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일단 스페인 공화국 수립부터가 헌법적 정당성이 없었음. 혁명으로 왕정을 몰아내고 수립된 건 그렇다 해도 일단 민주공화국인 이상 정부 수립이나 헌법 제정같은 과정에서 명백하게 국민의 의사를 거치는 과정에 필요한데(우리나라 5.10 총선처럼) 그런 절차 없이 그냥 우파가 지리멸렬할 때 중도(급진당 등)랑 좌파가 정치적 합의만 했음. 이 문제 때문에 왕정복고 과정에서는 헌법 제정 과정에서 국민투표를 꼭 거침.
2. 1934년 아스투리아스 혁명은 사실 좌파가 2년동안 계획했고 스페인 50개 중 20개 주에서 들고 일어난 반란이었음. 오히려 준비기간이나 그 치밀함만 보면 스페인 내전 당시 군인들을 능가함. 좌파 역시 따지고 보면 공화국의 헌법과 법률을 전혀 존중하지 않았음. 더 심각한 건 1936년 좌파가 집권한 후 이 당시 혁명에 가담했다가 감방에 갇힌 반란 가담자를 대거 사면하고 배상보상하거나 원래 직장으로 복직시키는데 특히 직장 복직은 혁명 과정에서 가족들을 죽인 살인범을 복귀시키는 거라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던 대통령 알칼라 사모라가 반발했음.(이 놈은 이 직후 좌파가 탄핵시킴) 여기에 진압군으로 참여했던 군인들은 예외적으로 반란 세력을 상대로 잔혹행위를 벌였다면서 처벌했는데 이는 어찌보면 스페인 내전 승리 이후 프랑코가 공화파를 반란죄로 다스린 것의 원조 격이라고 할 수 있음.
3. 스페인 내전의 계기 중 하나는 1936년 좌파 인민전선이 이겼기 때문인데 이것도 사실은 부정선거로 이기긴 했음. 정확히 말하면 과반수 차지까지는 별 문제없어 보였지만 좌파가 여기서 우파 후보를 협박해서 사퇴시키고 개표 과정에서 폭도들이 난입해서 개표를 개판으로 만들어서 당선되거나 아니면 좌파가 이미 과반수 의석을 차지해서 지배적인 위치를 점한 후 다시 재선거를 통해서 집권했기 때문에 좌파는 2/3 이상의 의석을 차지해서 좌파들이 단합하면 개헌도 가능하게 되었음. 같은 승리라도 단순 과반하고 2/3 넘기는 건 의미가 다르지.
4. 스페인 내전 이후 좌파는 특히 안달루시아 지방에서 혁명 비슷한 걸 일으키는데 이 과정에서 농민들이 대대적으로 지주들의 토지를 무단 불법점유함. 문제는 공화국이 엄연히 사유재산권을 헌법적으로 보장함에도 불구하고 이 때 지주들은 법적, 행정적으로 그 어떤 구제절차도 밟을 수 없었고 저 농민들의 무단 불법점유 중 적어도 일부는 정부가 사후승인함. 이 때문에 스페인 중에서도 특히 안달루시아에서 좌우 갈등이 가장 심각했고(사실 바르셀로나의 아나키즘의 실질적인 발상지이기도 함)) 내전 중에 군부가 가장 철저히 짓밟은 동네도 어그로가 쏠릴대로 쏠린 이 동네였음.
5. 특히 1936년 스페인 좌파가 보는 민주주의는 우리가 보는 민주주의랑 전혀 달랐음. 우선 공화국 수호와 반파시즘이라는 미명 하에 이전 왕정제보다 더 검열을 엄격하게 실시했고(이건 31년 공화국 수립 이후부터) 얘들이 보는 민주주의는 그냥 파시즘 세력(우파, 중도, 가톨릭)가 아닌 우리들(좌파, 공화좌파부터 공산당에 이르기까지)끼리만 해먹자는 말을 달리 표현한 것에 지나지 않았음. 그랬기 때문에 얘네들은 1933년 선거에서 우파와 중도가 이겼을 때는 오히려 반공화국적이라면서 선거를 취소해야 하네마네 그랬고 나중에 좌파가 집권한 후에는 우파 정당들을 불법화하려고 했음.
이런 관념이 특히 사회당이나 공산당같은 더 좌경화된 세력으로 갈수록 민주주의라는 개념은 '파시즘적 요소가 제거된 새로운 종류의 민주주의'로 변질되는데 이건 이후 '인민민주주의', '인민공화국', 중공식 '신민주주의' 개념의 효시가 됨
6. 결정적인 병크 중 하나는 좌파들이 군경을 장악하기 위해 활동가들 중 경찰 간부 계급을 준 놈 중 하나가 거물 우파 정당 지도자 겸 국회의원인 칼보 소텔로를 백주 대낮에 암살한 거임. 물론 이전에도 좌우파간 정치테러는 빈발했지만 엄연히 경찰 간부가 국회의원을 불법적으로 살해한 건 역대급 대형사고였음(우리로 따지면 대한민국 경찰 SWAT팀이 이준석, 추미애급 거물 정치인을 죽인 격임). 거기에 더해서 장례식을 할 때도 경찰이 군중들을 탄압한 건 기본이고 5에서 말한대로 공산당은 파시즘적 요소가 있는 정당(이미 불법화된 팔랑헤 말고도 다른 우파 정당들을 광범위하게 겨냥한 거였음)을 불법화하자는 법안을 발의해서 기름을 부음.
이 사건 때문에 원래 한줌이었어야 했을 쿠데타가 나라를 반으로 찢어버린 내전으로 커져버림. 완전 좌파는 아니라도 공화국 수호 의지는 있던 중도계열 군인들 중에도, 군인들과 협상 벌이느라 밍기적댔던 카를로스파 중에서도 이 때문에 에라 모르겠다식으로 쿠데타에 가담한 사람들이 꽤 되었음. (군 최선임이라서 프랑코 이전에 바지사장으로나마 수장 자리를 해먹은 카바네야스처럼)
7. 사실 스페인 내전은 프랑코가 주도한 게 아니었음. 프랑코는 카나리아에 유배당하다시피 한 처지라 주도할 입장도 아니었고 대다수 장성들과 마찬가지로 반란에 참여하겠다고 해놓고 그냥 간을 보면서 심지어는 공화정부에도 '군에 반란이 일어날 거 같은데 니들이 제대로 해야 한다'는 식으로 정보를 흘리는 이중플레이를 했음. 그런데 7월 14일 6의 칼보 소텔로 살해 사건을 계기로 자기가 반란을 안 일으켰다가는 좌파에게 죽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진짜 반란 지지로 돌아서서 7월 17일 스페인 내전이 터짐.
8. 좌파의 병크 중 하나인 내전 발발 직후 아나키스트와 사회당 내 극좌를 중심으로 벌어진 대대적인 적색테러는 사실 공화정부가 인민들에게 무기를 뿌리는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에 일어난 거였음. 이 때 무기를 주로 얻었던 이들이 아나키스트들과 노조 활동가, 극좌 등에게 주로 유입되었고 얘네들이 단순한 우파 성향 시민들을 상대로 적색테러를 몇 만 명 단위로 일으킴.
그 외에도 궁금한 거 있으면 무물 받음. 참고로 본인은 스페인 내전 관련 역사책을 원서로 보고 번역하면서 공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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