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그리스군은 현재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의무 복무 기간은 12개월이다.

(2021년 6월 12일부터 군복무 기간을 9개월에서 12개월로 연장했다.)

② 특이하게도 그리스군 징집병들에게는 급여가 아예 지급되지 않는데, 2010년대엔 "생활 보조금"이란 명목으로 한달에 약 8.62 유로(현재 원화로 약 12000여원) 정도의 매우 적은 돈만 지급되었다. 이 돈은 맥도날드 빅맥 단품 2개조차 사먹지 못하는 돈이였다.

(그리스 남성들 사이에서 8.62 유로는 일종의 밈으로 통한다.)

10여년이 지난 2020년대에는 이 "생활보조금"은 8.62 유로(약 12000여원)에서 9.62 유로(14000여원)으로 인상되었다.

③ 그리스 경제위기, 국가부도 사태 당시 그리스군은 최소한의 피복류와 식사 정도는 제공했지만 나머지 생필품 등은 병사들한테 보급해주지 않았다. 심지어 화장지조차 병사가 사비로 구매해야 했다.

당시 그리스군 병사들에게 부대 시설의 좋고 구림을 가늠하는 최소 척도는 정수기가 있느냐 없느냐 였다. 정수기가 없는 구린 부대는 수돗물을 마시던가 병사들이 알아서 생수를 사마셔야 했는데, 그리스 수돗물은 염류와 석회가 포함되어 있어서 음용수로 적합하지 않은편이다.

그래도 국가부도 사태에도 불구하고 부대에서 매 끼니마다 식사는 제공하지만 당연히 최소한의(?) 수준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그리스군 병사는 짬밥 먹는것을 싫어한다. 그나마 외부 음식을 사먹는것엔 제약이 없어서, 그리스 병사들은 종종 부대 근처에서 수블라키나 피자를 주문해서 끼니를 떼운다고 한다.

④ 북부 그리스의 막사는 온수시설이 갖춰지지 않은곳이 많았다. 가뜩이나 북부 그리스는 산악 지대여서 겨울엔 많이 추운편인데 온수가 나오지 않다보니 북부 그리스의 병사들은 겨울엔 샤워 대신 물티슈로 온몸을 닦는걸로 퉁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⑤ 그리스 병사들은 "생계를 위해"(외출이나 간식을 사먹기 위해서가 아니다) 부모에게 용돈을 받는걸 아주 당연하게 여긴다. 왜냐하면 당연하지만 생활보조금 "8.62유로" 가지고는 한 달 쓸 비누나 화장지를 사는데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돈을 보내줄 가족이 없는 병사들은 미리 입대 전에 일해서 돈을 저축해 놓은 다음 그걸로 군대에서 먹고 살아야 한다.)

⑥ 부바부긴 하지만 대다수의 그리스 병사들은 기초 군사훈련을 끝으로 더 이상의 훈련은 거의 받지 않는다. 그저 지루한 초소 지키기와 청소하기의 무한 반복일뿐.

⑦ 물론 그리스인들은 이런 지독할정도로 열악한 군생활에 불만이 많지만 터키가 싫기 때문에 참는다.

+

냉전기, 쌍팔년도 그리스군의 징병 기간은 총 24개월, 딱 2년이었다. 하지만 군생활을 딱 2년만 복무하고 제대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왜냐면 지휘관이 병사의 군생활을 임의로 3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병사들의 군복무 태도 등이 불량하다고 판단되면 지휘관은 해당 병사의 군복무기간을 최대 3개월까지 연장시킬 수 있었는데 이 기준은 사실상 해당 지휘관 마음대로였다.

그래도 멀쩡한 병사들을 상대로 맘대로 복무연장을 갈기면 인사평가에 부정적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복무연장은 당할만한 악질들만 당하지 않았을까? 싶을 수도 있지만

복무연장을 시킨 병사의 숫자 같은건 인사평가에 반영되는 요소가 아니였기 때문에 그리스군 지휘관들은 복무연장을 무지성 난사해댔고, 당시엔 복무 기간이 "24개월"이 아니라 "24개월+3개월"로 "27개월" 이라는게 반쯤 상식인 수준이였다고 한다.

이 제도가 지나치게 남용되다 보니 사회적으로 물의가 일어 냉전 종식 이후로는 폐지되었는데, 그래서 오늘날 그리스 틀딱들이 요즘 젊은놈들은 군생활 편하게 한다고 욕하는 레퍼토리로 사용된다. 요즘에는 그래도 정일 전역이 보장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