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49%에겐 김컴이 김독자라고 생각한 요소들이 있어서 

김컴은 49%를 그냥 기억 좀 없는 김독자로 봤을 뿐이고,

49%에겐 한수영이 김독자로 생각한 부분들이 없었기 때문에 의심했던 것 같아.

유상아는 알고도 그냥 김독자는 김독자다 이랬던거 같고.

애초에 다들 한강 피크닉 전까지 유상아 빼고 100%가 아닌걸 잘 몰랐고

김독자랑 가장 오래 알고 지냈던 유상아가 평소랑 별 다를거 없이 대하니까

다들 좀 수상하다 싶으면서도 사람이 살다보면 성격 좀 바뀔 수도 있지 하고 넘겼던거 아닐까

유상아는 도서관에서 읽었던 김독자가 보고싶어 했던 엔딩 연출한다고 평소대로 행동했던 걸거고

피크닉 후에 일 터지고 나선 결국 다들 데리러 오기로 했고

그 이후로도 다들 김독자 파편 수집하고 있잖아

뭔가 누군가가 김독자의 안위를 더 신경쓰거나, 덜 신경쓰거나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관점의 차이 같음.

철학자 이름이 생각이 안 나는데 그 철학자가 한 말이 생각나

큰 코로 유명한 철학자A 가 코 성형수술을 했다고 해서, 더 이상 철학자A 가 아닌건 아님.

그냥 코를 성형한 철학자A 일뿐.

왜냐면 '철학자A'라는 사람을 정의하는 필수 요소는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다른 예시를 들자면

지우개를 조각해서 조각상을 만든다고 해도,

누군가에겐 그건 아직도 지우개고, 누군가에겐 더 이상 지우개가 아니라 예술품임.

마찬가지로, 지우개가 글씨를 지우는 능력이 없어지면 누군가에겐 고무 덩어리고, 누군가에겐 지우는 능력이 없는 지우개임.

이걸 전독시에 대입해 보면

51%가 빠진 김독자가, 김컴에게는 멸살법에 관심이 적은 김독자 처럼 보였는데

한수영한테는 49%가 김독자가 아니었던 거지.

비슷한 논제로 '테세우스의 배'라는 개념이 있는데

전독시에서도 이름 언급 없이 몇번은 언급된 논제임.

테세우스가 원정을 끝내고 돌아온 후, 그 배를 전시했는데

세월이 흐르며 배의 나무가 썩거나 보수가 필요할 때마다 부품을 교체했고

어느 시점부터는 원래 테세우스가 탔던 배의 부속품은 전혀 남아있지 않게 되었어

그러면 그 배는 여전히 테세우스의 배 인지, 에 관한건데

비슷한 질문이 아마 3부에서 이수경 설화를 수술할 때 나왔던걸로 알아.

유상아는 그렇게 바뀐 김독자도 김독자다, 라고 생각했었을 뿐이고

한수영은 그렇게 바뀐건 김독자가 아니다 라고 정의했을 뿐이라

뭔가 사상의 대립을 싱숑이 나타내려고 했던게 아닌가 싶은데

문제는 그게 사람 목숨이랑 연관된 것 처럼 보이게 나와서

남은 반쪽은 어쩌고 이 반쪽도 그 사람이라고 주장하는거냐 라던가

그래서 그게 멀쩡한 사람을 칼로 찌를 이유가 되는거냐 라는 이유로

다양한 캐릭터들이 다양하게 욕먹고 있는게 아닌가 싶어

이게 스타스트림의 본질을 생각해보면 조금 더 간단해지는 것 같은데

스타스트림에서 이야기, 기억은 그 사람을 구성하는 전부야.

근데 김독자가 설화 몇개를 누구한테 줘버렸다고 해서 그게 김독자가 아닌 건 아니란 말야?

한수영이 아바타 만들면서 기억이랑 자잘한 설화 몇개를 잃어버렸다고 해서 더 이상 한수영이 아닌 건 아니듯이

본편의 유중혁도 엄밀히 말하자면 독자가 알고 있는 유중혁의 50%고. 얘는 근데 회귀 횟수가 너무 많아서 티도 거의 안 난거 같지만

그래서 51/49 김독자 문제는 멀쩡히 살아있고 외로이 갇혀있는 김독자를 안 데리러 간 거라기 보다는

갑자기 김독자 건강이 악화되어서 붕괴되기 전까진

김독자 기억이 반쯤 사라졌는데 그걸 회수하러 갈지, 말지에 관한 문제에 가까웠던거 같아.

지금 김독자 파편들 현실 세계에서 자기네들끼리 잘 살고 있던 거만 봐도 그렇고.

한수영은 100% 라는 이상을 추구하고, 유상아는 현실적으로 접근했다고 보는게 맞지 않나 싶어

덧붙여서 49%는 한수영 칼 한방 맞고 나가리 될 정도로 불안정하고 허약체질인게 아니라

(애초에 김독자가 그렇게 허술하게 만들었을 리도 없고) 

한수영이 '김독자가 아니야' 라고 해서 갑자기 김독자로서의 정체성이 불안정해지며 붕괴한게 아닌가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