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었다

어느 방 안에, 내 눈 앞에 벌레들이 가득했다
서너 마리의 곱등이가 돌아다니고
커다란 벌들이 날지 않고 방 안을 서성거렸다
그리고 그 나머지 부분을
금방이라도 날아가버릴 듯한 작은 날벌레들이 촘촘이 메웠다

속으로는 징그럽다 느껴도
겉으로는 잘 티를 내지 않는 나 또한
작은 다리를 발발거리며 돌아다니는 벌레들의 그 광경은
너무 생생하고 괴기스러워서 어찌하기 망설일 정도였다

누르기엔 너무 커서 결국 하나씩 겨우겨우 처리하려 했다
휴지로 감싸안는 듯한 형식으로.
그렇게 커다란 곱등이와 벌, 그리고 날벌레들을 어찌하는 순간에
꿈에서 깼다

나는 너무나 생경한 광경에,
이것이 내가 요즘 겪는 괴로움이 꿈으로 발현된 것인가 해서
두려웠다

검색을 해보았다
뭐 벌레 잡는 꿈은 무슨 의미인가요 이 따위의.
요약하니, 안 좋은 것을 상징하는 벌레를 잡는 꿈은
길몽이라는 거다

그래서 나는 지금, 조금이라도 안심하며 깨어있다
사람이 이토록 간사하다니 하기도 하고,
인터넷에 나와있는 몇 줄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요즘 기분 때문에 그런가
내게 조금의 안정을 주다니 하기도 했다


사람이 이토록 간사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