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리엘의 수많은 얼간이들,

히어로 영화마냥 알록달록 이쁘게 생겨먹었을 뿐만 아니라

풍습이며 식습관이며 온갖 사소한 것들에서 차이점을 보인다.

그리고 오늘 알아볼 것은 바로 자랑스러운 스카이림의 자손들,

팔머.. 아니 노드들의 역사관에 관한 것이다.

"울프릭은 싸운다.. 울프릭 밖에 할 수 없기에...!!"

노드들의 경우 바드들을 통한 구전 설화를 중점으로 자신들의 역사를 기록한다.

뭔가 사건이 터지면 광대들이 이것저것 끼워넣어 흥얼거리다 종이에 끄적이는 것이다.

노드식 역사 척척박사 되시는 분은 이걸 '운문 에다'라고 부르는데

그렇다.

이건 현실의 에다를 고대로 각색한 것이다.

그렇다면 에다란 무엇인가? 

오라클, 나무위키님의 뜻을 깊이 새겨 간직하도록

노드들의 에다는 불특정 다수의 딴따라들에 의해 엮인, 조선왕조실록 같은거라 봐도 무방하겠다.

노래로 각색된 덕에 문장에 쏘-울이 들어가 글자가 싱싱하게 살아있고 과장되거나 비유적인 표현을

남발, 사실과 무관한 끼워 맞추기 등 이걸 적는 양반들은 창작의 욕구가 저절로 샘솟으리라.

"울프릭 스톰클락과 갈마 스톤 피스트는 스위트롤 하나를 나눠먹었고

갈마의 입가에 크림이 잔뜩 묻었다."

한번 예를 들어 위와 같은 역사적 사실이 있다고 가정을 해보자. 

"마르카스의 망나니가 돌처럼 단단한 갈마에게 그의 거대한 빵을 휘두르니,

백탁액이 흩날리고 하이킹의 애타는 포효가 끊이지 않았도다."  

이걸 노드식으로 바꾸면 위와 같은 결과물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이런 노래하는 전통 덕분인지 노드 종족은 게임 시작시 화술 능력치에 보너스를 받는데,

간혹 사시미가 동반되는 정치질로 유명한 브레튼 종족과 함께 스카이림에서 단 둘 밖에 안되는 예시이다.

"노드는 구전 설화를 높이 평가하고 있지만 그것이야말로 신뢰성이 없는 가장 큰 이유다.

시장바닥 소문도 몇 시간 만에 와전되는 판국에 수천 년 동안 입으로만 전해진 이야기를 믿을 수 있겠는가?"

허나 안타깝게도 위대한 제국의 학자 나으리들은 시적 허용을 허용하지 않는 듯하다.

제국의 경우 실질적인 근거와 증거를 기반으로 역사를 서술하는 것이 주요 특징이기 때문

물론 위 서적의 경우 신뢰성이 부족하다며 용가리 알두인을 허구의 존재,

즉 '노드네 헛소리'로 취급하는 찐빠가 있었으니 노드 넌센스 1승의 순간이 아니겠는가?

"왓? 노드 넌센스?! 유 무식한 새끼가..!!"

자랑스러운 노드 전통과 역사 = 대놓고 꼽줄 무언가

당장 드래곤본에 대한 전승부터 발그루프의 행정관 아베니치나

경호원 이렐리스에게 썩 좋은 취급을 받지 못한다.

여기서 더 나아간다면 타 종족들에게 어떤 취급을 받을지는

아베니치의 벗겨진 마빡만큼이나 훤한 것이다.

당장 스카이림에서 알두인을 살해하고 메인퀘를 끝낼 경우

바드들이 부르는 노래가 하나 추가되는데, 막 나온 따끈따끈한 시점임에도

그 가사가 너무나 추상적이며 사족이 넘쳐나 역사적 사실을 끌어내기에는 문제가 있다.

이런 물건이 수백, 수천 년간 숙성된다면 어찌 되겠는가? 

숙성된 물건의 예시로 '울프하스의 다섯 송가'를 들 수 있는데,

1시대 스카이림의 하이킹이자 윈드헬름 비석 중 하나의 주인인 울프하스의 이야기이다.

그의 비석에는 생전 그의 호칭과 시로딜의 알레시아 교단을 스카이림에서 축출해낸 업적만이 담겨있다.

하지만 '전래되던 노래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다~'를 담은 송가 모음집은 좀 다르다.

생전의 울프하스는 아직 죽지도 않았고 이미 미래로 추방되어 동시대에 존재할 수 없으나,

죽음의 신이 노드를 싫어해 소환한 알두인의 '유령'에 맞서 소븐가드의 주인이자 신, 쇼어를 불러 그에 맞서게 한다.

본인은 유령 때문에 모조리 6살 응애가 된 백성들의 나이를 함성을 통해 원래대로 돌렸고 그 부작용으로 늙어 죽는다.

사후 후대에 돌아와 드웨머가 실종되는 전투에 참전,

이전에는 명백히 타인이었던 울프하스가 쇼어 그 자체인걸로 묘사되기에 이른다.

송가와 연결되는 이야기에서는 언더킹이라는 이름으로 아직 황제가 아닌 타이버 셉팀에

훈수를 두며 정복 전쟁을 도왔고, 이후 어디선가 주워온 드웨머 전쟁기계의 배터리로 전락,

셉팀이 죽은 이후에 다시 돌아와 제국 황제의 훈수직으로 남았다며 이야기가 마무리 된다.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고?

정상이다. 

아무튼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다.

중요한건 우리가 바드 대학에 입학할 것이라는 점이다.

윈터홀드에 비교 당하기는 하나 나름 스카이림에서 유일한 역사 교육 기관이다.

이곳에 입학해 과거와 달리 문명화된 노드 사회의 역사관은 어떤지 알아볼 생각이다.

등골이 휘어질 정도의 등록금은 필요없다.

입학을 위한 조건은 단 한가지,

영감 넘치는 바드에 알맞는 과업 하나.

그 과업이란 고대 스카이림에서 가장 강력했던 인물 중 하나인

'외눈의 올라프'가 묻힌 무덤에서 그의 행적이 담긴 운문 시가를 도굴해오는 것

지금은 소븐가드로 사출된 외눈박이 올라프

한때 화이트런의 영주로 스카이림을 통일, 드래곤과의 1대1 캐삭빵 승리 후 생포,

바드 하나가 자신을 디스하는 시를 만들자 저서와 저자를 자신의 무덤에다

같이 담궈 기록을 지워버리는 등 쌉상남자적 행적을 보였다.

무덤에서 수많은 드로거들을 죽이며 시인의 유령을 따라가면

그의 시체와 함께 묻혀있는 잊혀진 시가를 찾을 수 있다.

허나 너무나 오랜 세월동안 방치된 덕에

대부분의 글자가 지워져 제대로 알아볼 수 없는 수준

이윽고 유령은 신입 바드를 데리고 올라프를 찾아가 현피를 신청한다.

노래 배우러 온 사람 도굴 시키고

저런 놈이랑 싸우게 만든다.

그딴게 역사 교육기관 학장?

사실 이 모든건 울프릭이 남편을 죽인 덕에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영주 엘리시프가

올라프 왕의 모형을 불태우는 전통 축제를 금지하니 그녀를 설득해 축제를 재개하기 위한 것

올라프 왕이 얼마나 나쁘고 왜 불태우기 축제를 해야하는지 설득하고자

도굴해온건데 정작 시의 많은 부분이 지워져 쓸모가 없어졌다.

누락된 부분을 마음대로 지어내자고 하니 안될 것 같다면서도 그러자고 한다.

이딴게 역사 교육기관 학장?

"올라프 왕이 외눈의 올라프였어?"

유명한 동명이인이 있는 것도 아닌데 모르고 있었다.

이딴게 역사 교육기관 학장?

"외눈박이 올라프는 용을 사로잡은게 아니며 그 자신이 용이고 사람으로 변신했던 것이다!"

주인공의 화술이 낮다면 "아.. 이건 좀.."을 시전하며 거절하나 그 컷이 25 밖에 안된다.

이 25는 아주 낮은 것으로, 어느정도 수준이냐면

광산 노동자가 여관에 밀린 술값을 내도록 설득하는 것이나

바드가 유부녀에 그만 찝적거리게끔 설득하는 것과 동급이다.

이딴게 역사 교육기관 학장?

"오 올라프! 누미넥스를 사로잡았다는건 거짓말! 드래곤과 인간 사이의 캐삭빵은 없었다! 

누미넥스의 인간 형태인 올라프는 그의 날개를 펼치고 날아올랐다!

솔리튜드가 항복하지 않자 올라프는 용의 모습으로 윈터홀드를 약탈하고 솔리튜드의 탓으로 돌렸다!"

그렇게 소븐가드에서 등 따시게 벌꿀주나 마시며

떵떵거리던 외눈박이 올라프는 드래곤이 되었다.

화이트런 발그루프의 왕좌 위에 누미넥스의 해골이 걸려있지만 그건 상관 없다.

엘리시프는 폴리모프 능력을 지닌 드래곤, 올라프의 침략에 맞선 솔리튜드가

얼마나 숭고했고 이를 기념하는 '올라프 왕의 화형' 축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차렸다.

그렇게 바드 대학의 암흑기가 끝나고 환한 불꽃이 일렁거리는 것이다.

과연 그럴 가치가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나

공짜 음식으로 배부르니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이상 노드의 역사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