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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 시 「왜 이렇게 가슴 뛰느냐고」읽기

박진성x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11.13 00:52:12
조회 179 추천 4 댓글 0




왜 이렇게 가슴 뛰느냐고

 

 

새 학기에 고 3이 되어야 할 여자 아이는

머리 박박 밀고 입에 마스크 하고 신승훈인가,

이승환인가 요즘 나오는 발라드 가수의 노래를

흥얼거린다 그래노래라도 해라얘야노래라도

자꾸 불러라시어머니 병수발하던 옆 침대

아줌마가 중얼거린다 달포 전 아침부터 토하고

설사해 정밀 검사 받아보니 간에도 폐에도 암은

퍼진 지 오래여서그래도 그 엄마 울고불고

수술은 해야겠다기에거의 배꼽 근처까지 장을

잘랐다는 아이잣죽이나 새우깡 부스러기 먹는

족족 인공 항문으로 쏟아내고또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미치겠다고 제 엄마 졸라 매점 보내고

나서아이는 베개 한쪽에 뺨을 묻고 노래부른다

왜 이렇게 가슴 뛰느냐고왜 이렇게 행복하냐고

6인 병실 처음 들어오던 그날왜 내가 죽느냐고

왜 나만 죽어야 하냐고그리 섧게 울던 그 아이는

 

시집 입이 없는 것들(문학과지성사, 2004)

  

  *

  의미가 아니고 정성이에요시집가는 딸이 아버지한테 잘 살겠습니다’ 하는 그 느낌이 묻어 있어야 해요시 쓸 때 내가 할 일은 정성을 바치는 것뿐이에요.

 

  - 이성복 시론무한화서.

 

  *

  이성복 시인의 시를 이성복 시인의 시론과 함께 읽어 봅니다. “시집가는 딸이 아버지한테 잘 살겠습니다’ 하는 그 느낌”. “6인 병실 처음 들어오던 그날왜 내가 죽느냐고왜 나만 죽어야 하냐고그리 섧게 울던 그 아이”. 가장 흔한 일들이 어쩌면 가장 소중하고 가장 시에 가깝다는 사실을 우리는 자주 잊고 사는 것 같습니다이 시에 무어라 말을 더하겠습니까사소한 풍경이었다가울음이었다가어찌할 수 없는속절없는 우리 삶을 어떤 말로 대신할 수 있겠습니까.

 

  *

  병원 출입이 잦은 저는저 시 속의 풍경과 비슷한 일들을 자주 경험합니다자해를 한 것이 분명한 한 젊은 여자가 팔뚝으로 피를 뚝뚝 흘리며 소리 지르던 새벽저는 가만히 누워만 있었지요사랑에 실패하고 자신을 놓아버린 것이 분명한 정황들모든 치료를 거부하던 그 여자의 표정이 생생하게 기억납니다새벽 다섯 시 즈음남자가 응급실로 오고 있다는 소식을 친구가 그 여자에게 전했습니다그 여자최대한 빨리 자신의 팔에 붕대를 감아달라더군요두 가지 감정 중 하나겠지요자신을 버린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상처를 보이고 싶지 않은 마음이거나 붕대로 시위를 하고 싶은 마음이거나마음은 이렇게도 다루기 어려운 물질입니다그런데 저 시 속의 저 여자 아이는 아직 살아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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