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한약사다.
졸업하고나서는 먹고 사는 문제에 봉착하여
주변을 둘러볼 여력도 없다가
이제 약국도 자리잡고 생활이 안정되다보니
가끔 한약학갤에 들어온다.
한약학과 합격한 친구들 보면
약대 붙었다고 두리뭉실 말하는 경우가 있고
한약학과 붙었다고 자세히 말하는 경우가 있다.
내 경험상,
귀찮더라도 주변에 소개할 때
본인이 한약학과에 붙었으며
'한약사'가 된다는 걸 정확히 말하고 다녀야 한다.
한약사가 소수여서 겪는 고충이 바로 정체성 정립이다.
졸업하고 나면 약사들과 같이 일할 일이 많을텐데
아무도 한약사에게 한약사님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약사라고 부른다.
한약사도 약국개설권이 있지만
약사들이 만들어 놓은 거대한 직업적 이미지를
개인이 극복하기란 쉽지 않다.
한약사가 한약을 다루는 약사라는 정의가 있지만
한약사와 약사는 현재 분리된 직능이기 때문에
자신부터 정확히 정체성을 확립해야 방황하지 않게 된다.
나는 졸업하고 약사들과 일을 꽤 오래 했었는데
같이 일하는 모든 분들이
내게 약사님이라고 호칭을 하니.
어느 순간 내가 약사인지 한약사인지
혼미해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정체성이 모호해지면 자격지심이 생긴다.
약사에 대한 열등감, 한의사에 대한 열등감이 그것이다.
내가 겪은 바를 가감 없이 얘기해 주는 거다.
한약사라는 직업에 대한 존재감 자체가
기존 사회에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정체성을 형성할 롤모델이 없고.
스스로 그걸 만들어 가려니
쉽지 않다.
그래서, 학부 때부터
스스로 한약학과를 다니고 있고
한약학과는 한약사를 양성하는 곳이며
의사 카운터로 약사가 있듯
한의사 카운터로서 한약사라는 직능이 있다는 것을
주변에 정확히 말하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
그래야 내가 사회에 나와서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확신이 생기고
자신감 있게 약국을 운영하게 되는 근거가 된다.
약사, 한의사가 한약사보다
돈을 많이 벌고 직업적 인지도가 좋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한약사가 약사 한의사의 하위호환은 아니다.
한약사가 할 수 있는 큰 카테고리( 한약과 일반의약품)를
놓고 보았을 때
약사는 한약탕제를 취급할 수 없고
한의사는 일반의약품 매약을 할 수 없다.
다만, 의사,약사,한의사는 나라에서 수가를 받기 때문에
고유정체성이 쉽게 형성이 되었고 소득수준도 높고
입시점수도 현재는 높은거다.
한약사도 이와 관련해서 끊임없이
투쟁적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입시점수란 것도 시기마다 요동을 친다.
이제 곧 한약사 배출 인원이 3000명이 되는데
한명 한명이 어느정도 사명감을 갖고
직능의 정체성을 선명히 하는데 일조했으면 좋겠다.
한약사는 한약의 전문가이며 약국개설권자이고
한방과 양방을 두루 조화시켜 국민건강에 이바지할 수 있는
어찌보면 유일무이한 보건의료인이다.
나는 예전 약국 개국 초기에
한약사는 어떤 직업이냐는 질문을 받을 때
스트레스를 받았었다.
설명해도 못 알아듣는 경우가 많고
설명하기도 힘드니까.
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한 분 한 분께
직능에 대해 입이 아파도 상세히 설명해드린다.
한약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면허증도 출입문 앞 카드 결제기 위
제일 잘 보이는 곳에 떡하니 걸어뒀다.
나부터 한약사에 대해 끊임없이 알려야
후배님들이 약국이든 회사든
정체성을 갖고 사회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서다.
틀딱이라서 말을 줄이기가 너무 힘든데,
요약하자면,
학부때부터 약대에 속해 있지만,
한약학과, 한약사라는 정체성을
정확히 표현하고 스스로
한약사 홍보자로서의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는 것.
소수직렬이라 이런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환경적인 요인으로 어렵겠지만,
타직능과 비교하지 말고
한약사 자체에 자부심을 갖길.
한약과 양약을 두루 할 수 있는
대한민국에서 단 3000명만 존재하는
희소성 있는 직업인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정말 좋은 직업이잖아.
사족으로 개인적 견해인데,
모대학 한약학과 보니 과잠 뒤에 컬리지 오브 파머시 라고
영문으로 대문짝 만하게
적어놓고 입고 다니던데,
한약학과가 약학대학 소속인 건 맞지만
'한약학과' 와 '한약사' 가 더 강조되는 디자인으로
바꾸면 좋겠다는 생각이 듦.
그 과잠을 보면 약학과 학생으로 보지
아무도 한약학과 학생으로 안볼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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