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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자유주의와 철학 (1)

헌드레드필드프라이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07 23: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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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페는 칸트, 데카르트를 (더 나아가서는 플라톤까지) 오스트리아학파의 정신으로 삼는다. 문제는 호페가 칸트와 데카르트를 충분히 그것도, 각 철학자들의 철학을 온전한 전체 체계를 근거로 삼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로지 일부분만을 도려내서 이를 오스트리아학파에 덧씌울 뿐이다. 이는 오스트리아학파의 체계를 탄탄히 하는 것이 아니라, 약화시킬 뿐이다. 왜냐하면 이는 칸트와 데카르트 등이 갖는 한계도 계승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더 심각한 점은, 각 철학자의 온전한 체계를 고려했을 떄 그것이 정말로 오스트리아학파의 기본 핵심 주장과 결부될 수 있는지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1)


만약 호페가 플라톤을 오스트리아학파와 맞붙이기 위해서는 플라톤으로부터 가져올 수 있는 것은 이데아, 즉 경험세계를 넘어선 초월적 세계다. 문제는 플라톤의 이데아론은 중기 외에는 부각되지 않는다는 사실, 플라톤과 이데아가 마치 등식인 것처럼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탈각된다. 플라톤의 후기 철학인 <필레보스>와 <법률>에서 이데아는 한참 후퇴한다. 더욱이 <필레보스>는 좋음을 이데가 아닌 우주를 생성하는 힘과 원리에서 찾는다는 것, 더욱이 그 논지 전개가 너무나 난해하다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과연 플라톤의 핵심이 이데아인지 자체가 문제거리다. (플라톤의 <필레보스> 편역자인 도로시아 프레데는 이를 연옥에 비유한다.) 플라톤을 이데아의 화신으로 여기는 논리는 신플라톤주의, 그리고 유니테리언에 의해서 강조된다는 사실을 과연 호페는 얼마나 고려하고 있는가?


(2)


칸트를 끊임없이 소환하는 호페의 논지는 오스트리아학파에 치명적이다. 물자체를 해명하지 못하는 칸트, 순수이성비판과 실천이성비판의 간극, 그리고 이를 메우려는 판단력 비판의 부조응은 칸트철학 체계를 근본에서부터 위협한다. 그렇다면 이미 체계 자체가 위태로운 칸트를 오스트리아학파에 적용하려는 시도는 역설적으로 오스트리아학파를 부실한 것으로 만들뿐만 아니라, 심지어 모욕적이기까지하다. 학문이란 실재 세계를 다루는 하나의 앎Wissenscahft이다. 그러나 물자체를 세우고 현상만을 논하는 자세는 학문이 성립할 수 있는 조건을 앗아간다. 과연 호페는 오스트리아학파의 학문적 토대가 흔들리기를 바라는가?


더 심각한 문제는 칸트에게서 빼내올 것이 얼마없다는 사실이다. 초월론적, 즉 경험에 기반하여 오성을 통한 추론이라는 무미건조한 이론은 수용할만하다. 그런데 그 이상으로 배울 게 없다. 왜냐하면 칸트 이후로 더 많은 논의가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과연 칸트의 시공간범주는 얼마나 유용한가? 시공간범주를 통해 우리가 인식한다는 칸트의 주장은 옳다고 말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시공간 범주가 무엇이냐에 대해서 칸트의 설명은 부실한 것이며, 더욱이 이후로는 그 범주의 설명을 더 명쾌하게 설명하는 논리가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그 주장은 미제스 본인이 다른 철학자를 꺼내서 설명한다. 호페는 그 철학자의 이론도 고려하는가?


시간은 어떻게 이해되는가? 시간의 이해는 개념적일 수 없다. 직선상에서 하나의 점으로 규정된 현재는 궁극적으로 시간의 개념적 정의를 정의불가능하게 만든다. 발생적 현상학과 정태적 현상의 모순을 해결하려는 후설의 시도를 비판하는 데리다가 말하듯, 현재를 정의하는 그 순간 거기에는 직전의 과거, 즉 파지Retention이 개입된다. 아무리 현재를 무한하게 가르더라도, 거기에는 아주 또 미세한 파지가 개입된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현재를 개념적으로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현재는 무엇으로 규정되는가? 베르크손을 따라 미제스가 말하듯 그것은 우리의 의지, 우리의 행동이 현재를 창조한다. 행동하려는 의지가 지금을 만들고, 그로부터 사고작용이 후행하여 시간의 체감을 미분화, 분석화하여, 즉 공간화하여 과거와 미래의 이해를 만드는 것이다.

공간도 동일하다. 직선상의 부피, 두께없는 도형을 그릴 수 없다. 아무리 그 길이가 무한소로 수렴하더라도, 끊임없이 유한한 길이가 남고, 그로부터 공간의 이해는 항상 실재의 공간와 불일치한다. 애초에 베르크손이 말하듯, 공간의 분석, 길이라는 수치화는 목표를 추적하려는 행동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닌가?


이처럼 현존과 현전의 분리 때문에 표상과 실재의 괴리는 해소될 수 없다. 우리의 이성은 현실을 축약한 하나의 부분이며, 현실과의 차이는 결코 이성을 메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수렴화의 한 '과정'으로서만이 최종적으로 지향될 뿐이다. 과연 호페는 이를 얼마나 받아들이는가? 아니 고려는 하는가? 호페의 철학사적 결핍은 철학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지만 오스트리아학파도 초라하게 만든다.


(3)


호페는 분명히 오스트리아학파를 데카르트 전통에 편입한다. 코기토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코기토의 약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코기토의 방법적 회의는 충분히 자신을 방법적 회의하는가? 코기토는 얼마나 명석판명한 것인가? 우리는 피에르 가상디가 지적하는 신과 코기토의 순환논증을 고려할 필요는 없다. 더 중요한 것은 눈이 자신을 분석할 수 없듯, 코기토를 코기토 그 스스로를 분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코기토의 난맥은 그 스스로가 전혀 방법적이지 않다는 데 있다. 인식은 인식대상(의 관념)을 반드시 포함한다. 이것이야말로 코기토보다 더 근본적인 선험이자, 반박불가능한 자기진리적 공리다. 왜냐하면 존재자가 '먼저' 상정되지 않고서 무언가를 사고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코기토는 그 존재자 그 자체를 입증할 수도, 규정할 방법이 없다. 인식이란 주어진 것으로부터 시작할 뿐, 주어진 것이 어디서, 어떻게 주어졌는지 그 자체를 분석할 수 없다. 그렇다면 그 인식대상은 정말로 인식주체의 외부세계가 실재하는가? 이는 전혀 입증할 수 없다. 그렇다면 코기토는 어떻게 명석판명의 근거가 될 수 있는가? 신을 들먹여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신이 있다는 신의 관념이 머리에 있다는 것이 신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데카르트의 코기토는 지식이 아닌 유아론을 증명하는 것이다.자기 머릿속에 있는 것이 실재한다는 것은 이 세계를 자기 머리로 창조하거나 혹은 실재로 마법처럼 창조할 수 있는 신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유아론에서 코기토는 의미가 없다. 정확히는 모든 것이 명석판명하기 때문에, 무엇이 명석판명하다는 말도 할 수가 없다.


놀랍게도 데카르트는 명석판명의 정도가 있다는 것을 주장한다. 덜 명석판명한 것, 그리고 더 명석판명한 것, 그리고 그 정도가 있다는 것은 자신이 신이 아니라는 것이다. 더 큰 문제점은 명석판명의 정도를 스스로가 규정할 수 있는 기준이 없다는 사실이다. 스스로가 명확하게 신을 통해서라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명석판명의 정도가 있다는 것, 그것은 코기토를 지식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데카르트 철학의 근본적 약점으로 지적될 수 밖에 없다. 만약 코기토가 외부지식의 근거라고 생각한다면, 그 기준은 해체된다. 이미 실재를 코기토로 증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명석판명의 뒤떨어짐이고, 표상과 실재의 영원한 분리의 해소불가능성이다.


여기로부터 데카르트의 모든 회의가 다시 회의된다. 악마가 자신을 속였다는 것을 데카르트는 얼마나 회의하는가? 모든 것을 속이는 악마가 존재한다고 가정하지만, 그래서 실제로 그 악마가 존재하는지, 악마가 우리의 인식을 조작한다고 조작하는 악마의 존재, 그리고 또다른 악마의 존재는 없는지 데카르트는 말할 수 없다. 이미 악마라는 분명한 실재, 인식대상이 있지 않고서는 그 모든 인식도 논의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감각을 속인다는 가정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역설적으로 정말로 감각이 속여지는지를 먼저 입증해야 한다. 감각, 육신, 진리가 정말 거짓이라는 것을 거짓이라고 회의하는 자가 입증해야 하는 것이다. 코기토는 자기의 명증성을 주장할 때마다 입증불가능한 실재를 계속해서 요청하는데, 그 실재가 거짓이라고 말한다면, 도대체 그 거짓성은 무엇으로 입증할 것인가? 그 거짓성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도대체 코기토는 어떻게 가장 명증한 진리가 되는가? 이러한 사실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단 한번의 방법적 회의를 끝까지 밀고간다면 위에서 말한 코기토의 자기한계에 도달한다.


코기토는 분명히 참이다. 코기토는 명석판명한 것이고, 반박불가능한 자기진리적 진리다. 문제는 그것이 그토록 명증한 까닭의 이유가 코기토 그 자체에 의해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코기토를 정말로 진정 참되게 만드는 것은 다른 과정에 있다. 그리고 이는 코기토를 인식의 주체로 삼는 철학이 거꾸로 뒤집혀야 한다는 것이다. 즉 주체가 진리를 보는 것이 아니라, 진리가 보이는 것이다. 진리가 사태가 인식을 만드는 거이지, 인식주체가 인식을 만들지 않는다. 인식의 진정한 주체는 진리, 그리고 진리 그 자체인 사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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