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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에밀 시오랑: 도덕은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다

ㅇㅇ(1.247) 2024.05.06 15:25:54
조회 140 추천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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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이 무엇이고 악이 무엇인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는 의미의 상대성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선이나 악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선이 무엇인지 악이 무엇인지 모르면서도 어떤 행위에 대해서 선하다거나 악하다고 규정한다. 만일 무슨 근거로 내가 그렇게 말하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본능적인 윤리적 기준에 따라 평가하지만, 뒤에 다시 생각해보면 어떤 정당성도 찾을 수 없다. 도덕은 점점 복합적이고 모순적인 것이 되었다. 왜냐하면 도덕은 삶의 질서 속에서 형성됨과 동시에, 삶의 생생하고 비이성적인 경향과는 단절된 초월적 영역 속에서도 결정이 되기 때문이다. 도덕을 세울 방법은 없다. 선이라는 단어는 구토를 일으킨다. 그만큼 퇴색했고 의미하는 바가 없다. 도덕률은 우리로 하여금 선이 승리하도록 노력하라고 명령한다. 어떤 방법으로? 의무를 이행하고, 존중하고, 희생하고, 겸손하고 등등. 나로서는 그것이 모호하고 의미가 없는 말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 앞에서 도덕 원칙들이란 얼마나 공허하게 보이는지……. 차라리 기준 없이 사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어떤 기준도, 형태도 원칙도 없는 세상, 그렇듯 불확실한 세상을 나는 원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그 어떤 규범보다도 기준들이 우리를 괴롭히니까. 규범의 정당성에 대해 토론을 벌이는 것이 의미를 잃어버리는 공상과 꿈의 세계를 나는 상상하고 있다. 현실이란 본질적으로 비이성적인데, 선과 악을 나누는 것이 무슨 소용 있으며, 어떤 것을 구별하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덕이 영원히 남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쾌락과 사소한 만족과 죄악이 이긴다고 해도, 결국 영원히 남는 것은 선행과 도덕행위뿐이라고 확신한다. 잠시 비참하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지만, 그것이 지나고 최종적으로 승리하는 것은 선이며 미덕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만일 영원성이 일시적 만족과 쾌락을 쓸어버린다면, 미덕이나 선행 그리고 도덕행위 역시도 쓸어버린다는 사실을. 영원한 시간 속에서는 선의 승리도 악의 승리도 없다. 모든 것이 폐기된다. 영원성을 명분으로 쾌락주의에 비정한 선고를 내리는 것은 넌센스다. 내가 고통을 받는다고 건강한 사람보다 더 오래 살아남겠는가? 어떤 사람이 고통 속에 웅크리고 있을 때 다른 사람은 관능 속에 뒹굴고 있다는 사실에 객관적인 차이는 무엇인가? 고통을 받든 받지 않든, 없음은 무차별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영원 속으로 우리를 삼켜버린다. 영원성을 향한 객관적 접근이라는 말은 있을 수 없다. 단지 주관적 감정, 즉 시간을 불연속적으로 경험하며 생기는 주관적 감정을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인간이 만든 무엇에도 최종 승리란 없다. 더 아름다운 환상이 있는데 도덕적 환상에 취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도덕적 구원은 영원히 남게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도덕행위가 시간 속에 무한히 메아리치며 울린다고 말한다. 거짓말이다. 소위 미덕을 갖춘 사람들은실상 단순한 비겁자들이지만쾌락주의자들보다 사람들의 기억에서 훨씬 빠르게 사라진다. 설령 반대의 경우라도, 몇 년 더 이름이 남아 있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충족되지 않는 욕망들은 잃어버린 삶의 기회들이다. 나라면 고통의 깃발을 흔들면서 방탕이나 사치를 금지하지 않을 것이다. 보잘 것 없는 인간들이나 쾌락의 종말을 운운하도록 내버려두자. (중략) 그렇더라도 후에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도덕이 추구하는 목표는 오로지 우리의 인생을 잃어버린 기회로 만드는 것뿐이다.

― 「절망의 끝에서」 중 '영원과 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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