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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산의저녁

한국재난방송(2.58) 2021.04.23 00:17:03
조회 167 추천 1 댓글 0
														

야산의 저녁1

 

주말의 끝. 수 많은 직장인들이 인생무상을 느끼는 어느 일요일의 저녁이었다.

이곳 양산의 숨겨진 명산이라 불리는 능걸산이 있다. 신라 진성여왕의 능(陵)으로 추정되는 곳이 있어

‘능걸’이라 부른다. 783m의 그렇게 크지 않은 산이지만 먼 곳에서 찾아오는 사람도 꽤 있다. 그게 어떤 이유이던 말이다. 나도 어떤 소문에 이끌려온 등산객이었다.

 

삑 -

 

“감사합니다!”

 

주말 저녁시간 대에 한적한 버스정류장에 내리는 사람은 남자 혼자였다. 노을 지는 하늘을 보며 아파트 뒤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헉, 헉

 

“이게 산이라고 힘드네”

 

남자는 거친 숨소리를 내며 흙길을 팍팍 밟으며 걸었다. 아파트 뒤편으로 통하는 산책길을 따라 올라가면 갈림길을 지나 소나무숲이 나온다. 나이를 헤아릴 수 없는 높은 소나무 사이로 햇빛이 조금씩 들지만 낮에도 어둑어둑한 곳인데, 해가 지는 지금은 깜깜한 것이 거의 밤과 같다.

그리고 어두워지는 밤이 되어서야 조금씩 들리는 소리들이 있다.

 

데스- 데스-

 

남자는 길을 벗어나 소나무숲 중간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허리를 쭉펴고 빙글빙글 허리운동을 하자 우득우득소리와 함께 시원하단 표정을 짓는다. 이내 매고 있던 가방을 내리고 랜턴을 꺼내 약하게 켜놓는다. 남자의 오른편으로 200m 떨어진 곳에서도 희미한 불빛이 생겨난다. 뒤쪽으로는 저벅저벅하고 가까이 오던 발걸음이 남자의 랜턴 불빛을 보고 멀어져 간다.

이곳의 역사는 오래되지 않았지만 서로 얼굴을 보지 않고 거리를 두는 것이 방문객들이 지켜왔던 암묵적인 예의인 것이다.

 

사삭-

 

불빛을 보고 작은 생명체들이 다가온다. 녹빛 적빛을 띠는 눈을 가진 것들, 실장석 두 마리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가방에서 2L짜리 보온병 하나, 2L생수통, 접이식대야, 건빵 한봉지, 콘페이토 한봉지를 꺼낸다.

가방을 닫으려다 다시 손을 깊숙이 집어넣어 물티슈도 꺼낸다.

 

‘뒷처리는 깔끔하게 해야하니까’

 

[데프픗, 데스 데슷!]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실장석들은 뭐라뭐라 말한다. 린갈이 없어도 알아들을만큼 노골적이고 뻔한 이야기다.

 

“잠시만 기다려주렴”

 

핸드폰의 린갈어플을 실행시키며 남자는 생각에 잠긴다. 처음 이 산에 온날을 떠올리면서

 

 

 

야산의 저녁2

 

그날은 친구와 등산약속을 잡은 날이었다. 나이가 30줄에 들어서니 술을 먹어도 잘 깨지 않고 과식하면 속이 더부룩하니 체력도 옛날 같지 않아 미리미리 관리를 해야겠다 싶어서 시작한 등산이었다.

주말이 늘상 그렇듯이 12시즈음 일어나 대충 점심을 먹는둥마는둥해서 짐을 챙기고 씻고 나서면 3시가 된다.

느즈막히 가서 막차를 타고 돌아올 예정이었다. 갈 곳은 친구가 고른 무슨무슨산이라는데 아무렴 상관없었기 때문에 듣고 금방 잊어버렸다.

 

“야 시발 오랜만이다 야”

 

“이 새끼 잘 먹고 다니나 보네 챙기라고 했던건 잘 챙겼고?”

 

“그래 임마 산에 가는데 이건 왜 필요한건데”

 

다 쓸데가 있다며 피식 웃은 친구는 버스로 올라탄다. 나는 더 물어보려던 말을 삼킨다. 휴게소에 들리는 일 없이 나아가던 버스는 이내 어느 시 터미널에 도착하고 버스에서 내린다. 밖의 시원한 공기를 맞으면서 심호흡을 하며 잠을 쫓아낸다.

 

“야~ 공기 맑다”

 

흐린날이라 더 어두워진 산길을 오르면서 친구에게 묻는다.

 

“여기 유명한데도 아닌데 왜 온거냐?”

 

가기 전에 물어보는 것도 아닌 도착하고 한참 뒤에 아무렇지도 않게 물어보는 사이. 무관심속에 믿음이 있는 이십년 지기 친구와는 그런 사이이다.

어느덧 해가 다 지고 소나무 숲길에는 어둠만이 가득했다. 그 사이로 희미하게 낮은 소리가 들려온다.

 

데슷 데슷-

 

“다 왔다. 가져온거 꺼내고 저 옆에 자리잡자”

 

친구와 나는 길 옆에 자리 잡고 랜턴을 희미하게 켜고 챙겨온 건빵과 젤리, 별사탕 봉지를 꺼내 한 쪽에 두었다.

 

데스 – 데프픗

 

어느덧 가까워져 온 실장석의 소리. 실장석은 지저분하다. 실장석은 도움이 안 된다. 이런 일반인들의 인식만 가지고 있던 나는 친구가 무엇을 할지 정말 궁금했다.

 

“다 꺼냈는데 이제 뭐하면 좋냐? 랜턴을 왜 이렇게 켜놓는거야 보이지도 않게”

 

“주변을 둘러봐 희미한 불빛들 보이지? 여기서는 이게 룰이야”

 

그 말대로 숲속에는 두 셋정도 유심히 보지 않으면 놓칠 정도의 불빛들이 보였다. 대체 산속에서 뭐하는데 사람들이 모이는지 물어봤지만 친구는 기다려 보라며 대답해주지 않았다.

이내 풀숲을 헤치고 실장석들이 다가왔다.

 

 

 

 

 

 

 

 

 

야산의 저녁3(完)

 

 

“어, 어 야! 이거”

 

친구는 내게 손을 들어 조용히 시킨 후 린갈을 꺼내 실장석과 협상을 하는 듯 떠들어댔다.

 

“그래 임마 우리 둘이니까 너네 넷”

 

[대가는 가져온 데스우?]

 

“건빵 두 봉지 젤리 두 봉지면 충분하잖아 임마”

 

실장석은 잠시 고민하는듯 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협상이 끝난 데샤아앗 친구들은 나오는 데스읏!]

 

말이 끝나자 풀숲에서 다른 실장석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낸다.

 

“어.. 어? 야 이거 ..”

 

그렇게 모인 네 마리의 흑발실장석들. 실장석과 인간의 교배로 태어났으며 보통 사살된다고 알고 있었다. 이렇게 여러 마리가 있는 곳은 상상하지도 못해 당황했다.

친구는 능숙하게 않게 한 마리씩 잡고 옷과 팬티를 벗겨 여러 장 겹친 물티슈를 총구 속에 넣고 닦는다.

 

[데흣♡ 데흣♡ 과격한 데스우♡]

 

“야 시발.. 너 직스충이었냐?”

 

“무슨 생각하는지 알겠는데 흑발은 다르다고 얼마나 쫄깃한데”

 

친구는 두 마리를 내 앞에 내려놓고 나머지 실장석중 한 마리를 들고 바지 위로 내리눌렀다.

 

[데겍, 게헥, 가버리는 데스으으읏♡♡]

 

축 늘어진 실장을 내려놓고 나머지 한 마리를 들어 행위를 지속한다. 그리고 다가오는 실장석을 들어 나도...

 

 

 

혀를 빼물고 늘어진 실장석 세 마리 앞에 건빵봉지를 던져놓고 일어나며 생각을 마쳤다. 이곳은 그런곳이다.

처음, 키운 정 때문에 죽이지 못하고 이곳에 흑발을 쏟아버린 어떤 주인과 그 실장들이 죽기전에 우연히 마주친 등산객이 직스충이었고 새로운 생존방법을 배운 실장석들이 얽히고 얽혀 직스명소로 떠오른 것이다.

늘어진 실장석들은 양 눈이 녹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종종 찾아오는 사람들의 욕망 덕에 이렇게 개체수가 유지된다.

운동능력과 지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그리고 세레브하지 않은 일반실장은 도태되어 흑발만의 낙원이 유지되는 것이다.

 

인간의 추잡한 욕망이 계속되는 이상 영원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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