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거리를 걷는 것을 좋아한다.

알고 있는 사람이 없는 밤을 해파리처럼 둥실둥실 떠다니면 평소와는 다른, 누구의 눈도 신경쓰지 않는 자신으로 있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컬러풀한 네온 속을 걷고 있는 것 만으로도 뭔가 자신까지 빛나는 존재가 된 것만 같아서.

가을의 온도로 변한 10월의 시부야는 평소보다 투명해서 타닥타닥 무의미하게 스텝을 밟아나가는 내 발걸음 소리가, 차가운 콘크리트에 맑게 울려 퍼진다. 아무래도 오늘의 나는 그럭저럭 기분이 괜찮은지, 휙하고 날아오르듯 연석을 뛰어넘어 평소라면 오르지 않을 길을 따라 도겐자카(*시부야의 지명)로 오르기 시작했다.

밤 10시. 아마 이 법치국가 일본, 16세의 여고생이 걷기에는 슬슬 너무 늦은 시간이지만 이렇게 자신이 아닌 자신이 되는 시간이 내겐 필요했다.

회유어처럼 바쁘게 나아가는 사람들의 물결이, 나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옆을 지나쳐 가는 것이 좋다. 연령도 성별도 좋아하는 색도 첫사랑의 이름을 꺼내면 간지러워 하는 곳까지 전부 다른데 한 사람 한 사람이 똑같이 물의 입자처럼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이, 뭔가 살짝 귀엽게 보였다. 봐, 저기에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머리를 바짝 깎은 우락부락한 아저씨도, 또, 저쪽에서 푸른 트랙 재킷을 입고 자신만만하게 걷고 있는 레이와에요~라는 느낌의 금발 소녀도, 섞여버리면 물의 흐름과 마찬가지다. 물살을 타듯 나는 사람의 바다를 떠다녔다.

고데기로 부드럽게 안으로 감은 머리끝을 밤바람이 흔든다. 세상에 스며들기 위해 선택된 무난한 디자인의 치맛자락이 아찔하게 흩날린다. 저는 당신의 세계를 해치지 않아요, 그러니 당신도 저를 찌르지 말아 주세요. 철저히 수동적인 주장으로 가득찬 소극적인 패션이야 말로 내 전투복이다.

"ㅡㅡ해파리라는 생물은, 스스로 헤엄칠 수 없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수족관에서 들었던 사육사의 설명을 가끔씩 떠올린다.

"자신의 의지도 없이, 물에 휩쓸려 떠다닐 뿐입니다."

직감적으로.

나는 해파리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태양이 닿지 않는 바다 아래에선, 빛을 반사하는 것조차 할 수 없는, 덧없는 생물이지요."

스스로 헤엄칠 수 없고, 떠다니기만 할 뿐.

특별해져서 반짝반짝 빛나다니, 말도 안 된다.

하지만 어쩐지 미워할 수 없다고 생각한 건, 떠다니는 내가 해파리를 닮았다고 생각했기에.

"하지만, 해파리라는 생물은, 정말 대단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ㅡㅡ!"

그리고ㅡㅡ내가 해파리와 닮았으면 좋겠다고.

그런 것을 생각할 수 있었던, 계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