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대 3개월 차 갓 지난 소위지만 그 동안 보고 느낀 거
탈단 안 하고 꿋꿋이 임관할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얘기 몇 가지 좀 해 볼련다
일단 난 전방 전투부대에 있는 비전투병과 참모직이라
보편적인 케이스는 아니니 맹신하지는 마라

1. 운동은 게을리 하지 마라
퇴근 전 보통 16시부터 체단하게 되어 있지만 너네가 자대 갈 시점은 폭염특보가 난무하는 여름이고 장마 기간이라 실내 체단 위주인데 이렇게 되면 특히 뜀걸음 기록 개판되는 경우 많더라. 그리고 장교라 몸 쓰는 것보다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 두들기는 행정 업무가 많아서 특급 밥 먹듯이 하던 사관학교 출신 소위도 좀만 방심하면 2~3급으로 훅훅 내려가니 운동은 꾸준히 해라

2. 메모는 필수다
특히 참모나 비전투병과로 가는 친구들이면 필수. 일이 워낙 바쁜 싱황에 뒤돌면 금방 까 먹는 경우 많다. 심하면 건망증이 아닌가 의심 들 정도... 지금 내가 그렇다 ㅅㅂ... 기본적으로 해야 할 업무랑 훈련 준비 때문에 요새 바빠서 이런 일이 많음. 암튼 지시사항이나 그 날 해야 할 과업 있으면 무조건 메모해둬라. 수첩은 항상 들고 다니고 본인 책상엔 항상 포스트잇과 펜을 준비해 놓도록.

3. 지시사항은 되도록 바로 처리. 지시사항이 많다면 우선순위를 정해놔라.
이거 중요하다. 나중에 해도 되겠지 이러지 말고 바로바로 할 수 있는 일은 하는 게 좋다. 성격 급한 지휘관이나 상급자 만나면 99퍼 쿠사리 들어와. 여유로운 성격이어도 빨리 끝내면 좋아하시니 지시사항은 그때그때 바로 처리하자. 지시사항이 많다면 당장 빨리 안 했을 때
문제가 생기는 것들 위주로 우선순위를 정해놓고 처리.

4. 혼자서는 안 되는 일 붙잡고 있지 말고 상급자에게 보고하거나 도움 구해라
나는 참모다 보니 타 참모부랑 협조할 일이 많다. 예를 들면 예산 집행하는 일 할때 인사과 도움 받아야 한다던지. 나 혼자서는 안 되는 진행이 안 되는 일 많아. 너네가 보통 소대장으로 가면 참모부에 직접 도움을 구할 일은 별로 없겠지만 간혹 너희들 선에서는 해결이 어렵거나 오래 걸릴 거 같은 일은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도움 구하고 싶으면 1-2년 선배들이나 경험 많은 부사관들한테 얘기해라. 타 부대 간 동기한테 연락해도 좋고. 군생활 오래한 사람들도 해당되는게 실제로 우리 부대 군수과장님도 타 부대 동기들이나 선후배들 통해서 도움이나 업무 노하우 구하신다고 하시더라. 괜히 타이밍 놓쳐서 말 못 하지 말고 나중에 일 더 커지면 너네 이미지도 더 안 좋아지니 꼭 도움 구하자.

5. 총기, 인원만큼은 빡세게 관리해라
딴 거 다 가라 쳐도 되지만 저 두 개는 진짜 FM보다도 더 빡세게 해야 돼. 총기는 왜 그런지 당연히 알 거고, 병무청 ㄱㅅㄲ들이 군대 보내지 말아야 할 애들까지 군대 보내버리니 도움배려 용사라 해서 특별히 관리하는 애들이 많다. 물론 가정환경, 과거력, 건강문제로 복무의지 괜찮은 애들까지 도움배려 용사로 지정하곤 하는데 진짜 시한폭탄 같은 애들 있어. 그런 애들은 좀 심하지만 언제, 어디서 뭐 하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해야 돼. 차라리 용사들 주특기랑 체력 개판이라고 이런 걸로 크게 혼내지 말고 차라리 위치 현황 똑바로 작성 안 하거나 전우조 없이 보고도 안 하고 지 멋대로 돌아다니는 애들 혼내라. 만약 사고 생기면 너네가 책임지는 거여.

6. 지적을 너무 두려워 하지 말 것
이거 때문에 너무 부담 갖는 친구들이 많은데 부대 돌아가는 거나
업무는 상병장보다도 못 하기 때문에 당연히 선임이나 지휘관은 못마땅하게 볼 수 밖에 없어. 업무가 익숙해지더라도 너가 생각하는 방향이나 상급자가 생각하는 방향이 달라서 지적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고.그래도 요샌 옛날 군대랑 다르게 욕부터 먼저 박는 사람 거의 없고 다 친절히 알려주시니 너무 걱정하지 마.

7. 여러 이유로 군생활이 힘들다면
동기들과 얘기해라. 믿을만한 선임이나 상급자한테 털어놓는 것도 좋아. 후배들한테는 가오 떨어지니 얘기하지 말고 ㅋㅋ. 실제로 전투에서 발생하는 스트레스 반응이나 본인이 겪은 힘든 경험,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 내려면 동료들과 터 놓고 얘기하는 게 연구결과로 밝혀진 효과적인 방법이다. 부정적인 것들은 쌓으면 쌓을수록 독이 되니 얘기해서 훌훌 털어버려.

8. 상급자, 선임이 힘들게 한다면
도를 넘은 질책, 인격모독 등으로 힘들게 하는 몇몇 쓰레기 부류가 있다면 그 상급자나 선임보다 더 높은 사람에게 보고해. 그래도 해결이 안 된다면 되도록 비추천하는 방법이지만 신고해라. 너네가 끙끙 앓다가 못 버티고 극단적인 선택하는 것보다는 낫다.

운 좋게 원하는 병과와 근무지가 뜨기고 했고 여러 수지타산 고려해보니 미미하지만 좀 더 이득이라 난 걍 임관했지만
시국이 시국인만큼 난 탈단하는 걸 추천한다.
확실히 메리트가 없어. 끽해야 퇴근하면 뭘 하던 터치
안 한다는 점. 주말에 취미생활 할 수 있다는 점이겠지.
군생활 하면서는 큰 장점일 수 있겠지만 대다수가 전역해
취업을 해야 하는 학군 장교라면 큰 장점은 아니긴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