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 둔덕에 홀로 서서 검으로 고블린의 시체를 쌓고 있는 청년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반 세크, 기억을 잃은 떠돌이 용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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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설정이었다.

그는 게임 속 캐릭터에 빙의한 현대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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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빙의자라고 밝힐 순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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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세를 기반으로 한 게임 세계엔 마녀도 있고, 마법도 있었다. 

그리고 그 둘 다 굉장히 사이한 것으로 취급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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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목이 뎅겅 잘려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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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세계에서 ‘이 몸, 빙의자임.’을 시전한다?

저런, 참 고생이 많으셨겠군요. 여기 편안히 기대세요.

아아, 뭐냐고요? 단두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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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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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 End. 형장의 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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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봐도 비디오. 타임 투 세이 굿바이.

그날로 정들었던 몸과 머리는 작별을 고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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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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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이유로 지난 2년.

그는 자신이 빙의자라는 것을 숨긴 체, 용병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목표는 당연하게도 현실로의 복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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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다행인 건, 내가 만든 캐릭터에 빙의했다는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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촤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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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케이브에서 튀어나온 고블린의 머리를 썰면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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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게임 속 세계인 것은 분명한데, 어찌 된 것이 상태창이 없었다. 

객기를 부려 올랜덤으로 설정했었다면, 자기 능력도 모르니 진즉에 칼 맞고 뒈졌을 거란 얘기.

그가 평소 티어 캐릭터만 골라 키우는 일명, ‘강캐충’이라 살았다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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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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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덕 아래로부터 고양이 귀가 뾱 하고 튀어나왔다. 

그리고 얼룩덜룩한 발색의 카오스 냥 수인, 켈브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딴청 핀다고 대답을 안 하니 직접 확인하러 올라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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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써는 게 뭐 힘들다고 대답을 안하냥! 걱정했잖냥!”

“…그렇다고 널 썰 수는 없잖아.”

“히이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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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생김새, 말투와 다르게 이놈은 수컷이다(알고 싶지 않았다).

다른 수인들은 멀쩡한데, 고양이계 수인들만 냥냥거린다. 게임 제작자는 굉장한 신사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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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최초로 얻은 수인 파티원이 수컷이라니, 정말 의욕 떨어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세크가 켈브를 다루는 취급이 조금 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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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식, 내 고양이 귀 메이드의 복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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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추구하는 문체인데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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