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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8장 69화 - 용서한다

여유만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0 15:49:46
조회 1042 추천 17 댓글 13
														

은의 방패가 윙윙거리며 정면으로 가로막는 시체의 머리와 몸통을 박살낸다.

시체의 몸속에는 핵충이 있어 그것을 으깨지 않고는 머리나 심장을 날려도 치명상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충격이 온몸에 퍼지도록 때리면 된다.


"이건 어떠냐!"


지금까지는 힘껏 휘두른 주먹을 맞히는 것이 우선이었고, 맞춘 뒤의 결과에까지 의식을 돌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생각을 고친다.

주먹을 부딪쳐 생기는 충격의 파도가, 상대의 전신에 전파해 가는 것을 상상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주먹을 날리는 방법과, 날린 결과에 변화가 생겼다.


"――큭."



불룩하고 등이 떨리는 손맛이 나고, 맞은 시체의 몸이 맞은 곳에서 뒤늦게, 그 온몸이 일거에 부서진 티끌이 된다.
충격이 온몸에 전달돼 핵충을 죽였다는 증거다.

한번 붙잡은 그것을 놓지 않으려고 몰려오는 무수한 시체들을 주먹으로 맞받아쳤다.

일 체, 이 체, 삼 체로, 가속도적으로 부서지는 시체의 수는 늘어 간다――.


"어이, 꼬맹이! 적당히 하라고, 끝이 없잖아!"


발을 딛고 시체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등에 거친 목소리가 걸린다.

훌륭한 만듦새의 검을 손에 들고, 이쪽이 때린 시체에 대처하는 하인켈은, 머리도 얼굴도 너덜너덜하게 하면서 열심히 저항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 울먹이다가 뒤집힌 목소리에 입꼬리를 일그러뜨리며 가필은 웃는다.


도망치려면 도망치면 되는 것을, 성실하게 이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혼자 도망치는 것보다 가필이 있는 것이 안전하다고 우겼지만, 이만큼 핍박한 상황에서 그 주장이 아직도 유효하다는 것이라고는 믿기 어렵다.

어쨌든 여기는――제도의 입구인 대정문, 거기에서 대거 올라타는 시체의 대군을 억제하는, 제도 공략의 열쇠를 쥐고 있는 요충지이니까.


"비켜. 이곳을 진압해야 한다고, 대장들의 작전에 방해가 된다면."


따라서 어떻게든 이곳을 사수하는 것이 가필의 의무다.

가슴 앞에서 주먹을 맞대고 그렇게 벼르는 가필의 대답에 하인켈이 혀를 찼다.
씁쓸하고 떫은 얼굴을 한 그는, "하지만……!"이라고 소리를 내,


"네가 맡은 역할을 다하기만 한다면, 더 떨어지는 게 쉽겠지만! 여기에 머무르는 이유 따위…… 그 용 따위는 내버려 두라고!"


시체를 베어내고 휘두른 그 칼끝에서 하인켈이 가리키는 것은, 가필과 사투를 벌이다가 땅바닥에 누워 있는 『운룡』 메조레이아다.

입장상으로는 시체들의 편이었을 메조레이아지만 시체들은 저렇게 넘어져 엎드린 운룡에게도 가차없이 적의를 보내고 있어, 방치하면 용의 비늘은 피로 물들 것이다.


"못하겠어!"

"어째서냐! 적이겠지만! 서로 자멸하게 하면 되잖아!"

"대장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고!"


가필의 어린아이 같은 대답에 하인켈이 얼굴을 세게 부비며 말이 막힌다.

하지만 과장 없는 속내다.
스바루는 이 싸움에서도, 희생자를 적게, 제로에 가깝게 하는 것을 바라고 있다.

가필도 그것을 돕고 싶다.

게다가 아직, 『운룡』 메조레이아와 말다운 말을 섞지 못했다.

그러니까――,


"이 어르신 같이 말이야! 덤벼 보라고, 좀비들!"


큰 소리로 짖고 맹렬하며, 가필이 방패끼리 맞붙어 큰 소리를 낸다.

그 말을 들은 시체들이 생명력이 넘치는 산 자들을 겨냥해 이곳으로 몰려오면 된다.


"그래, 그거면 돼. ――강한 녀석들 전부, 내가 있는 곳으로 와!"


그렇게 버티면 버틸수록, 가필의 소중한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편해질 테니까.


"……머리가 어떻게 됐군."


그 가필의 우렁찬 외침을 하인켈은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듣고 있었다.
――그런 하인켈의 등 뒤, 쓰러진 『운룡』이 약간 몸을 움찔거린 것도 모르고.



△🔽△🔽△🔽△



부드럽게 침대에서 안겨 일어났을 때, 이것이 마지막이라고 마델린은 확신했다.
――그곳에 서 있는 발로이의 가슴에, 아프게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으니까.


시체의 몸이다.
치명상이 단순한 치명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마델린도 알고 있다.

그러나 금방 메워질 상처가 메워지지 않았다는 것에 발로이의 뜻을 느끼고 말았다.

마델린의 남편――사랑하는 사람은, 지금 한 차례 자신의 손이 닿지 않는 곳으로 가는 것이라고.
구름을 조종하는 용의 자식인 마데린이 닿지 않는, 구름 위에서보다 훨씬 더 먼 곳으로.


"――미안해, 마델린."


눈꼬리를 숙이고, 그런 발로이에게 마델린은 희미하게 눈을 부릅떴다.

그 발로이의 표정이 시체로 재회하기 전 생전 그의 그것과 겹친다.
물론 그 눈동자는 검은색에 금빛을 띄우고 안색은 창백한 시체로 남아 있다.

그래도 찰나의 생명의 열이 발로이의 눈빛에도, 목소리에도, 깃들어 있는 것 같아서.

그, 파르조아 산의 꼭대기에, 몇 번이나 마델린을 만나러 와 주었을 때와 같은 것 같아서.


――그 열을, 그에게 되찾게 한 것이 자신이 아니라는 것이 진심으로 분했다.


"――읏."


무력감과 투박함에 목소리를 막히게 했고, 마델린의 금빛 눈동자가 촉촉해졌다.

그 살아있는데도 연약한 눈을 가진 마델린을, 죽은 자인데도 힘이 있는 눈을 한 발로이가 같은 색을 한 눈동자에 비추면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나는 제멋대로야. 그 나의 제멋대로, 마델린을 꽤 많이 휘둘러 버렸어.


할 일을 정하고, 이별을 결정하고, 발로이는 마델린 옆에 서 있다.

이는 그 첫 단추인 셈이다.
이 말을 꺼낸 뒤에 이어지는 것은, 발로이의 사죄나 감사의 말이라고, 그렇게 마델린에게는 짐작이 가고 말았다.

그렇게, 짐작이 가버렸으니까.


"그만둬, 라짜……"

"마델린?"

"사과를 한다든지, 감사를 한다든지, 그런 거 전부, 그만둬라짜……!"


치아의 뿌리를 떨며, 눈동자에 맺힌 눈물을 억지로 증발시키고, 마델린은 그렇게 호소한다.

절반, 용각에 연결된 채의 의식이, 마델린의 손발에 힘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이유를 의사로 비집고 마델린은 자신을 안아 일으키는 발로이의 팔을 잡았다.

그의 팔이, 시체의 팔이 갈라지고, 찌그러질 정도로 강하게, 움켜쥔다.

하지만 그래서 전하고 싶은 것은 분노라든가 증오라든가 그런 것이 아니다.
다만 마델린이 품고 있는, 전하고 싶은 의사다.


"제멋대로였다고 한다면, 발로이가 가장 제멋대로 한 것은, 마음대로 사라진 거다짜. 제멋대로 용의 둥지에 와서, 제멋대로 용의 소중한 자가 되어, 제멋대로 오지 않게 되어 제멋대로 죽고 제멋대로 없어지고…… 또, 제멋대로 없어질 생각인 것이다짜……!"

"――――"

"이젠 충분히, 제멋대로 굴었다짜. 그렇다면…… 그렇다면! 이제, 제멋대로는 용서하지 않겠다짜……! 발로이의, 이별이라던가 감사가 아니라…… 용의, 이야기를 들어라짜……"


팔을 움켜쥐면서, 하지만, 발로이는 말없이 마델린을 쳐다봤다.

그 발로이의 금안을, 빛이 다른 같은 색으로 응시해, 마델린은 말한다.

그것은――,


"――발로이는, 용을 밖으로 데리고 나와 줬다짜."

"――큭."


마델린의 말에 발로이가 눈을 부릅떴다.

뜻밖의 일을 전해 듣고, 당황한 기색의 발로이.
그런 발로이의 얼굴을, 마델린은 처음 보았다.

비록 시체의 얼굴이라도, 사랑하는 사람의 새로운 얼굴을 볼 수 있는 것은 기쁘다.

그 전부를, 용인의 강인한 몸의 전부에 담기도록, 마델린은 계속한다.


"용은, 밖으로 나왔다짜. 발로이가, 용한테 그렇게 해줬다짜. 발로이가 용을, 하늘 아래로 데리고 나와 줬다짜."

"――――"

"용은, 휘둘리지 않는 것은 없다짜. 용이 이렇게 산에서 내려올 수 있었던 것도, 이렇게 다시 발로이와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도…… 다 발로이 덕분이었다짜."


고르는 것이 더 빨랐다면.
그런 후회는 얼마든지 있다.

좀 더 이야기하고 접촉했다면.
그런 한탄은 얼마든지 있다.

그렇다고 해도, 선택한 것도,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도, 접촉한 것도, 한 조각도 놓아주고 싶지 않다.


"발로이가 준 것 전부가…… 발로이가, 용을 밖으로 데리고 나와 줬다짜."


발로이가 감사와 작별을 고하러 온 시간을 그런 일 때문에 쓰지 못하게 한다.

그런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를 듣기 위해, 부정하기 위해, 발로이와의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을 사용하고 싶지 않다.
남겨진 시간이 십 초라면, 마데린은 그 십 초를――,


"좋아했다짜. 발로이가 용의 전부였다짜. 발로이보다 좋아하는 건 아무것도 없다짜. 발로이가, 용의, 전부였다짜……"

"마델린……"

"발로이, 발로이, 발로이…… 읏."


――남은 십 초 전부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좋아한다고 전하는데 사용한다.


화답해 주었으면 좋겠다.
구해줬으면 좋겠다.

상대도 자신과 같은 열량을 가졌으면 한다.

그러한 애정의 귀찮은 부분의 전부를 내팽개치고, 마델린은 생각의 덩어리가 된다.

누군가가 발로이를 깎아내리든, 발로이 자신이 그것을 원하든, 마델린은 절대로 그것을 시키지 않는다.
시키고 싶지 않다.


마델린의, 용인으로서의 생명의 전부로, 발로이·테메글리프를 생각한다.


"용인의 일생은, 인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길다짜."


그 길고 긴 시간, 인간에 비하면 영겁하다 싶을 정도의 긴 시간을, 마델린은 영혼에 아로새긴 발로이를 생각하며 산다.

그 정도의 것을 남겼다고, 발로이·테메글리프에게 전한다.


"――. 어디가 좋은 거야. 나 같은 반할 가치가 없는 남자의."


작게, 그렇게 자조하듯 발로이가 말하는데, 마델린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다.

마델린은 그의 가슴에 이마를 대고 자신의 기분을 나타내느라 바쁘다.
자신의 매력도 모를 것 같은 남자의 대답 찾기란, 자신 제멋대로 하게 한다.

그 마델린의 의사가 전달된 것 같다.
발로이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잊는다고 잊혀지는 게 아냐. 응, 그건 알고 있어. 그러니까, 잊지 않아도 상관없어. 그냥――"

"――――"

"행복하게 되렴, 마델린. 내 사랑하는, 귀여운 용의 공주."


마델린은 난생 처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확실히 차인 것이었다.



△🔽△🔽△🔽△



"――어때요, 각하? 우리 여동생은 꽤 대단한 사람이죠?"


기분 좋음을 감추지 않는 발로이의 일성에 포대터에 있던 전원의 의식이 돋보였다.
――아니, 전원은 아니다.

한 명, 미디엄을 제외한 전원이다.


『양검』을 든 빈센트의 손을 잡는 그의 배짱은 두둑하다.

무심코 『양검』을 쥐려 한다면 자격 없는 존재는 불타오른다.
그것은 죽음과 이웃 관계에 있는 탄원이다.

무엇보다도, 그 정도는 해야 빈센트는 알 수 있을 거다.

자신의 생명이 제국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생명의 가치를 제국에서 가장 모르는 황제에게는.


"히얏!"


전원을 흉내낼 수 없었던 미디엄, 그녀는 허리 뒤의 만도를 뽑으며, 그것으로 대좌의 녹색의 빛――모그로의 마핵을 약삭빠르게 쳐, 대좌에서 튀어올렸다.

빙글빙글 회전하는 그것은 완만한 호를 그리며, 한 손을 든 발로이의 손에 들어간다.
그 열과 무게를 확인하고 발로이는 빈센트를 보았다.

빈센트는 『양검』의 칼끝을 내리고, 가만히 발로이와 마주보고 있다.


"――――"


순간 빈센트의 검은 눈동자가 복잡괴기한 색깔을 자아내는 것을 보고 발로이는 이 황제에게는 미디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선택지를 좁히고, 선택한 것을 최선으로 하기 위해 등을 받치고, 옆에서 웃으며 미래를 봐주는 존재가 필요하다.
――치샤를 빼앗은 발로이에게 그것을 말할 자격은 없지만.

혹은 치샤·골드라면 시체가 된 발로이가 품는 죄책감마저 계산해 보여줘도 이상할 것 같지 않다.

과연 그것은 생각이 지나치다고, 그렇게 발로이는 쓴웃음을 지으며,


"미디."


발로이의 부름에, 의도를 눈치챈 미디엄이 종종걸음으로 달려온다.
그 미디엄의 팔에 발로이는 계속 한쪽 팔에 안고 있던 마델린을 맡겼다.

꿈을 꾸는 의식 속에서, 발로이에 대한 사랑을 계속 전해 준 소중한 용인의 여자아이를.

울다 지친 듯 다시 잠들었다가, 자신이 영겁의 상처가 된 여자아이를.


"발 오빠."

"왜 그래?"


마델린의 몸을 소중히 받고, 미디엄이 발로이를 가까이 본다.
그리고 나서 그녀는 발로이가 잘 아는 얼굴로 태양처럼 밝게 웃었다.


"힘내!"

"――. 응, 노력해볼게."


시체의 몸에 차오르는 활력이라니, 누가 믿어줄까.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고 그에 힘을 받아, 발로이는 기세 좋게 등을 돌린다.
그리고 벽의 붕괴된 포대의 가장자리에서 기다리는 애룡의 등에 걸쳐 날개를 쳤다.

순간, 일어나는 바람이 카리용을 하늘로 밀어올리며 단숨에 고도가 상승한다.


쭉쭉쭉쭉 올라가고, 발로이와 카리용은 구름 위로 힘차게 다가간다.

바람소리가 사라지고 집중력이라는 진공에 휩싸이는 비상의 감각이다.


"발로이들, 둘만, 아니다. 나, 있다."

"아아, 그랬구나. 이거 실례."


움켜쥔 마핵――모그로부터 그런 항의를 받고, 발로이는 쓴웃음을 지었다.

『강인』으로서 『구신장』에 이름을 올렸고, 그 무기질적인 겉모습이나 언동과 달리, 모그로는 성실하고 이해가 쉬웠으며, 아마도 상냥했다.


"나, 제국의 『미티어』. 그거, 내 조물 목적."

"――조물 목적."


그 이유를 알기 쉽게 전달하는 모그로가 택한 말은, 기묘하게도 스핑크스가 종종 했던 것과 같았다.

창조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제국을 멸망시키는 스핑크스와 제국을 지키는 모그로.
그리고, 그 어느 쪽에도 편들어, 갈팡질팡거리기나 하는 자신.


"어째서 배신했어, 발로이."

"크핫."


직구로 들어오는 질문에, 모그로 밖에 없다며 발로이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이 생전과 사후, 어느 쪽의 배신에 대한 물음인지, 혹은 모그로 안에서는 둘 사이에 구별이란 없을지도 모른다.
뭣하면 발로이도 그게 더 고맙다.

생전이나 사후나 발로이가 제국과의 적대를 택한 이유는 같다.


"――소중한 상대를 위해서려나."


눈앞에 끝이 다가와서인지, 아니면 이 무기질적인 『미티어』를 사귀기 쉬운 친구 같은 무언가라고 생각해서인지, 발로이는 그렇게 말했다.

아마 기분도 실어서 말한 것은 처음으로, 누구에게도 그것을 할 생각은 없었다.


"――쿠오."


그, 발로이의 수치스러운 감정이 전해졌는지 하늘로 날아오르는 카리용이 이쪽을 살피는 데 고개를 끄덕인다.
『비룡사』의 특성상 카리용뿐이다.

――아니, 아무래도 미디엄에도 간파되어 있던 것 같지만, 어쨌든 간직하고 있던 것이다.

그것을 밝혀지고, 모그로도 견딘 것은 아닐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런가. 알았다. 우리, 똑같다. ――소중한 상대, 그것을 위해."

"――――"

"발로이, 나, 너, 용서한다."


무기질적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려는 모그로의 용서가, 발로이의 뺨을 딱딱하게 만들었다.

그 발로이의 뺨에 시체가 아닌 산 자의 색이 깃들어 눈동자가 검은색에 금빛을 띄운 것과 다른 본래의 눈 깜빡임을 되찾는다.
――그것은, 발로이·테메글리프의 최후의 빛.


"고마워, 모그로."


산 자와 손색이 없는 죽은 자로, 그렇게 말한 발로이가 하늘을 우러러본다.

무럭무럭 가속하는 발로이들이 구름을 관통한다.
그, 관통되는 구름이 마치 뜻을 가진 듯 소용돌이치며 질공하는 이곳 주위를 감싸기 시작했다.

움켜쥐기 위해서가 아닌 그것을, 발로이는 옛날 파르조아 산 정상에서 보았다.
이것은, 구름 속의 자를 밖으로 내보내지 않기 위한 용의 둥지――.


"――――"


발로이의 뇌리에 많은 얼굴이 떠올랐다.

빈센트, 『구신장』, 마델린, 세리나, 미디엄, 플롭, 마일즈.

발로이의 살아있는 증거, 발로이의 살아있는 의미.

그것을 전부, 애룡인 카리용과 함께 안고――,


"――흥망성쇠가 심한 인생에서 살았지만,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아."

"――크오."


라는, 임종의 말조차 어설프게 뿌리치지 못하고, 애룡으로부터 꾸중을 듣는 상황인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자신의 몸이었다.



△🔽△🔽△🔽△



순간, 용의 발톱을 땅에 꽂고 쓰러져 있던 몸이 힘차게 일어난다.
바로 옆의 빨간 머리의 남자가 "우오오!?"라고 비명을 지르며 엉덩방아를 찧지만, 개의치 않는다.

그런 사소한 일보다도, 지금은――.


"발로이――읏."


맞은 충격이 너무 커서 도저히 일어설 수가 없다.
하지만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

필요한 것은 일어서는 힘이 아니라 천상의 존재로서의 힘.

그 긴 수염을 떨며 날카로운 눈에 힘을 실어 수정궁 바로 위 하늘로 의식을 집중한다.
곧게 뻗어나가는 빛이 하늘에 녹색 빛의 선을 그어간다.

그 빛의 선 꼭대기, 계속해서 떠오르는 그곳에 소중한 사람이 있다.


그 뜻을, 각오를, 결의를, 멋대로를, 용서한다.


"――――읏."


거구에서 솟구치는 힘이 하늘에 간섭하면서 수정궁의 하늘을 구름이 소용돌이치기 시작한다.
그것은 녹색의 빛을 소용돌이 속에 영입하고, 그 두께를 급격히 증가시켜, 소용돌이의 회전도 가속한다.

그리고 『운룡』 메조레이아는――마델린은 힘을 다해.


"――아."


순간, 왓하고 세계가 눈을 깜빡이고 소용돌이치는 구름이 안쪽에서 갈라져 나갔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고, 무엇이 세계로부터 상실되고, 무엇이 자신으로부터 멀어져 갔는지, 그것을 분명히, 괴로울 정도로 통감하고.


"아, 아아, 아아아, 아아아아아――앗!!"


구름이 흩어진 하늘을 우러러보며 이제는 잔재조차 없는 고인을 생각했고, 『운룡』의 큰 입과 굵은 목으로 마델린은 거침없이 울음을 터뜨렸다.


――사랑에 부서진 용의 소녀는, 얄미울 정도의 맑은 하늘 아래에서, 계속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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