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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문학] 문제투성이 천사와 단단한 선생님(2)

리또루데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10.21 16:38:38
조회 1654 추천 29 댓글 14

														

소재는 여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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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코쨩, 언니가 생각하는 정도로 나쁜 아이는 아니야?”


우웁!


목욕을 끝내고 나온 루비의 뜻밖의 말에 하마터면 마시던 녹차를 뿜는 꼴사나운 짓을 저지를 뻔했습니다.


“루비!?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죠?

그나저나 언제부터 요시코씨를 그렇게 부른건가요!?”


“그야 요즘 언니가 요시코쨩을 너무 안좋게만 보는 것 같아서...

그리고 언니도 요시코쨩을 이름으로 부르잖아?”


“큭... 저야 엄하고 냉정하다는 이미지를 변화시키고자 모든 학생들에게...”


“부담스러워하는 학생들도 많은 걸?”


우으... 가끔씩 루비가 따끔하게 정곡을 찌를 때마다 이 언니의 가슴은 미어진답니다...


“어 어쨌든!! 나쁜 아이는 아니라니요?

망상에 빠져 문제를 일으키는 요시코씨가?”


“응... 하나마루쨩도 그 점은 인정하니까...”


“설마, 같이 놀러 다니거나 그러나요?”


“이미 친구인 걸?”


이미 친구...!!!


이번에는 찻잔을 떨굴 뻔했습니다!


첫 마디부터 조짐이 보여 조금은 마음의 각오를 하고 있었지만 역시 쇼크!


“루비!!! 혹시 선이 보이시나요!?

오른손이 화끈거린다거나!?

눈에 안대를 끼고 싶다던가?”


“삐깃!? 전혀 안 그러는데!?”


“휴우... 아직 큰 증상은 없나 보네요.”


“언니, 요시코쨩을 전염병 취급하고 있어...”


... 우으, 저도 교사로서 특정 학생을 미워하거나 차별 하는 짓은 지양해야 겠지만...


요시코씨부터 제발 그 중2병 놀이를 지양했으면 하단 말입니다!!


“요시코쨩, 가끔 타천사 이미지가 나와서 그렇지 평소에는 착한 걸.

맨날 가위 바위 보에서 질 때마다 아이스크림도 사주고...”


“그거야 벌칙이라 그런 거 아닐까요?”


그나저나 매 번 진다니...


적어도 스스로 불운하다는 소리는 진짜일지도 모르겠네요.


"삐기이... 언니가 요시코쨩을 너무 안 좋게만 보지 말아줘..."


하아...


루비는 정말 상냥하네요.


역시 착한 내 동생... 개인적으로 루비도 제가 이끄는 반에 있었으면 싶군요.


“뭐, 굳이 루비의 친구 관계까지 간섭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이상한 영향은 받지 않게 조심해주세요.”


“별로 요시코쨩에 대한 인상이 바뀌진 않은 것 같네...”


“뭐, 고려는 해 보겠습니다.”


사랑스런 동생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대답해줬습니다.


“으유~ 헤헤헤...”


아아... 요시코씨도 루비의 반, 아니 한 절반의 절반만큼이라도 닮았으면...





했지만, 그럴 리 없죠.


“요시코씨...”


“끼끆!”


인적 드문 학교 뒤편.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흰 천에 덮인 책상.


검은 옷을 입은 노파 마녀가 사용할 법한 머리에 단 경단만큼 동그란 수정구.


... 알만 하군요.


카드에서 수정구로 바뀌었다, 그 뿐이지 늘상 하던 그거네요, 타천사의 운명점.


이제는 이런 패턴 하나 하나를 외워버린 제 자신에게 서글퍼지네요.


“게다가 요우학생은 거기서 또 뭐 하는 건가요?”


“아하하... 그게...

후배에게 연애 점 좀 보려고...”


“당장 치우세요!!!”


“요소로!”


“기랑!”




하아...


오늘은 수명이 한 6개월 쯤 더 줄은 것 같네요.


저런 사고뭉치가 착하다니...


하나마루씨도 루비도 이상한 의식에 의해 현혹당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저의 반 학생들 사이에서


'다이아쌤, 츠시마랑 좀 닮았지 않아?'


'응응, 왠지 비슷해!'


라는 잡담을 엿듣고 말았습니다.


물론 '어디가 말입니까!!'라며 폭발해버린 시점에서 엿들은 것도 아니게 되었지만...


도대체 어디가 닮았다는 겁니까 어디가...


아, 어느덧 퇴근시간이네요

.

원래는 좀 더 늦게까지 업무를 봅니다만,


오늘은 피곤하니 조금 일찍 퇴근해볼까요.




하늘은 검붉은 빛으로 물들어가고, 바람은 상쾌.


후~ 언제나 모교의 아름다운 하늘 풍경에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군요.


겨우겨우 폐교한 우라노호시 여학원.


그 전경을 볼 때마다 항상 밀려오는 애틋함이 기분 좋게 제 마음을 데워 줍니다.


오늘따라 더 들뜬 기분에 휩싸인 나머지 오랜만에 루비와 나눠먹을 푸딩이나 사갈까...



하는데...


... 수상한 그림자가 학교 뒤편으로 사라져 갑니다.


순간 제가 잘못 본거라고 여기고 싶었지만...


보고 말았습니다... 동글동글한 경단을요.


아아... 요시코씨...


차라리 제가 항상 나설 수 있는 학원 시간 와중에 문제를 일으켜줬으면 합니다.


하교 시간을 훌쩍 넘은 이 시간에 움직이신다는 건, 제 눈을 피하기 위함인가요?


제 3자의 눈으로 보면 요시코씨와 마찬가지로 정말 수상쩍어 보일 걸음걸이로, 저 또한 학교 뒷편으로 슬금슬금 들어갔습니다.


... 저기 있군요, 타천사!


학교 뒷편 화단 앞에 쭈그려 앉아 무슨 작당을 꺼내는 걸까요!?


저 등 너머로 또 무슨 이상한 중2병 어쩌구를 하고 있겠죠 뭐!!!


아,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내 한 걸음에 달려가서...!


"요시코씨!"


"!!"


"또 무슨 흉계를..."



황급히 저를 돌아보는 요시코씨의 얼굴.


퉁퉁 부어버린 예쁜 눈매에는 이슬들이 힘겹게 매달리고 있었습니다.


"... 다이아 선생..."


슬픔을 버티느라 꼭 다물었던 작은 입술로 저를 부르는 순간, 결국 투명한 눈물들이 한꺼번에 흘러 넘쳐 붉게 물든 볼을 적셨습니다.


".. 요시코씨?"


전혀 상상하지 못한 상황에 머릿속이 새 햐얗게 물들었습니다만...


애처롭게 훌쩍이는 제자를 앞에 두고 아무것도 못하는 선생님의 꼴은 남이 보기에 얼마나 우스울까요?


격동하는 심장의 고등을 쥐어짜 진정시키고, 요시코씨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요시코양의 등 너머의 풍경은,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참담했습니다.


겉만 조금 파헤쳐진 흙과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부러진 모종삽, 그리도 흙투성이의 손.


필사적으로 땅을 파려 했는지 이미 손톱 사이 사이에 흙이 잔뜩 껴버렸습니다.


아아, 그렇게나 예쁜 손이 이 정도로 엉망이 될 정도로, 왜 이 아이가 이토록 필사적이었는지는...


흙 바로 옆에 아무런 미동도 없이 뉘여져 있는 조그마한 갈색빛 종달새를 보고 깨달아 버렸습니다.


"흑.. 이 참새... 방금... 방금 전까지... 과쟈도 먹구... 물도 마셨는데에.."


요시코양은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한 채 팔 소매로 겨우 눈물을 닦아냈습니다.


"... 나 때문에... 내가 불행해서 얘가..."


'나 때문에.'


이 말이 너무나 바보 같고, 애처롭게 제 폐부를 찌릅니다.


도대체 왜, 그런 말을...


자신의 불행 때문이라니... 어째서 그런...


"그런 이상한 소리 하지 마세요!

요시코양이 다치게 한게 아니지 않나요!?"


"그치만..."


"... 제대로 묻어주는 거 도와줄 테니, 부디 그런 소리 마세요."


무심결에 두 손을 요시코양의 볼에 올려, 엄지로 눈물을 훔쳐내 주었습니다.


힘없이 우는 연하의 모습이, 어렸을 때 울보였던 동생하고 겹쳐 보여서...


요시코양는 저와 눈을 마주한 채, 조용히 눈물을 흘렸습니다.


학교 비품을 교사가 앞장 서서 맘대로 쓰다니, 상당히 난감한 일입니다만.


그래도 슬픔에 빠진 제자를 위로하고 불쌍한 생명을 추모하기 위함이니 신도 양해해 줄거라 믿습니다.


역시 삽을 이용하니 한 뼘도 안 되는 묘비를 만드는 것 쯤은 일도 아니었습니다.


"..."


침울하게 쭈그려 앉아있는 요시코양.


버스 정류장 주변에서 도중 제대로 날지도 못한 새를 위해 먹이도 사다 주고 돌보아 주는, 그리고 결국 하늘로 가버린 새를 위해 울어주는 소녀.


오래 키운 것도 아니고 바로 오늘 만난 새인데, 그렇게 서럽게 울어버리고서는,


... 그래 놓고 자기 탓이라니...


이런 바보가 세상에 어디 있을까요.


무심결이 이 순한 아이의 머리에 손을 얹었습니다.


... 부드러운 머릿결.


무덤만 바라보던 요시코양의 시선이 저를 향합니다.


에 또... 전 왜 갑자기 무안해하는 건가요!?


아아... 화끈거려...


부끄럽습니다...!


"그..."


"그...?"



"참새가 아니고 종달새."


"... 엥?"


"참새과는 맞지만, 저 아이는 종달새랍니다."


... 기가 막힙니다, 쿠로사와 다이아.


선생님이란 인간이 방금까지 울던 제자한테 꺼낸다는 소리가 이딴...!


스스로 뺨이라도 때리고 싶습니다!


"으응... 고마워, 다이아 선생"


"...네?"


"이 아이, 이름도 안 붙여 줬으니까... 어떤 새였는지라도 제대로 알아야 되니까...

알려줘서 고마워."


"아... 네, 뭐..."


"의외로 삽도 제대로 쓸 줄 알고... 예전부터 느끼지만 다이아 선생은 아는 게 많구나."


"네? 아 아하하... 고마워요."


요시코양의 칭찬.


아까까지만 해도 원수처럼 이를 갈던 학생이 저에게 감사를 표하며 칭찬해주고 있어요!


아아! 아까보다 더 화끈거리다 못해 따끔합니다!


그 그러지 마세요 요시코양!!



"... 난 아무것도 없는데."


고개를 푹 떨군 채, 요시코씨가 중얼거렸습니다.


"네?"


"딱히 잘하는 것도 없고... 특별한 거 하나 없어서...

맨날 불행만 끌고오고..."


요시코씨는 어두운 낯빛은 하고서 손가락으로 땅 위를 헤집었습니다.


아아, 기껏 씻은 예쁜 손이...


중요한 건 그게 아니지만요.


항상 자신만만하고 괴상한 행동력으로 날뛰던 요시코양의 이런 모습,


정말로, 정말로 보기 싫습니다.



"... 당연하죠."


"... 응?"


"먼저 선(先)자에 날 생(生).

전 선생님이니 제자보다 능숙한 게 많은 건 당연습니다.

요시코양은 아직 배워나가는 학생이니 그런 소리는 하지 말아주세요."


"선생..."


"그리고 불행하다느니 자기 탓이라는 말도 금지.

선한 일은 진심으로 시도하려는 것 자체가 칭찬받을 일입니다.

요시코양은 이름 그대로 착한 일을 하려고 한 거니, 자책하지 마세요."


"아... 으...

... 흥! 요하네!"


요시코양은 어쩐지 화가 난 듯 고개를 홱 돌리며, 늘 그렇듯 자신의 예명을 강조하였습니다.


아, 지금은 어째서인지 이런 모습이, 너무나 귀엽습니다.


루비와는 다른 느낌의 귀여움.


또다시 전 요시코양의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었습니다.


"앞으로 난감한 일이거나 모르는 게 있으면, 언제든 저에게 찾아오세요.

전 요시코양의 담임이니까요."


".... 응!"


아까보다는 힘있게 대답하고서 절 올려다 보는 요시코양.


이미 하늘의 조금 씩 떠있던 별처럼 빛나는 자줏빛 눈동자와 홍조 어린 얼굴이 시선에 들어오자마자 갑자기 제 볼두덩이에 천 불이 일어났습니다.


... 뭐죠 이 기분은!? 의미 불명입니다!!


"그 그 그 그럼, 종달새의 명복을 빌어주고 갈까요?"


"응!"





학교를 빠져 나오고도 요시코양과 바로 찢어지기에는 마음에 걸리는 게 너무나도 많아, 결국 마트에서 푸딩까지 사다 주었습니다.


물론 저와 루비의 것도 빼먹지는 않았고요.


"... 고마워."


그러고서는 양 손으로 조심스레 떠받친 푸딩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요시코양.


......


의미 불명입니다!


요시코양의 저 호의 어린 말 하나하나에 흔들리는 제가 너무나도 이상합니다!


역시 어색하군요!


요시코양과 전 이런 선생 제자 관계가 아니었을 텐데 말이죠!


어쨌든 이런 마음을 겨우 달래고는 버스 정류장에서 요시코양과 헤어졌습니다.


"그럼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 다이아 선생도."




"하아..."


요시코양과 멀어지면서 깊이 한 숨을 쉬었습니다.


정말... 오늘따라 이상하게 갑절로 힘이 빠진 것 같습니다.


문득 시선이 느껴져 뒤를 돌아보니 요시코양도 이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드는 요시코양.


평소 타천사니 뭐니 하며 와하하 헤실헤실 거리던 그 표정과 너무나도 달라, 또 다시 정체 불명의 감정이 제 마음에 있는 힘껏 부딪혀 왔습니다.


진정해라 쿠로사와 다이아! 평정을 되찾아...!


자신을 다잡고 겨우 겨우 손을 흔들며 웃어주는 데 성공.



... 오늘 일은 절대 아무에게도 말 못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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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니 요우요시 쓰던 것도 마무리 해야할텐데...

힘내야지 ㅠㅠ 난 잉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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