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트와 이계의 왕의 대화가 문득 생각났음.

오버히트에서 이계의 왕이 세계를 멸망시키고 크리스탈을 빼앗으려 한 이유는 창조주인 그랑버스가 이계를 괴물취급하며 도와주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임. 그렇게 서서히 멸망하던 이계는 살기위해 그랑버스를 침략하고, 오염에 잠식된 그랑버스는 이계를 숙적으로 여기며 서로 완전히 죽이는 것 외에는 도무지 해결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됐음.

서로 오해를 풀고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찾았다면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찾을 수도 있었겠지만, 애초에 두 세계 모두 서로의 세계를 빼앗을 생각 외에는 없었다고 이계의 왕과의 대화에서 나트가 말함. 서로 죽일 수 밖에 없음을 알고 나트가 한탄하지만 나트 또한 자신의 세계를 이계의 왕 만큼이나 사랑했기에 결국 자신을 희생해서 이계의 왕을 물리쳤음.


진격의 거인을 본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엘디아와 마레 사이의 관계와 얼추 비슷한 면이 있음. 엘디아는 과거 전 세계를 지배한 대국이였으나 스스로를 벽 안에 걸어 잠구고, 마레는 엘디아에게 핍박당한 소국이였지만 엘디아가 물러난 이후 제국으로 성장하며, 역으로 엘디아인들에게 자신들이 받은 핍박을 돌려주고, 현세대에 와서까지 엘디아인에 대한 극심한 인종 차별 및 학살을 반복함. 하지만 현세대의 엘디아인들은 아무런 잘못도 없었고, 그저 엘디아인의 피가 흐른다는 이유만으로 가축과 같은 삶을 살게 됨. 서로에 대한 혐오의 되물림을 결코 평화적인 방법으로는 끝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주인공 엘런은 전세계 80%의 인구를 죽이는 선택을 함.

그랑버스 vs 이계

엘디아 vs 마레(및 전세계)


어느정도 대응하는 면이 있다고 생각함. 극심한 폭력의 되물림 때문에 그 피해를 아무 죄없는 사람들까지 입게 되었으며 어느 세계건 간에 생명의 가치를 서로 따질 수 없었다는 것과, 그 때문에 서로의 나라 혹은 세계를 멸망시키는 것 외에는 그 해결법이 존재치 않았다는 거임.

물론 오버히트는 좀 더 판타지 세계기도 하고, 엔딩에 와서는 리리스의 희생으로 세계가 완전히 부활해서 서로의 세계 둘 다 해피엔딩을 맞았다는 차이점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