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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SS] [번역] 존재표명 XXX (카난다이)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07.06 00:26:08
조회 1420 추천 25 댓글 5

														

원본: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8580065




"어서 와, 마리"


보석처럼 예쁜 보라색 눈동자. 설렁설렁하는 성격과는

반대로, 착실하게 관리해서 곱게 정리된 포니테일.

1년만에 만난 친구는 고등학교 시절과 다르지 않은

웃는 얼굴로, 막 미국에서 돌아온 마리를 환영해줬다.


"안녕, 카난! 건강해보여서 다행이야!"

"마리야말로, 변함 없어보이네. 왠지 안심했어."

"변한 게 없어? 마뤼-는 나날이 예뻐지고 있다고 말할 부분이야, 거긴."

"아ㅡ, 그래? 그럼 그런 걸로 해둘게."


나른한 듯 답변하며 카난은 "들어줄게." 라며 마리의 오른손에서

5박 6일용의 대형 캐리어를 받고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소꿉친구를 데리러 간다는 가벼운 기분이어서였을까, 티셔츠에

트레이닝복 바지의 마치 조깅하러 나가는 것 같은 모습인데도,

신경을 써주는 모습이 꽤나 멋졌다. 그녀답게 햇빛에 탄 갈색

피부에 마리는 웃음지었다.


두 사람이 있는 곳은 카난이 살고 있는 멘션의 입구 로비. 신축

맨션 답게 세큐리티가 확실히 되어 있어, 거주자 카드 키가 없으면

거주 주역으로는 들어갈 수 없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미국에서

귀국한 마리가 방문했을 때도 이렇게 맞이하러 나갈 필요가 있는 것이다.




고교 졸업 후, 마리는 부모님이 계신 곳으로 잠시 돌아갔으며,

가업을 도울거라 생각했었던 카난은,


"사업은 인맥이 중요하니까, 젊을 때 한명이라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려무나"


라는 할아버지의 강력한 추천으로 카나가와의 대학으로 진학했다.

"어째서 카나가와야?" 라는 마리의 질문에 돌아온 것은

"쇼난(湘南; 카나가와 인근 해안지대)이랑 가까우니까" 라며 느긋한 대답이었다.

자신들이 시즈오카가 아니라 이바라키(茨城; 토호쿠 지방)에서 자랐다면,

카난은 "타테야마(館山)가 가까우니까"라며 치바의 대학으로 진학했을지도 모른다.

마리에게 있어 또 한명의 소중한 친구이자, 카난에게 있어서는 어른들의 눈을 피해서

사귀고 있는 연인인 다이아는 본가에서 시즈오카 현내의 대학으로 통학 중이다.


귀국 첫날의 마리의 스케줄은 카난네 집에서 조금 쉰 후에 저녁에는 누마즈로 향할 계획이다.

카난을 위해서 산 미국에서의 선물도 있다.




"아와시마의 다이빙 샵은 어때? 여름 휴가 시즌에는 도와주러 간다고 했었잖아?"

"다녀왔어. 쇼난의 바다도 좋았지만, 역시 고향의 바다가 좋았어."

"다이아랑은 만났어?"

"그게 말야, 작년에 친척분이 돌아가셨다고 말했었잖아? 

니이봉(新盆; 사람이 죽은 후 처음 맞는 백중맞이*)이라서 바빴던 것 같아서 말야.

전혀 만나지 못했어."

"어머, 외로웠겠구나~."

"뭐 그랬었단 거야. 걱정해주지 않아도 괜찮아."

"지금이라면 마리가 상냥하게 위로해줄 수도 있는데?"

"시끄러ㅡ."


입술을 삐죽이며 고개를 돌린 카난은 드물게도 진심으로 토라져 그대로 입을 꾹 닫아버렸다.

소리 죽여 웃고 있자니, 띵동하는 경쾌한 벨소리가 울리며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엘리베이터 앞에는 애완동물용 캐리어를 든 30대 여성이 있었는데, 마리는 캐리어의 그물창 

너머의 노르웨이 숲고양이 같은 장모종 고양이와 눈을 맞췄다. 자존심이 강해보이는 고양의

시선에서, 우치우라에 혼자 남아있는 다이아를 생각했다. 


카난과 만나지 못해서, 다이아도 엄청 아쉬웠겠지.

카나가와의 선물도 많이 가져 가줘야겠다고, 마리는 그렇게 생각하며 혼자 실소했다.




카난의 방은 건물 높은 쪽의 모서리에 있었다. 카드 키로 오토 록을 해제한 카난에게

재촉당하며, 마리는 집주인 보다 먼저 현관에 발을 들였다.


"실례합니~다."


본 적 있는 런닝용의 스니커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고교 시절과 같은 디자인. 

더럽혀진 상태로 미루어보면, 아직까지 같은 걸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바닥깔개 위에는 2개의 슬리퍼가 나란히 놓여져 있었다. 

카난이 매일 사용하는 민트그린 색깔이랑, 손님용의 회식 슬리퍼. 

그 옆-신발장 곁에는 작은 바구니가 놓여 있고, 안에는 빨간색 슬리퍼가

빼꼼 드러나 있다는 것을 마리는 깨달았다.

그 빨간 색을 의심스럽게 바라보고 있자니, 카난이 뒤따라 들어왔다.


"캐리어는 현관에 놔둬도 괜찮지?


마리는 솔직하게 감사를 전하고, 사용한 느낌이 전혀 없는 회색 슬리퍼에 발을 담았다.

멀뚱멀뚱 서 있는 마리를 본 카난은 "편하게 생각해" 라며 웃었다. 하지만 카난이 혼자

사는 공간에 들어왔다고 해서 마리가 새삼스럽게 긴장한 것은 아니었다.

복도를 가볍게 걸어가는 카난을 곁눈질하며, 마리는 다시 한번 현관을 보았다. 


서핑보드의 오브제나 마린모티브(바다에서 나오는 것들을 모티브로 한 것)의 사진 액자,

그런 물건들이 세심하면서도 소박하게 디자인된 인테리어의 현관에서, 바구니 속의

빨간색은 유독 선명하게, 튀어보였다.


8장 남짓한 거실을 통과하면, 현관에서 느낀 위화감은 더욱 강해진다. 

카난이 인스턴트 커피를 타주는 시간을 속으로 계산하며, 마리는 결심한듯 입을 열었다.


"... 저기, 다이아는 자주 와?"

"자주는 아니지만, 꽤 놀러오는 편이야. 골든 위크나 휴일 끼인 3일 연휴 같은 때?"

"역시네."

"알 수 있어?"

"보면 알 수 있어."

"보면?"


마리의 말에 재촉당하듯, 카난이 자신의 방을 다시 둘러본다. 하나하나 확인 하는 듯이

인테리어를 바라보는 모습에, 마리는 약간 질렸다는 듯이 커피를 머금었다. 인스턴트다운,

일본인 취향의 산미가 약한 무난한 맛. 타주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은지, 커피 분량이 많아서

좀 진하다. 하지만 커피의 씁쓸함을 좋아하는 마리는 아무 말없이 컵을 내려놓았다.


"알겠어?"

"음ㅡ........" 


고개를 갸웃거리는 카난을 보며, 어깨가 움츠러들 것 같은 것을 꾹 참았다. 

이건 분명, 흐뭇함, 이라고 말해야하겠지.

예를 들어ㅡ치리멘 소재의, 귀여운 카바가 씌어진 쿠션. 손을 씻으러 화장실에 갔을 때 본

칼라풀한 디자인의 타올. 그 어느것도 마리의 기억 안에서는, 카난의 취향이 아니었다고

단언할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쐐기를 박는 것은, 카난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수수한 도자기 꽃병이다.

꽃은 져버린 것인지, 지게 해버린 것인지 아무 것도 피어있지 않다. 화초 키우기라면

카난이 그녀의 본가에 놓여 있는 것을 돌봐주는 모습을 본적이 있지만, 적어도 꽃병에서

꽃의 색채를 보며 좋아하는 감성은 갖고 있지 않았을 터였다.


한 두개라면 선물로 받았을 가능성도 있지만, 카난의 방 여기저기서 조금씩 보이는

그녀답지 않는 물건들의 양은 꽤나 많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 방에 익숙한 인물이

가져왔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리고 가족친지 이외에 카난과 그 정도로 가까운 사람은, 마리는 한명 밖에 모른다.




"카난은 다이아 쪽으로 자주 안 가?"

"가끔씩은 내가 간다고 말은 하지만 말야. 어째선지 이쪽으로 오겠다고 고집을 부려."


다이아는 완고하니까 말야, 라며 카난은 불만 가득한 듯 콧소리를 울렸지만,

마리는 여기 없는 친구의 사고가 훤히 보이는 것 같아서, 들키지 않도록 가볍게 웃었다.

어쩌면, 아니 이 분위기라면 아마도, 부엌에는 다이아 용의 컵과 식기도 있을 것이다.


"대학 친구들이 놀러오거나 해?"

"거의 없어. 술자리에서 사이 좋았던 애가 꽐라가 되거나 하면, 

지켜줄 겸해서 저 근처에 적당히 굴려두는 정도일까."

"재워주는 거야?"

"막차가 없다면 말이야."

"과연, 그렇네~......."

"뭐야, 과연이라니."

"아, 대단한 건 아냐. 신경 쓰지마."

 

그런 부분이 있으니까, 다이아는 불안하겠지. 기분을 모를 것 같지도 않다. 마리가

카난의 벽창호 같은 부분을 지적해줘도 괜찮았겠지만, 지금 상황을 보자면 그럴

필요가 없어 보였다.


다이아는 자신이 같은 여성이기 때문에, 설령 여자 아이라 할 지언정 카난의

방에 가까이 오게끔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만일 들어왔다고 해도, 

"그럴 생각이 있는 인간"이라면, 이 방의 상황을 보고 바로 눈치챌 수 있게끔 해놓았다.


하지만, 이 정도로 눈에 띄는 마킹에도 눈치 채지 못하는 카난도 어지간하다.

다만, 다이아한테는 그 정도가 더 좋은 상황이다.


아니, 어쩌면 카난은 눈치재지 못한 것이 아니라, 신경 쓰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카난은 다이아를 바라볼 때면, 한 층 더 눈이 부드러워지니까.


여성의 그림자가 아니라 모습마저도 보이는 것 같은 수많은 마킹들을 슬쩍 바라보며

마리는 우치우라에 돌아가면 독점욕 강한 친구를 어떻게 놀려줄까 머리를 굴렸다.

씁쓸한 커피가, 오히려 좋았다.


"카난. 커피 한 잔 더 줄래?"

"어째서? 아직 남았잖아."




END.




*일본은 여름 8월 초중순(음력 7월 보름 기준)을 겸해서 오봉 기간이라고 있음. 

작중 나오는 니이봉은 대충 사람이 죽고 나서 처음 맞는 그 오봉이라고 보면 됨.



다이아 없는 카난다이


그냥 할 일 없어서 북마크에서 하나 뽑아서 번역해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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