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볼트는 갑작스러운 방문에 놀라 그 자리에 굳은 디플로마트를 어르듯,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갑자기 방문했으니 이렇게 놀라도 이상할 건 아니지, 하지만 이런 분위기를 깨는 것도 선배로써의 역할이다. ... 어떻게 하면 이 아이가 마음을 열게 될까. 체인볼트는 고민에 빠졌다. 이윽고 체인볼트는 홀로그램 멘포에 번쩍거리는 \갈증/ 이라는 한자를 홀로그래피를 띄웠다.

확실히, 그윽함과는 거리가 있는 직설적인 표현이다. 만약 재수없게 이 아이에게 적의가 있다면, 꼬투리를 잡힐 지도 모른다. 하지만 서로 마음을 털어놓지 않으면 선배로써의 모범을 보일 수 없다. 체인볼트는 정치나 아부로 출세하는 추태와는 거리가 먼 남자며, 그의 가장 큰 무기는 진심이 담긴 말이다.

"임무도 중요하지만 차라도 한 잔 하지 않겠는가."

이윽고 디플로마트는 조금 긴장이 풀린 듯, 잔뜩 굳은 표정을 풀며 오이란에게 차를 내오도록 지시했다. 체인볼트의 하이테크 멘포 뒤로 잔잔한 미소가 피어 올랐다. 앞길이 밝은 젊은 닌자들을 지도하는 것은, 그에겐 가장 보람찬 일이니까.

"그랜드 마스터 퍼거토리의 명령은 확실히 중요하다."

체인볼트는 디플로마트의 얼굴을 주시하며 살짝 과자를 들어 베어 물었다. 곧이어 디플로마트도 체인볼트의 박자에 맞추듯, 과자를 들어 한 입 베어문다. 춤을 추는 남녀가 박자를 맞추듯, 두 사람의 행동엔 긴장감이 깃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곤란해 하면, 나로써도 괴롭지 않겠나."

"하이" 디플로마트는 침을 꾸욱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모습을 지켜보던 체인볼트의 멘포는 은은하게 반짝이며 후배라는 칸지 홀로그래피를 띄우기 시작했다. "너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욱 큰 의무는 후배에게 모범된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는 허심탄회하게 말하되, 넨코를 교묘히 우회하는 표현으로 정곡을 찌르고 있었다.

....

"그래! 오이란. 나미다라고 했나? 너의 마음을 헤아려 주겠다."

체인볼트가 나미다를 바라보며 \후배/의 홀로그래피를 은은하게 빛내자, 나미다는 체인볼트의 뜻을 이해한 듯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 주섬주섬 벗기 시작했다. 두려움! 다실의 격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언행이다. 디플로마트는 그만두라는 말을 하고 싶었으나 왠지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이윽고 디플로마트의 흐려지는 시선에 들어온 것은, 나미다에게 있는 무언가였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우뚝 선 무언가가 자신에게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환 짓수인가?

그런 디플로마트를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나미다는 티끌 한 점 없이 빛나는 나신을 비추며 디플로마트를 뒤에서 와락 끌어안았다. 그 순간까지 걱정스레 지켜보고 있던 체인볼트는 나미다의 표정이 풀린 것을 눈치챘다. 그녀는 장난스레 윙크하며 허용량의 10배 분량을 탄 사실을 체인볼트에게 넌지시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