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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문학] 문제투성이 천사와 단단한 선생님(9)

리또루데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11.16 01:30:54
조회 478 추천 22 댓글 6

														

소재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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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시코양이 또 어제와 마찬가지로 벤치에서 두리번거리고 있습니다.

 

발을 동동 굴러도 보고, 화가 난 듯 볼을 부풀리기도 하고...

 

그러다 이내, 쓸쓸한 표정으로 벤치에 앉습니다.

 

지금은 요시코양의 가지런한 뒷모습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알 수 있는 거라고는 분주히 움직이는 손을 보아하니 가져온 빵을 먹고 있다, 정도?

 

... 과연... 지금 요시코양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요...

 

 

 

그리고 선생이라는 자는 그 모습을 벽 뒤에 숨어서 훔쳐보는 꼴이라니...

 

요시코양에게 몰래 몹쓸 짓을 한 건 바로 저인데도,

 

도리어 그 날 이후 제자를 피해 다니며 곤혹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수업시간이 끝난 뒤에도 한 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바로 나가버립니다.

 

잠깐이라도 요시코양에게 틈을 안 보여주기 위해서요.

 

점심도 교무실에서 해결합니다.

 

사람이 많은 곳은 요시코양이 곤란해 할 걸 아니까요.

 

퇴근도 최소 카난하고 함께 하는 등 혼자 있을 상황을 만들지 않습니다.

 

그 아이로부터 벽을 치기 위해서...

 

 

한 번은 복도에서 요시코양이 절 따라잡은 적이 있었습니다.

 

제 옷깃을 붙잡고 숨을 고른 채 간절하게 절 바라보던 타천사.

 

"저기, 다이..."

 

"죄송합니다, 지금 급한 일이 있습니다."

 

 

소름 끼칠 정도로 사무적인 말투와 함께, 옷깃을 뿌리치듯 뒤 돌았습니다.

 

속으로는 요시코양의 표정이 너무나도 궁금했지만, 그 마음을 꾹꾹 눌러 담은 채 교무실로 향했었습니다.

 

그 때, 요시코양은 얼마나 상처 받았을까요?

 

정말로 이런 방법 밖에 없었을 까요?

 

 

아아, 정말 전 정말로 비열한 인간입니다.

 

이럴 바에는 죄를 고백하고 사과를 하는 게 옳을 진데...

 

계속 이런 식이면 요시코양이 상처 받을 게 뻔한데도, 도저히 마주할 자신이 없습니다.

 

다시 한 번 요시코양과 대면했을 때 정말 무너져 버릴 것 같아서...

 

죄책감을, 자기혐오...,

 

 

그리고 애정을, 주체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 이제 더 이상 의미불명 이라느니, 알지 못했던 감정 이라느니 당치도 않은 자기변명으로 스스로를 속이는 짓은 더 이상 의미 없겠지요.

 

그 날, 그 순간.

 

아무것도 모르는 여린 소녀의 부드러운 분홍빛을 띈 입술을 훔쳤을 때,

 

그 촉감, 향기를 언제까지고 느끼고 싶다 전율했을 때 더 이상 숨길 수 없게 되었으니까요.

 

 

, 쿠로사와 다이아는 츠시마 요시코양을 좋아합...

 

... 좋아한다는 말은 너무 가벼울까요?

 

전 요시코양을 사랑합니다.

 

일시적인 것도 아니고, 여동생을 사랑하는 마음과 착각하는 것도 아닙니다.

 

음흉한 의미로 요시코양을 보고 싶습니다.

 

불순한 의미로 요시코양과 교제하고 싶습니다.

 

위험한 의미로 요시코양을.....

 

 

동성이지만, 미성년자이지만, 스승과 제자의 관계이지만 상관없을 정도로.

 

그래서 스스로가 무서울 정도로, 요시코양을 사랑합니다.

 

 

... 그러니까, 더더욱 마주할 수가 없습니다.

 

선생으로서 최소한의 도덕조차 저버린 이 추하고 부끄러운 욕망으로 요시코양에게 보여줄 순 없습니다.

 

그래, 이건 모두 요시코양을 저에게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겁니다... 라며 전 스스로를 납득시키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이 바보짓을 계속하고 있는 겁니다.

 

... , 요시코양이 식사를 끝냈나 봅니다.

 

천천히 자리를 털고 일어납니다.

 

돌아가는 그녀의 옆모습은 굉장히 예쁘고...

 

쓸쓸해 보였습니다.

 

 

... 미안해요.

 

하지만, ...

 

 

 

 

 

...

 

"언니, 다 씻었어?"

 

"..."

 

"왜 그렇게 힘이 없어? 어디 아파?

 

"..."

 

"뜨거운 차라도 내줄까?"

 

"..."

 

"... 펭긴? 점순이?"

 

"..."

 

"푸딩 내가 먹어버린다?"

 

"..."

 

"언니!!!"

 

"삐갹!? 루비!?

아하하... 무슨 일이시죠?"

 

"내 말 하나도 안 들었지!?"

 

"아뇨 들었어요!

... 푸딩...을 따뜻하게 씻기신다고...

... 죄송합니다..."

 

 

루비가 근심 어린 표정으로 저에게 다가옵니다.

 

이런... 망연자실하게 테이블에 앉아 있던 게 화근이 되어 루비의 걱정을 사고 말았나 보네요.

 

저란 여자는 꼭 이상한 티를 내야 직성이 풀리는 걸까요?

 

 

"요 근래 들어서 언니 정말 이상해...

진짜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 거야?

어디 안 좋다거나?"

 

"아 아뇨! 전 정말 괜찮습니다!"

 

"거짓말!"

 

"정말입니다!"

절 못 믿으시는 겁니까!?"

 

"하지만 언니가 정말로 뭔가 안 좋아 보이니까...!"

 

"그만! 성가시게 하지 마세요!!"

 

"삐깃..."

 

 

.

 

부들부들 떨며 움츠러든 루비를 보자 제 정신에 다시 피가 돌기 시작합니다.

 

괜히 루비에게 언성을 높이다니, 저는 정말 최악입니다.

 

 

"... 저기.. 루비... 미안해요 정말...

그저 좀 요즘 피곤해서...

정말, 정말 미안해요..."

 

"으유..."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여동생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달래 봅니다.

 

스스로의 좁은 도량을 또 한번 실감하게 되었군요.

 

 

"괜찮아...

루비야 말로 언니를 곤란하게 해서 미안해."

 

"아닙니다, 루비는 잘못한 거 없어요."

 

"... !"

 

 

별안간 루비가 벌떡 일어나더니 자기 방으로 뛰어 갔습니다.

 

그리고 얼마 뒤 손에 무언가를 감싸 쥐고 저에게 돌아 옵니다.

 

 

"언니, 이거."

 

루비가 저에게 건네준 것은 아담한 상자 초콜릿.

 

고등학생에게는 조금 비싼 가격일텐데...

 

 

", 피로할 땐 초콜릿이 좋대."

 

루비... 이 착한 아이...!

 

"루비...! 절 위해 이런 걸...!

정말 감사합니..."

 

"~. 요시코쨩이 준거야."

 

"... ?"

 

"'요즘 기분이 타천되어 버린 것 같으니 특별히 이 타천사가 수여하는 공물이노라!'라고 전해달래."

 

"... 그 그렇습니까..."

 

"요시코쨩, 맨날 언니는 무섭다느니 딱딱하다느니 하면서도 이런 걸...

꼭 요시코쨩에게 감사해야 돼?"

 

", 반드시... 그럴게요."

 

 

... 아아...

 

요시코양...

 

 

 

 

결국, 다음날 수업은 컨디션 난조로 아슬아슬하게 최저는 면한 정도.

 

'조퇴할래?'라며 걱정 해주는 카난을 안심시키고, '조퇴해!'라며 억지를 부리는 마리를 겨우 응징하였습니다.

 

하지만 심란한 마음을 추스르고 힘내야겠지요.

 

어느덧 이번 주도 여기까지니까요.

 

오늘 금요일만 버티면...

 

... 버티면? 뭐죠?

 

계속 요시코양을 피해 다니기만 하는 날이 계속될 텐데.

 

달라질 건 없는데 말입니다.

 

... 아아...

 

언제까지고 이럴 수 없는 노릇인 데, 아직까지도 뭘 어떻게 할 지 방향을 잡지 못하겠습니다.

 

아아... 전 어떻게 해야...

 

안 돼! 정신차려요 쿠로사와 다이아!

 

지금은 카난을 따라 칼퇴근을 하느라 밀린 잔업을 전부 마쳐야만 합니다!

 

카난을 따라 다니다 보니 정말 저까지도 잠시나마 느긋해 져서는...

 

오늘은 좀 늦게 퇴근해야겠군요.

 

... 그 아이도 늦게 까지는 남아 있지 않을 테니까요.

 

 

항상 늦게 퇴근하시기로 유명한 선생님까지 퇴근한 시간.

 

밖이 꾀나 어두워질 정도면 정말 오래도 있었군요.

 

너무 오래 있었단 것이 밝혀지면 또 귀찮은 이사장이 한소리 할 게 뻔하니...

 

... 하아...

 

봄이 만연한 5월 초의 노을이 이렇게나 심드렁하게 느낀 적이 있었을까요?

 

아무런 감상도 들지 않은 채, 천천히 정문을 나와...

 

 

 

 

"다이아 선생!"

 

등 뒤에서 들려 오는 익숙한 목소리.

 

그 음색이 제 가슴을 달콤하면서도 쓰라리게 어루만져 버립니다.

 

어째서인지 한 발 짝도 땔 수 없습니다.

 

언젠가 반드시 와야만 했던 순간.

 

하지만 너무나 두려웠던 그 순간이 닥치자, 오히려 알 수 없는 냉정함과 결의가 마음에 피어 오릅니다.

 

심호흡을 하고, 뒤를 돌아 봅니다.

 

 

 

 

저녁 노을 아래 빛나고 있는 요시코양의 눈동자는 한 없이 아름다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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