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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물] “형님, 제게서 사라지십시오.”모바일에서 작성

레후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3.27 15:04:28
조회 274 추천 12 댓글 2
														
혼자인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고독이 사색을 부르기에.
요 며칠 베른헤임과 시간을 보냈던 샤크메이다.
혼자가 되니 머릿속에 다시금 상념들이 떠올랐다.
그 대부분은 잊고 싶으나 잊을 수 없는 형님과의 기억들.
기억 속의 그 남자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샤크메, 나는 언제나 널 사랑한단다.’

샤크메는 문득 죄스러운 기분마저 들었다.
상대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또 다시 떠나간 남자를 떠올리는 꼴이라니.
그는 고개를 털털 털어버리고 자신이 밖으로 나온 목적을 상기했다.
날이 춥다.
먹을 것이나 잽싸게 싸들고 들어가자.

그리하여 상가 골목으로 들어가는데 저 골목의 끝에서 익숙한 이가 눈에 들어왔다.
어깨까지 내려온 흑발이 찰랑이는 붉은 눈의 여인.
제라였다.
샤크메의 표정이 구겨졌다.

“다음에 보이면 죽인다고 했을텐데.”
“그런 말씀 없으셨네요.”

당돌하게 지척까지 다가온 제라가 예의 비웃음을 내보였다.

“그새 새로운 사람이라도 만나셨나 보군요. 마음도 참 갈대 같으셔라.”
“깝죽대지 마라 계집. 그러고 보니 잘 만났다. 돌려줄 물건이 있다.”

샤크메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러나 잡히는 물건이 없다. 샤크메는 그제서야 기시감의 원인을 알아챘다.
독약병을 들고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따위것 중요치는 않았다.
길에 버려버리면 그만이니, 다만 사람을 약올리는 년에게 화풀이를 못하는게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렇게 샤크메가 다시 손을 빼내는데,

“앗!”

제라가 크게 움찔하며 팔을 올려 방어 자세를 취했다.
샤크메는 겁도 많은 년이 주둥이만 여간 잔망스러운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라가 멋쩍은지 헛기침을 큼큼, 했다.

“여기까지 오셨으니 돌아갈 생각은 없으신가 보네요.”
“나는 이 사막을 떠날 것이다. 네년은 이승을 떠나고 싶지 않다면 오늘이 마지막 만남이 되어야 할 것이다.”
“당신이 과연 그럴 수 있을까요?”
“사막을 떠나는 것? 아니면 네년의 목숨을 끊는 것?”

제라가 조소를 머금었다.

“저는 당신을 매우 잘 안 답니다. 당신은 신왕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어요. 절대로. 당신도 이미 잘 알고 있어요. 유일한 방법이 있다면 그의 목숨을 끊어내는 것 뿐이겠죠.”
“네년이 건네준 물건은 이미 버렸다. 나는 형님에게 이제 어떠한 감정도 없다. 네게도 용건은 없으니 사라져라 계집.”

샤크메가 쿠크리의 검자루를 매만졌다.
제라가 그를 가만히 지켜보다가, 상냥한 미소를 지었다.

“아니요, 거짓말 마요. 당신은 버리지 않았어요. 당신이 그걸 받은 순간부터 버리지 못할 것을 저는 알고 있었답니다. 오늘은 피곤해 보이시니 자리를 일찍 비켜드리죠. 그럼, 이만”

제 할말만 마친 제라가 안개처럼 사라졌다.
샤크메는 간파 당한 것에 전에 없던 분이 차올랐다.
허나 그의 분노는 갈 곳을 잃었다.
샤크메는 격앙된 숨을 삼키며 스스로에게 되새겼다.

‘아니다. 카인은 이제 내게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러니 괜찮아.’

샤크메는 쿠크리를 다시 품속으로 집어넣었다.
기분이 엉망이었다.
짧은 이별이었지만 베른헤임이 필요했다.
그의 따뜻한 품이 절실했다.



***



우유부단함이야말로 가장 큰 불행의 씨앗이다.

방으로 들어선 샤크메는 놀라 온몸이 굳고 말았다.
그의 연인, 베른헤임이 바닥에 쓰러져 꿈틀거리고 있었다.
입가에는 검붉은 혈토가 흩뿌려져 있었고, 한 손에는 그도 익숙한 약병이 들려 있었다.
제라가 건넨 독약이었다.

“야! 이 미친년아!”

방구석에서 들려온 고함에 샤크메는 퍼뜩 정신이 들었다.
마검이었다. 말을 하는.

“독약을 품에 넣고 다녀? 죽여버릴거야!”

마검이 뛰어 올랐다.
샤크메는 얼떨떨한 와중에도 내리쳐지는 검격을 가까스로 튕겨내었다.

“주인이 뭘 잘못했다고, 이 악독한 년. 죽여버리겠어!”

마검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한 합, 두 합.
그러나 주인 잃은 마검 따위의 기력은 오래가지 못했다.

“살려내, 살려내라고!”

곧 기력이 다한 마검이 바닥에 퍼져 우는 소리를 내었다.
샤크메는 이 상황을 좀처럼 믿을 수 없었다.
마치 만들어진, 조작된 비극 처럼 느껴졌다.
현기증이 올라온다.
머리가 이 상황을 이해하길 거부했다.

“샤크메…”
“!”

힘빠진 목소리에 샤크메가 한달음에 달려갔다.
베른헤임이 얕은 숨을 내쉬고 있었다.
허나 금방이라고 꺼질듯이 미약했다.
샤크메의 눈가에 눈물이 차올랐다.

“미안하다…”

샤크메가 무릎 꿇고 베른헤임의 손을 꼭 붙잡았다.
그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니 할 말이 그뿐이었다. 미안하다. 내가 우유부단해서.
마지막 말은 목이 메여 나오지 못했다.

그리고 죽음을 누구보다 직감한 사람은 베른헤임 스스로였다.
그가 마지막 남은 안간힘을 다해 손을 뻗었다.
뻗어진 손이 부드럽게 샤크메의 볼을 훑는다.

“그만큼 미운 사람이, 죽도록 미운 사람이 있었던 거야? 그래도 네 표정을 보니 그게 나는 아니었나 보네. 다행이다….”

말을 마친 베른헤임의 팔이 힘없이 떨어졌다.
샤크메는 감히 오열하지 못했다.
대신 어깨가 몇번 들썩였다. 그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흐윽, 흐윽 하고 가슴 아픈 소리를 내었다.
고개를 떨군 샤크메가 돌연 주변을 향해 소리쳤다.

“네년!!! 당장 나와라!!”

샤크메가 허공을 향해 사납게 쿠크리를 휘둘렀다.
그럼에도 주변은 바람 한점 없이 고요하다.

“네년이 꾸민 짓이렸다! 감히!”

서걱.
단 일격에 둘이 머물던 침대가 반으로 갈라졌다.
그러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챙.
탁자가 두동강 났다.
그러나 대답은 돌아오자 않는다.

화장대도, 촛농도, 암막도.

핏대를 잔뜩 세우던 샤크메가 곧 바닥에 주저 앉았다.
피가 쏠려 어지러웠다.
문득 바닥에 뿌려진 혈토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내용물이 남은 듯한 독약병.

샤크메의 손길이 사막의 이슬을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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