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선지 그 흔한 스마트폰조차 사주지 않으셨던 부모님과 폴더폰에 유선 이어폰을 꽂고 카게프로를 듣던 내가 창문 너머 등굣길에 비친다.
이젠 그 중학교 시절을 넘어, 고등학교 시절마저 지나버린, 그야말로 '썩어버린 소년'이 되었지만, 그래도 가끔은 그 시절이 그립다고 생각한다.
입시도 주머니 사정도 전부 걱정 외의 일이었던 그 여름, 푹푹 찌던 아스팔트 등굣길과 아지랑이.

아무래도 난 아직도 그 시절의 헛것을 보는 것만 같다. 늘 그랬듯이,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처럼.

┌

「이제 어른이니까」
라는 말을 들어서, 헉 하고 놀라는 일이 있습니다.
태어나 자란 환경도, 개성도 특징도 각자 다르다고 말하지만,
우리들은 어느 시기부터, 한 묶음으로 「어른」으로 취급당하게 됩니다.

분한 일입니다.
언제부턴가, 되고 싶지도 않았던 「어른」 같은 게 되어버렸으니까요.

┘

좋은 말이네, 라고 생각하다가도 문득 떠오른 기억엔, 언젠가 들었던 생각이.

'언젠가 저 소개문이 맘에 드는 날이 온다면, 그땐 나도 뭔가 달라져 있지 않을까.'

글쎄, 달라진 거라곤 조금 더 나온 아랫배와 더 처량해진 신세밖에 없다.

언젠가 한번 카갤에 쓴 글이 있던 것 같은데, 찾아볼까 싶다가도 애써 덮어버린, 지나간 수많은 여름들의 꺼풀을 열어버릴 것만 같아 관두기로 했다.

이곳은 하나의 무덤이고, 난 지금 시체 하날 더 묻고 있다. 나한텐 세계를 루프하는 재주같은 건 없으니, 이렇게라도 과거를 묻어둘 수 밖에 없다.

메카쿠시단을 좋아하게 된 계기에 대해 생각해보면, 그 시초엔 지금은 부끄러운 중2병스러운 망상이 있었다.
폴더폰에 이어폰을 끼우고 혼자 노래만 무한반복으로 듣고 있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덜 부끄럽게 생각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고맙게도 다가와준 친구들이 있어 외롭진 않았지만, 항상 뭔가 허전하단 생각을 지우지 못했던 여름방학의 시간을 떠올릴 때마다,

난 어쩌면 그 과분한 일상마저 넘어서 그 이상의 것을 내심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늘 그랬듯이, 항상 쓰고 싶었던 말들이 유일하게 마음이 들지 않는 순간이 바로 이 순간이다.
1년동안 가득 채웠던 내 안의 고름주머니는 오늘도 결국 개운하게 짜내지 못한 채 찝찝하게 남을 예정이다.

2017년의 나에게,

칙칙한 체육복 셔츠를 입고 항상 교실 구석에 엎드려 있던 나에게.

기대만큼 멋지진 못했고, 못하고, 앞으로도 못할 나에게.

그래도 뭔가 걸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이제 나에게 남은 거라곤 그야말로 '리마인드 블루' 뿐이다. 이게 나의 마지막 '블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