄러워하고 있었고, 수보리는 그런 제천대성의 말을 유들유들하게 받아쳤다. 그리고 보면 제천대성은 내 기준으로 수보리가 이광 수준으로 나쁜 녀석이라고 했던가? 나와 수보리의 처음 만남을 생각하면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말이지. 하지만 나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수보리는 대놓고 내가 전생자라는 것을 노리고 만나왔으니, 굳이 나한테 그런 모습을 보일 필요가 없으니까 말이다. 여태까지 악인이라고 할 만한 자들도 동료로 받아냈기에 이 문제는 내 전생자로써의 그릇이 시험받는 문제라고 크게 가기로 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고명하신 고대신이시여. 성함을 여쭤도 되겠습니까?"


이내 구천현녀가 나를 보면서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물었다. 본래 그녀는 전신으로 이름 높은 존재였지만, 지금의 그녀는 전성기의 힘을 잃었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구천현녀는 본래 자신이 이 행성의 대지모신이라는 것도 모르니 저럴 수밖에 없으리라.


"백웅이라고 하오."

"그렇군요."


침통함을 흘린 구천현녀가 말을 약간 흐리듯 말했다.


"무슨 생각을 가지고 중원에 자리를 잡으신 겁니까? 중원이 삼황오제와 저희 천계가 관리하는 영역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하신 겁니까?"


다른 건 몰라도 중원의 관리에 있어서는 쉽게 넘어가지 않는 삼황오제와 천계였다. 여태까지 그것 때문에 여태까지의 전생 도중에 얼마나 많이 피를 봤는가. 하지만 지금의 나는 당시의 나처럼 겁 먹고 위축된 필요가 없었다.

내가 피식 웃으면서 구천현녀의 말을 반박했다.


"문제 있소? 문제가 있으면 인과률로 따지시오."

"그건····."


당연하지만 문제가 있을 리가 없다. 그런게 있었으면 진작에 행동으로 나섰겠지. 여태까지 가만히 있었다는 것 자체가 저들한테 나한테 인과율의 제제를 가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구천현녀도 잘 알고 있기에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것이다.


"그쪽도 물어본 김에 나도 하나 물어볼 것이 있소."

"무엇입니까?"

"보다시피 이쪽은 봉래도의 대라신선들이오."


내쪽에 있는 봉래도의 대라신선들이 구천현녀를 보고 고개를 숙였다. 지금은 이런 식으로 만났지만, 본래 구천현녀는 천계의 대다수 대라신선들한테 존경받는 입장에 있으니 이들도 다르지 않으리라.


"그렇군요. 당신께서 구해주신 겁니까?"

"그렇소."

"그 일에 감사드립니다."

"됐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그런 시시콜콜한 이야기가 아니오."


이어지는 내 말에 주변의 공기가 약간 얼었다.


"왜 구하지 않았소? 이들은 당신들의 동료였잖소."

"···."

"···."


내 말에 구천현녀는 물론, 뒤에 대기하고 있는 투선들도 말문을 열지 못했다. 그리고 그건 다소 형태는 다르지만 봉래도의 대라신선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그 눈빛에는 직접적으로 말하지 못했지만, 내 말에 동의하는 기색도 있었다. 왜 구해주지 않았냐는 듯한 시선. 그것에 내가 힘을 얻어 말했다.


"알고 있소? 이들은 해신의 마력에 침투당해서 해신족을 낳는 모체가 되었었소. 내가 구해주지 않았다면 평생 죽지도 살지도 못한채로 있었겠지."

"그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뭐가 어쩔 수 없다는 말이오?"

"그 주변은 해신의 마력으로 오염당했으며 자칫 잘못했으면 해신과 맞딱뜨릴 수도 있었습니다. 저희 천계에서는 그렇게 됐을 때, 일을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


나는 그 말에 핀잔을 주듯 말했다.


"나한테 지금 그 말은 단순한 개소리처럼 들리오만?"


그것은 24회차에 있던 일이었다. 당시 제갈사는 이흥패한테서 보패 반황주를 얻기 위해서 길을 해신족들의 길을 뚫던 도중이었다. 당시에 있던 전력은 십이율주, 무사시, 진소청, 삼사, 제갈사라는 인세의 최전력들이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인계의 이야기다.

결국 절대지경의 인간 3명, 환신급 술법사 3명, 대마도사 한 명에 불과한 것이다. 그런데 천계에 그만한 전력이 없다는 소리인가? 당연히 그럴리가 없었다. 애초에 구출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굳이 해신과 부딪칠 필요도 없다. 이것도 내 동료들의 경험으로 충분히 입증되었다. 적나락한 내 말에 뒤에 있던 한 투선이 외쳤다.


"무례하오!"

"무례? 지금 내 말이 무례하다라? 백보 양보해서 해신은 흉신의 소문장이니 어쩔 수 없었다고 치지, 그런데 단순히 구출대를 조직해서 그들을 구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오? 천계에 그렇게 전력이 없소?"


내가 그들을 둘러보며 경멸하듯 말했다.


"이 자리에 있는 인원 반만 움직였어도 충분하고도 남았을 것으로 보이오만? 내 말이 틀리오? 애당초 천계가 진심으로 움직였다면 해신 토벌도 무리는 아닐 텐데? 그런데 고작 구출이 무리라, 하하!!"


천계에 어떤 전력이 있는지 나만큼 잘 아는 인물도 없으리라. 해신 토벌은 인과율이나 옛 지배자들의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치자. 그런데 그거랑 봉래도의 대라신선들을 구하는 건 별개의 문제가 아닌가?


"아무것도 모르면서 함부로 말하지 마시오! 애초에 그건 당신과는 상관이 없는 일이잖소!"


나는 그 말에 짜증나서 말했다.


"상관이 없기는 뭐가 없소? 이제 봉래도의 대라신선들은 내가 받아들인 내 일행들이오. 당연히 상관이 있지. 그러니까 지금부터 이름을 내걸고 정말로 어쩔 수 없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투선들만 입을 여는 것이 좋을 것이오. 아니면 다 죽여버리고 싶어질 것 같으니까."

"····!!!"


내가 약간 살기를 흘리면서 말하자, 투선들이 단번에 조용해졌다. 나는 그 광경에 인상을 썼다.


'으, 역겨운 녀석들.'


천계가 위선자 집단이라는 건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어떻게 함께 싸운 동료들을 버린다는 말인가? 그것도 이 정도라면 충분히 시도 정도는 해볼 법한데, 너무하지 않은가? 그런 생각이 절로 들 수밖에 없었고, 아래에는 더 깊은 아래가 있었다는 것에 한층 더 천계에 혐오감이 들었다. 그리고 봉래도의 대라신선들도 깊은 실망감이 들었는지 모멸감이 가득 담긴 표정이다. 여태까지 은연 중에 생각은 해봤지만, 자신들이 실제로 천계에 버림받았다는 것을 자각한 모양이다.


"····구천현녀여."


여태가지 가만히 있던 봉래도주 이흥패가 앞으로 나오며 참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천계는 우리들을 버린 것이었소? 그렇소?"

"아닙니다, 이흥패. 결코 그런 것이····."

"흐, 흐흐, 아니, 알고는 있었소. 그 긴 시간 동안 구출대 한 번조차도 나타나지 않은 것에 의아함을 느끼지 않았을 리가 없지. 그래도, 그래도 그럴리가 없다고 믿고 싶었것만····."

"····."

"····유감이오."


터덜터덜 걸으며 이흥패는 더 이상 할 말도, 미련도 없다는 듯 자리에서 물러났다. 아무래도 내면에서 느끼는 심적 충격이 큰 모양이다.


"나보고 이 광경을 보고 정의로운 천계가 칠요 회수나 그런 부탁을 하러 왔다고 하지는 않겠지? 설마 천계의 양심이 그렇게나 터졌다고는 생각하지 않겠소."

"백웅이여. 칠요를 모아서 도대체 어쩌실 생각입니까? 그건 삼황오제와 옛 지배자들간의 협정. 칠요가 전부 해방되면 이 세상은 재앙이 펼쳐집니다."

"글쎄, 뭐 알려줘도 상관은 없는데···."


나는 우묵한 눈으로 구천현녀를 쳐다봤다.


"당신한테는 못 알려주겠소."

"예? 어째서죠?"

"당신은 뒷통수의 귀재니까."

"·······예?"


순간 내 말에 주변의 공기가 미묘하게 변했다. 마치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아니, 이게 아닌가? 배신의 귀재? 팔랑귀? 박쥐라고 해야하나?"

"배, 배신? 팔랑귀? 박쥐???"

"내가 당신한테 당한 뒷통수를 생각하면 지금도 얼얼하오!"

"모, 모함입니다! 제가 언제 그랬다는 말입니까?! 제 탄생 이후로 이런 모욕은 처음입니다!"


구천현녀는 정말로 억울하다는 듯 노성까지 내질렀다. 하지만 나는 짜게 식은 눈빛을 숨길 수 없었다.


'미안하지만 구천현녀, 진짜 당신은 정이 안 가는 배신의 귀재라고.'


뭐, 24회차 당시에 칠요의 시련 때는 어쩔 수 없었다고 하자.

그게 감독관인 구천현녀의 일이었으니까. 그런데 그 이후에는 선을 좀 너무 많이 넘지 않았나? 28회차 때는 전생자인 내 동료들을 엿 먹여서 특히나 망량의 몸과 정신을 아주 끝까지 피폐하게 만들었다. 오죽하면 그 성격 좋은 망량이 약간의 증오까지 내보였을까? 그렇다고 거기에서 끝인가? 그렇지도 않다.

30회차에서는 복희와 연합해서 나한테 얼마나 큰 뒷통수를 갈겼는가? 물론, 나와 구천현녀간에 그 정도의 의리나 정이 있다는 건 아니지만 배신은 배신이고, 뒷통수는 뒷통수다.

구천현녀는 분명히 악한 인물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지만, 내 여태가지의 전생에서 내 뒷통수를 가장 많이 갈긴 것은 1위가 이광이고, 2위가 십이율주라면····.


'3위는 바로 댁이라고, 구천현녀!'


3위는 당당하게 구천현녀라고 말할 수 있었다. 나는 구천현녀의 변명에 굴하지 않고 강하게 나갔다.


"아니, 당신은 내가 여태까지 본 인간, 대라신선, 옛 지배자를 통들어서 내 뒷통수를 친 순위 3위에 들어가는 당당한 뒷통수의 귀재요! 내 이름을 걸고 장담할 수 있소!"


이름까지 내거는 내 모습에 잠시 나와 구천현녀를 번갈아 보던 제천대성이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거, 나쁜 녀석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과거에 도대체 뭔 짓을 했길래 저렇게 처절하게 소리치는 거야, 구천현녀?"


상황이 이쯤되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투선들도 미묘한 표정으로 구천현녀를 보기 시작했고, 투선들의 시선에 구천현녀는 매우 억울하다는 듯 외쳤다.


"모함입니다! 오해라고요! 애초에 저 자와 저는 초대면이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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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1위랑 2위가 인간이네?

····ㅈ간이 미안하다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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