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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임수연 기자의 <아노라> 단평앱에서 작성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26 09:33:48
조회 1767 추천 20 댓글 2
														

그래, 칸에 왔으면 이런 걸 몇 편 건지고 가야지. 올해 경쟁 부문 라인업이 예년보다 약한 것 같다며 투덜댈 때쯤 관객으로서의 나를 뜨겁게 만드는 작품을 만났다. 개막 전부터 <아노라>가 잘 나왔다는 소문이 돌아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뒤통수를 맞지 않았음에 감사를. 숀 베이커는 아웃사이더의 삶에서 영화적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추출하는 창작자다. 철저한 사전 조사를 바탕으로 하층민의 일상에 깊이 침투하는 만큼 그들이 주류에서 소외되게 된 구조적 맥락, 즉 시스템의 문제가 작품에 깃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특히 성노동은 <스타렛> <탠저린> <레드 로켓>에 이어 올해 칸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 <아노라>까지 이어지며 숀 베이커가 가장 오랫동안 부딪치고 학습해 온 소재 중 하나다. 스트립 클럽에서 일하는 아노라(마이키 매디슨)는 러시아어를 할 수 있는 댄서를 찾는 한 손님의 요청에 응한다. 그가 받아야 하는 손님은 러시아 올리가르히(소련에 속했던 국가들인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에서 국유기업의 민영화 등 자본주의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신흥 재벌 집단) 집안의 아들 이반(마크 에이델쉬타인). 아노라와 이반의 충동적인 혼인신고 이후 이반 부모의 반대는 여타 로맨틱 코미디라면 진정한 사랑을 막는 장애물 정도로 기능하겠지만, 이건 숀 베이커의 영화다. 스크루볼 코미디 장르에 사프디 형제가 미국을 담던 거친 에너지가 숀 베이커의 아웃사이더를 만난 <아노라>를 단순한 신데렐라 스토리로 상상하는 것은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꿈과 희망이 가득한 디즈니랜드에 놀러 가고 싶은 무해한 어린이들의 동화로 예상하는 것만큼이나 간극이 크다. 성노동자의 일과를 노동자의 그것과 다르지 않게 묘사하는 <아노라>는 주인공이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계급을 벗어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와 동시에 관객이 그의 처지에 관심을 게끔 만든다. 아노라가 이반의 세계에 초대받는 광란의 일주일을 보여주는 감각적인 편집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섹스신까지도)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을 자극하며 그의 동요에 몰입하게끔 이끈다. 때문에 아노라가 가난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았다고 희망을 품고, 합법적으로 결혼 서약을 맺었기 때문에 이를 지킬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모습은 현실을 모르는 철부지처럼 마냥 다가오지 않는다. 나라고 달랐을까? 하지만 상류층의 권력이 하층민을 착취하며 유지되는 반면 노동자의 협력은 어렵다. 오히려 약자들의 연대를 쉽게 얘기하는 것이야말로 시혜적인 시선이 될 수 있다. 숀 베이커는 성노동자와 그를 이해해 줄 수 있을 것 같은 캐릭터의 교감을 성급히 논하지 않는다. 한편 <탠저린>의 웨스트 할리우드와 <플로리아 프로젝트>의 올랜도에 이어 <아노라>의 브루클린 브라이튼 비치는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http://m.cine21.com/news//view/?mag_id=105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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