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에 약국에서 대면으로 판매한 의약품을 전화로 재주문받아 택배로 배송하면 약사법 위반이 아니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판매했던 다이어트 한약을 택배로 또 보냈다가 벌금형을 받은 한약사가 2심에서 무죄 선고됐다.

서울동부지방법원은 최근 약사법 위반으로 기소된 한약사 A씨에 대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한약사 A씨는 지난 2019년 9월 한약국을 방문한 환자 B씨에게 다이어트용 한약 1개월분을 판매했다. 약 한 달 뒤인 11월 B씨가 전화로 1개월분을 추가 구매하겠다고 하자 택배로 배송해 줬다.

A씨는 원심(1심) 재판 중 약국 외 장소에서 의약품 판매를 금지한 약사법 제50조 1항이 헌법에 위반된다면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했지만 1심 재판부가 벌금 100만원을 선고하면서 제청신청을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약국 외 다른 장소에서 의약품 판매를 제한한 것은 의약품 오남용을 방지하고 보관과 유통 과정에서 의약품이 변질되거나 오염될 가능성을 차단할 목적"이라고 했다.

1심 재판부는 "의약품의 주문·조제·인도·복약지도 등 의약품 판매를 구성하는 일련의 행위 전부 또는 주요 부분은 약국 내에서 이뤄지거나 그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방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동일한 상품을 다시 구매한 재주문 건은 택배로 판매해도 약사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A씨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 판단은 달랐다. 재주문 택배 판매가 약국 내 의약품 판매와 "동일하게 볼 수 있는 방법"으로 이뤄졌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전화 주문 후 택배로 판매한 한약은 앞서 환자가 방문한 당시 판매한 약과 내용물, 구성 , 가격 모두 같다. 또한 환자는 다이어트 한약 복용으로 별다른 이상 증상을 호소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로서는 환자를 특별히 추가로 대면해 문진할 필요성 없이 전화 통화로 기존과 동일한 한약을 판매했다고 볼 수 있다"며 "A씨가 전화 통화로 한약을 판매하고 택배로 배송해준 행위는 '의약품의 주문·조제·인도·복약지도 등 의약품 판매를 구성하는 일련의 행위 주요 부분을 한약국 내에서 한 것과 동일하게 볼 수 있는 방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약국 이외 장소에서 의약품을 판매했다고 증명할 수 없다면서 A씨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출처 : 청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