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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개츠비 마지막 문장, 첨언

연애를못하면책이라도읽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26 14:50:00
조회 316 추천 7 댓글 13
														


So we beat on, boats against the current, borne back ceaselessly into the past.


이게 beat, boats, borne back, (past) 등의 발음이 반복되면서 시적인 문장이 되어버려서 문법적으로 혼동을 줄 수 있는데


정확히는 문법적인 혼동이라기보다는 이 문장을 어떤 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 애매함이 있어.


그러니까 'borne back' 이후를 앞 부분과 어떤 관계로 이해하는가의 문제인 거지. 쉼표(,)로 연결되어 있어서 맥락에 따라 해석해야 하니까.


아래서 이 문제를 제기한 독붕이는 영어권의 일반적인 해석을 들고 온 건데 (나도 이쪽이 무난하다고 생각하고)

아무튼 그 구조를 쉽게 설명해 보면 다음과 같을 거야.


A. "그래서 우리는 물살을 거스르는 보트처럼 노를 저어 나아간다" + B. "(물의 흐름 때문에?)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린다"

(1) 긍정의 해석 - B이지만 A다 :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리면서도, 물살을 거스르는 배처럼 노를 저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2) 부정의 해석 - A이지만 B다 : "그래서 우리는 물살을 거스르는 배처럼 노를 저어 나아가지만,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간다."

일반적인 해석은 시대적 배경과 주인공 개츠비의 삶과 관련지어 후자를 택해. 개츠비 자신이 성공을 거두고 화려한 삶을 사는 듯 보였지만


실은 과거의 환상에 사로잡혀 하나도 전진하지 못했다, 미국의 꿈이란 것도 그런 것이 아닌가, 그런 얘기를 화자의 입을 빌려 하고 있다는 거지.


문법적으로만 보면 (맥락에 따라서는) (1)의 해석이 가능할 수도 있는데, 그게 소설 전체의 마지막 문장으로서 적절한가라는 질문은 다른 거겠지.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2)가 작가의 의도였다고 하더라도 독자는 반대로 (1)을 읽어내며 긍정적인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


그게 읽기니까? 아마도?




PS (댓글에 덧붙여서)


영어와 한국어의 차이 때문에 이 문제가 더 두드러지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영어 문장으로서는 사실 (1)과 (2)가 동시에 들어있다고 봐도 될 것 같거든.


긍정적으로 읽으려고 해도 borne back ceaselessly라는 문구가 가진 힘이 커서 무시할 수가 없다는 거지.


그러니까 헛되지만 그래도 젓는다 (그것이 노질이니까?) 정도의 뉘앙스를 갖는다고 읽을 수 있어.


그런데 우리말에서는 그렇게 쉼표의 긴장 만으로 병렬시키는 게 자연스럽지 않다보니 이른바 순접, 역접의 논리적 관계가 더 분명하게 드러나야 하는 거지.


다른 언어로 옮길 때 생기는 어쩔 수 없는 문제겠지만, 원문의 애매함을 번역문에서는 명확하게 어느 한 방향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거야.


PPS.


다시 덧붙이지만, 이걸 긍정/부정 양자택일로 보는 건 한국어 번역 (그러니까 한국어 문장 구조) 때문에 강요되는 거에 가까워. 


영어권 해석에서는 긍정적인 걸로 보려고 해도 '그럼에도 우리는 나아간다'라고만 해석하기엔 회의적인 뉘앙스가 강렬해서 모호한(ambiguous) 문장이라고 보는 거야. 


그리고 그 모호함이란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피츠제럴드의 회의적인 태도에서 기인한다고 보는 거고. 


만일 긍정적인 걸 강조하고 싶었다면 사용할 수 있는 언어적 장치들(although나 but 같은 단어들)을 더 쓸 수 있었을 거라는 거지. 그랬다면 더 분명하고 선명해지지. 


그런데 일부러 약간 어색하고 시적인 문장으로 끝을 낸 이유는 무엇이냐, 질문이 여기서 출발하는 걸 거야. 


그런 논의가 쌓여서 결국 마치 교과서적인 '정답'처럼 회의적인 뉘앙스가 더 강조되는 건데 (영어권이라고 교과서적 해석이 없는 거 아니니까) 


아무튼 출발점은 애매함이야, 왜 이렇게 애매한 문장을 썼는가 라는 거고, 그 대답은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회의적인 뉘앙스를 담고 싶었다, 라는 거야. 


그게 하려는 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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