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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대회] 북진 그 어느날앱에서 작성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23 18:32:08
조회 256 추천 4 댓글 0
														

공회당과 소학교 교사에 낯선 깃발이 걸린지 어느덧 한달여가 지난 아직은 쌀쌀한 기운이 남아있는 4월 초였다

창문을 열었다가 훅 들어오는 냉기에 따귀를 얻어맞은 군붕이는 외출복 외투를 고민하다 개털칼라가 달린 옛 인민군 점퍼를 꺼냈다

제대하고 직업배치 받은 뒤 행여 닳을세라 줄곧 장농에 넣어두고만 있었던 이 옷은 이제는 줘도 안 입을 고물이 되었다

과거 김정일 시절부터 줄기차게 외쳐댄 선군은 끝내 인민군도 아닌 군인들을 상전으로 모시는 것으로 그 끝장을 보게 되었다

신의주 방향으로 파천 하였다는 공화국 정부가 끝내 남측과의 "평화 통일 협상"에 돌입한다는 선언과 함께 들어온 군인들은 점령 이튿날부터 길가의 주민들을 붙잡고 초상휘장이나 인민복, 계급장 없는 인민군복 차림을 한 이들을 총창을 겨누어 집으로 돌려보냈다

새 군대의 눈에 들어 강냉이 배급이나 받아볼까 하고 비닐 비료포대든 발싸개천이든 저마다 하나씩 꺼내서 파란 조선반도를 그려 들고 나와서는 해방군 만세를 부르던 주민들은 일단 귀가하라는 서슬퍼런 지시에 저마다 삐죽 튀어나온 입을 애써 집어넣을 수밖에 없었다

일주일 쯤이 지나자 서울의 국방부에서 얼굴도 모르는 장관이라는 이가 "사회의 질서와 안녕을 위협하는" 옷차림을 제외한 주민의 옷차림을 허용하겠다는 발표를 하였지만 공연히 옷걱정을 하게 된 주민들은 볼멘소리를 해댔다

한참 '아스콘' 공사를 한다고 길바닥에 눌러댄 아스팔트 타르 냄새가 아직까지 신발 바닥에 찐덕하게 묻어나는 길가 맞은 편 '마을버스' 정류장 뒤에서 안테나를 단 SUV 군용차량 한대가 덜거럭 거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일호차 쯤 되어보이는 군용차가 단속을 나온것은 아니겠지만 자신의 옷차림을 보고 잡으러 올 세라 군붕이는 공연히 전봇대 뒤로 모습을 감추었다

읍내로 나와 안전부 방향으로 발길을 돌렸다

현관 포치 위 깃대에 달린 태극기가 사단기 새마을기발과 함께 오뉴월 돼지 불알마냥 쳐져있는 가운데 그아래에 붙은 대통령 초상화가 양 옆으로 대한민국 만세 조국의 평화통일 만세 어쩌고라는 무슨 구호를 거느리고 그를 깔아다 보고 있다

그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며칠전부터 아버지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전쟁때 참전로병이었던 아버지는 그 공로로 한동안 기업소 지배인으로 있다가 그의 나이 쯤 퇴임하고 나름 직장에서 자리를 잡게 된 그의 도움으로 새 동네로 이주하여 외곽 산비탈에서 뙈기밭을 만들어 농사를 짓고 있었다

밭일을 나갔다가 빼앗은 안전부 벤츠 승용차를 타고 온 군인들에게 입도 벙긋 못 하고 뒷자리에 모셔져 끌려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로 그는 동네를 찾아다녔지만 통 소득이 없었던 참이었다

여편네 친구라는 아낙네의 말도 뭔가 신통찮은 소리였었다

"우리 시아바지도 참전로병인데 한 이삼일 전에 군인들이 뭐 좀 물어볼게 있다고 데리구갔시요"

이참에 확답이라도 받아봐야겠다고 마음먹은 군붕이는 정문 위병소를 통과해 레토나와 옛 안전부 고물 순찰차들이 주차된 주차장을 지나 청사 내부로 들어갔다

"그래서 아버님 말씀은 지금 부친이 없어지셨다 그런 거잖아요?"

'민원봉사' 간판이 붙은 옛 보위원 숙소에 들어앉은 중사 계급의 군인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되물었다

"기렇티요 이제 3일이 되었수다레"

"좀더 기다려보세요 언제야... 지난 4일날에도 오셨었네요? 자꾸 재촉하시면 저희도 참 힘듭니다 일단 찾게 되면 확답을 드릴테니까...."

더이상 이 사람을 붙잡고 말싸움을 할 이유가 없었다

"저 선생"

"네 말씀하세요"

"변소 좀..."

제트스트림 원주필을 정신 사납게 딸각거리던 군인은 "여기는 막혔으니까 저 본청사 2층 가세요" 라고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어두컴컴란 불빛 아래 여러개의 방을 거느리고 나 있는 복도는 보기만 해도 바지에 오줌을 지리게 하였다

그중 한 방에서는 유독 떠드는 소리가 시끄러웠는데 군붕이는 흥미가 돋아 방문앞에 귀를 기울여댔다

"야 이 새끼야 대답 똑바로 안해 낙동강에서 뭐 했어, 아무리 씨빨럼아 구라를 까도 우린 다 알고 있어"

"아이고 어제 일도 기억이 나지를 않는데 칠십년 전 일을 어드레 압니까?"

"오일이케이 돌리까? 노인네라고 봐줬더니 개 씹으로 아나 이게 진짜"

"아이고 선상님네들..."

노인의 웅얼대는 목소리가 별안간 절규로 바뀌어 메아리쳤다

"기래, 쥑이라 이 새끼들아! 이거이 완전히 왜놈같은 새끼들 아이간? 개정어리(김정일) 로동당 때도 이러진 않았다
이거이 그르케 떠들든 민주주의 자유주의네? 이 똥뙈놈만도 못한 새끼야ㅡ"

귀에 익은 목소리의 절규 뒤로 빠치지직 하는 소리와 "억" 하는 단말마가 뒤를 이었다

눈앞이 쇳가루라도 들어간 것처럼 뜨거워졌다

"아바지..."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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