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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팬픽) 백웅교와 구로수번

구로백웅(112.185) 2024.05.14 18:12:11
조회 489 추천 28 댓글 6
														

"이 새끼가.. 고작 팬픽따리를 연참까지 해?"

나는 구로수번. 빌어먹을 정도로 한심하지만, 작가다.
전생검신이라는 작품으로 연금화 시킨 후 달달하게 뽑아 먹고 있는 글쟁이기도 하다.

요즘 들어 신경에 굉장히 거슬리는 일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요즘 들어 전검 갤러리에서 무슨 팬픽 하나가 나와서
본편보다 더 주목 받고 있다는 일이다.

1000화를 늘려서 써도 따라오던 망령놈들이었는데
작가로서 이제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은 딱히 없지만
관심과 주목을 빼앗기고도 아무렇지 않는 것은
본편 작가로서의 자격 실격이나 마찬가지다.

"에휴 시발 난 또 휴잰데."

솔직히 백웅교라는 팬픽을 보면서 느낀 건 재밌긴 하다는 것이었다.
마치 과거의 나를 보는 것 같다고 할까.
글 쓰는 거 자체가 재밌어서 쓰던 때가 떠오를 정도로.

"탈혼경인을 쓸 때 진짜 글 쓰는 게 재밌었는데.."

탈혼경인부터 천년검로, 레벨업과 전생검신...

비뢰도 팬픽으로 시작해서 여기까지 달려오면서
댓글 하나 추천 하나에 일희일비하던 나는 이미 사라지고 없다.

아마 분량을 늘이기 위해 무리하게 투척한 떡밥들에 쌓여서
이제 한 화 한 화 떡밥과 설정들끼리 부딪힐 걱정과 내가
기억 못한 게 뭐가 있나 끙끙 대는 것이 매사의 일.

"아 모르겠다. 내가 제일 잘하는 걸 하자."

그게 뭐냐고?

카드 돌려막기마냥 예전 복선들 회수가 어려울 땐
새로운 떡밥들로 독자들의 시선을 환기시키는 거다.

장담하는데 진짜 전생검신 연재 시작하면서 주인공을 빡대가리로
설정해놓은 게 내가 작가질하면서 가장 잘한 일 1위에 꼽을 수 있다.

덕분에 내가 뭐 까먹어서 설정에 구멍이 새거나 주인공이 말도 안되는 짓을 해도
아 원래 빡웅이니까, 우둔한 아버지의 화신이라서 그런 거 아닌가 하면서 알아서
합리화하며 넘겨주거든.

"미친 놈인가 진짜?"

아직 본편 연재글 3줄도 채 못 쓰고 흰 모니터 화면만 응시하고 있는데
또 전검갤에서 백웅교 287화가 올라왔다고 한다.

수익도 안 나는 팬픽에 왜 저렇게 목숨 거는 진 모르겠는데 작가로서 자꾸 신경 거슬리게 하는 거라면 성공이다.

띠링!

전검갤에서 활동하는 아무도 모르는 아이디로 한 통의 쪽지가 왔다는 알람이 뜬다.

그 쪽지는 놀랍게도 익명에 숨겨 놓은 내 정체를 알고 있었으며 또 하나 놀라운 점은 요즘 제일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백웅교를 쓰고 있는 놈이 보낸 쪽지라는 사실이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백웅교를 연재 중인 ㅇㅇ입니다. 혹시 지금 시간 되시면 만나시죠. 늘 노트북 들고 가시는 카페 자리에 앉아있겠습니다.]

내가 사는 곳까지 어떻게 알았는지, 순간 소름이 끼쳤지만 그 소름보다 더 앞서는 감정은 바로 호기심이었다.

어떤 미친 놈인지 한번 얼굴이나 보자는 호기심.
거기에 카페라는 개방적인 공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겠냐는 안일함.

어차피 요즘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던 차에 잘됐다는 합리화를 하며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집에서 나와 카페로 향했다.


***


"안녕하세요 구로수번 작가님. 백웅교를 쓰고 있는 사람입니다."


카페에서 만난 백웅교의 그 놈은 길거리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만큼 아주 평범한 외모를 지닌 사내였다.

그렇지만 눈빛만은 예사로 볼 수 없을 만큼 단단하고 묵직했다.


"제가 사는 곳은 어떻게 아신 거죠?"


"그런 사소한 건 넘어가시죠. 중요한 건 갑자기 제가 작가님을 왜 보자고 한 건지, 그게 중요한 거 아닐까요?"


"그래서 왜 보자고 했는데요?"


"이야기를 들으려고 왔습니다. 탈혼경인부터 팬이었지만 전생검신이라는 작품.. 저도 꽤 많이 좋아하거든요."


그저 이야기를 들으려고 왔다는 그.


왜 그랬던건지 모르겠다.


처음 본 타인에게 쉽사리 마음을 터놓지 못하는 게 정상일텐데도 무언가 이어진 끈이 있는 것처럼

그 앞에선 솔직하게 모든 걸 털어놔도 괜찮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두서없이 지금까지의 속마음을 털어놓았던 것 같다.


처음 비뢰도 팬픽을 쓰면서 밤을 새도 피곤하지 않았던 초심부터

유천영이라는 그 팬픽의 주인공을 설계하던 얘기.


레벨업이라는 야심찬 다음작을 꺼내들었지만 결국 어떻게

마무리해야할지 몰라 개인회생신고를 하듯 날림 결말로

처절한 실패를 맛보았던 얘기.


내가 제일 잘하는 건 역시 처음부터 무(武)에 관한 이야기구나싶어

다시 한번 전생검신이라는 작품으로 재기한 이야기.


그러면서 처음엔 야심차게 뿌려놓은 설정들과 복선들이 복리처럼

늘어나 지금은 그저 복선으로 복선을 돌려막는 복선깡을 하고 있다는 푸념.


자신의 작품을 감명 깊게 본 누군가가 그 영향을 받고 쓴 연재작이

이제는 자신의 작품보다 인기를 추월해갈 때 애써 눈 돌렸던 씁쓸함.


이제는 팬픽에까지 관심을 뺏겨버리고 난 어차피 연금으로 돈 번다고 자조하는 추레한 말로.


모르겠다.


모든 걸 털어놓으니 속이 시원한 것 같기도 한데 눈 앞에 그는

시켰던 아메리카노가 차갑게 식을 때까지 내 하소연과 푸념들,

그 모든 이야기들을 아무런 미동도 없이 경청하며 듣고 있었다.


"하하... 바보같죠? 전 원래 이런 놈입니다. 작가로서 실격인 건 이미 알고 있었어요."


"아니요 작가님. 아닙니다."


고개를 저으며 커피를 드는 그의 손은 굳은 살이 짓무르다 못해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오랜 시간, 무언가 한 가지에 몰두한 사람들만 가질 수 있는 훈장이었다.


"작가님은 누군가에게 밤새어 읽어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밌다는 감정을 느끼게 해준 글을 쓴 분입니다.

모두가 이천회가 넘는 이 전생검신을 욕하면서도 따라가는 건, 이 작가만이 보여줄 수 있는 다시 한번의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젠 그럴 열정도, 능력도 안됩니다 전."


"그렇다면 다시 노력해야죠. 밤을 새며 며칠을 끙끙대며 글을 쓰고 세계관을 구상하던 그 때처럼, 하루를 열흘같이 노력해야죠."


그 놈... 아니 그는 쓰게 웃었다.


"…한 사내가 있었다."


17살이 될 때까지 시간의 저주에 갇혀 50년의 시간을 홀로 반복하게 된 남자의 이야기.


재능은 미천하고 근골도 형편없다.

다만 가지고 있던 것은 노력에 대한 향상심과 무에 대한 진지함.


현실은 냉정하다.

그렇게 단련해보았자 재능충들에게 손쉽게 따라잡히고 그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추월해간다.

그래도 그는 묵묵히 검을 휘두르며 자신이 해야할 일을 할 뿐.


"그 때 앞서가는 그들의 등을 보아도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다만 두려웠던 것은 오늘 하루, 내가 아무것도 노력하지 않는 것."


왜일까.

갑자기 내 첫 작품의 주인공을 조명할 때의 순간이 떠오른다.

그것은 내가 가질 수 없었던 마음에 대한 동경심의 투영이었다.



"30년이 안된다면 100년으로, 100년이 안된다면 1000년으로... 다시 묻지 구로수번, 과연 천년의 세월을 노력했는가?"



천년검로를 위해 평생의 여로를 다한 무인만이 물을 수 있는 질문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든 내 눈 앞에는 어느새 그가 사라지고 없었다.


환상이었을까.

어안이 벙벙했던 나는 깊게 숨을 한번 들이쉬고 카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때마침 매니저에게서 온 전화가 울린다.


"네 매니저님. 네, 네. 오늘부터 다시 한번 써보려고요. 연참이요? 연참보다는... 휴재없이 이제 이 작품의 좋은 끝을 위해 달려가보겠습니다."


알고 있다.

각오한 만큼 좋은 끝을 맺지 못할 수도, 또 다시 복선의 산에 파묻혀 절망할 수도 있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이제 다시 한번 펜을 들고 해보겠다는 그런 하나의 각오.


그런 질문을 받았으면, 뭐라도 해야하는 것이 조물주로서 보낼 수 있는 최소한의 경애이기에.


카페 밖으로 나온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뭐라 흠잡을 수 없을 정도로 청명한 하늘.


"…글 쓰기 좋은 날씨네."


나는 구로수번. 빌어먹을 정도로 한심하지만,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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