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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그 이후의 다이스(1)

xx(49.246) 2023.07.29 00:39:13
조회 117 추천 1 댓글 9
														


 '설마 이걸 반응하신 건가요?'


 단검들이 빵봉투에 막히면 목이 찔린다는 것을 알고 그 이후 목을 그으려는 단도를 반사적으로 회피하는 데에 성공했으나 심장이 찔려 즉사.


 '다이스를 잃은 지금도 이렇다면 이전 세대의 다이서들이 왜 강한 지 이유를 알겠군요.'


 빵봉투를 던지는 대신 방패로 삼아 즉사하지 않도록만 단검들을 막은 다음에 도망치려고 했으나 빠르게 다가온 피에로 가면이 목을 긋는 것을 막지 못하고 사망.


 '초월적인 신체 능력이 없어도 강해요.'


 일부로 즉사할 만한 곳만 단도를 들이대고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던지는 단도들을 막은 다음에 일부로 몸을 크게 움직여서 즉사 부위를 회피하려고 했으나 피에로 가면은 빠르게 두 번 단도를 그어 사망시킬 뿐이었다.


 '얼마나 많은 경험을 쌓은 거죠?'


 하지만 확신했다. 단검을 몇 번 더 긋는 한이 있더라도 저 자는 나를 즉사시키려고 하고 있다. 최소한 고통스럽게 과다출혈로 죽이려고 하지 않는다. 목적이 있는 타입. 그리고 스피드가 빠른 것과 제어능력이 높은 것은 전혀 다른 능력이니 저 가면의 일직선상에서 최대한 피해 도망치다 보면 타임 리와인드를 쓰고 있는 누군가가 도와주러 올 것임을.


 '다이서라고 해도 죽음을 극복한 것은 아니었을 텐데 왜 단검을 보고도 겁을 먹지 않는 거죠?'


 몇 십번의 죽음을 경험했다.


 적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알아도 


 신체능력의 차이가 너무나도 월등히 벌어져 있었으니까.


 '얼마나 많은 사선을 넘어왔길래?'


 몇 백번 단검에 그어졌다.


 한 번에 죽이려고 하는 자이기는 해도 내가 계속 피하다 보면 헛손질을 하기 마련이었으니까.


 '선지자님이 당신을 죽이라고 한 이유를 완벽히 이해했습니다.' 


 일부로 고통을 못 참은 척 몇 천번 비명을 내질렀다.


 단검에 그어져서 진짜 고통을 못 참은 적도 있지만, 타임 리와인드로 인해 돌아가고 있는 시간 속의 사람이 내가 있는 곳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


 "저보다 어리지만 저보다 훨씬 많은 사선을 넘어왔음을."


 흔들리는 어깨를 보자마자 반사적으로 왼쪽으로 땅을 박차면서 앞으로 나아갔다. 


 공격의 끝이 어디로 가는지를 확인하면 안 된다. 


 공격이 시작될 때 바로 도망쳐야 한다.


 만약 그로 인해 죽는다면 다시 시간이 되돌려지기를 바랄 뿐.


 그렇게 도박적인 '수'를 계속 던지는 것만이 월등히 벌어진 신체능력의 간격을 메꿀 유일한 방법이었다.


 나를 죽인다는 '6'에 가까운 수를 계속해서 던지는 피에로 가면과,


 내가 죽는다는 '1'에 가까운 수를 계속해서 나오는 나.


 상대는 능동적인 공격자였고,


 나는 상대에 반응하여 도망칠 뿐인 수동적인 수비자였다.


 하지만 주사위는 여러 번 던지면 다른 결과가 나오기 마련이다.


 아무리 운 좋은 사람이라도 1이 나올 때가 있으니까.


 상대의 1이 겹치고


 나의 6이 겹쳐서 


 이전보다 더 긴 시간을 살아남았다.


 하아.


 하아.


 거친 숨이 참을 수 없이 계속 나온다. 


 10분만 버티면 타임리와인드의 주인이 도와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몰라도 계속 그 주인은 오지 않고 있다.


 계속된 죽음에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오래 살아남은 순간이었지만 죽을 때 느끼는 고통은 끊임없이 나를 좀먹고 있다.


 피에로 가면의 사내가 날 고통스럽게 죽이지 않아서 지금까지 버텨낸 것이지만 그때 느낀 잠깐의 고통이 쌓이고 쌓여 이 이상 버틸 수 있을 거라는 자신은 없다.


 "그러니 부디 지금 죽어주시길."


 피에로 가면의 어깨를 보지 못해서 반응이 늦었다.


 휘둘러지는 단검.


 목에 서늘한 단검이 닿는다고 생각한 순간, 나는 구원자를 찾았다.


 타임 리와인드를 끊임없이 굴리면서 날 살리려고 한 자를.


 다시 다이스 게임이 시작되었다면 가장 먼저 A랭크가 되었을 확률이 높은 태빈이일까?


 아니면 다이스 적성이 가장 높았던 은주?


 성인이었음에도 다른 이들보다 훨씬 빠르게 강해진 지은 누나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눈에는 어느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당연하다.


 나는 운이 없으니까.


 이번 회차에서 압도적인 상대의 일격을 계속 피하는 데에 운을 사용한 내가,


 구원자가 올 운까지 있기를 바라는 것은 망상일 뿐이다.


 다시 주사위가 굴러가서 시간이 되돌아가기를 바라던 나는 목끝에 닿고도 움직이지 않는 단검을 보았다.


 정장을 입은 피에로 가면은 단검을 움직여서 내 목을 베어내지 않았다.


 나 역시도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설마 타임 포즈...?


 [타임 리와인드를 쓰기 위해서는 에이션트 다이스가 필요하지.]


 타임 포즈와 함께 구원자의 등장을 기대하던 내게 들린 것은 익숙하면서도 낯선 목소리였다.


 [그리고 에이션트 다이스의 주인은 우리였고.]


 피에로 가면을 옆으로 밀쳐내고 나타난 청년은 내가 알던 인물이었다.


 아니, 가장 가까운 인물이기까지 했다.


 "그런데 다른 누가 도우러 올 리가 없지. 다이스가 없다는 이유 하에서 정말 많이 약해졌구나. 몸도, 마음도."


 내가 가장 가까운 인물은 나일 수밖에 없으니까.


 피에로 가면을 밀쳐낸 이는 다이서 시절의 나.


 신체능력으로만 치면 최강에 가깝던, 내가 가장 잘생기도록 주사위를 굴려서 만들어낸 외모의 청년이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구원자를 바라던 입장에서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난 널 크게 도와주지 못해. 피에로 가면을 밀쳐내 주는 것이 고작. 단검을 빼앗아 너에게 쥐어주어도 너의 근력으로는 저 녀석의 맷집을 뚫지 못하겠지. 그러니까 상황 설명을 하는 대신에 하나만 더 해줄게."


 꿈에서 나타났던 외모 그대로의 '나'는 내 손에 딱딱한 무언가를 쥐어주었다. 바로 펼쳐보자 그것의 정체는 주사위였다.


 내가 익히 알던 푸른 색을 띈 게 아니라.


 석순이가 엑스를 벨 때나 보았던,


 검은색 주사위.


 "우리가 했던 게 1세대라고 한다면 우리가 끝내고 난 뒤에 새롭게 벌어진 다이스 게임이 2세대야. 너는 3학년이 되어서 모두 바빠져서 못 본 거라고 생각했겠지만 1세대 다이서들 모두 이 게임에 강제 혹은 자의적으로 끌려가게 되어서 너와 만나지 못하게 된 거야."


 미오는 공부에 바빠서 못 보는 줄 알았다.


 지은 누나는 선생님이 되어서 못 보게 된 줄 알았다.


 은주는 피아노 연주에 열중하느라 못 보는 줄 알았다.


 모두 다 바쁜지 알았는데 2세대 다이스 게임에 참여하고 있었구나.


 지금 심장이 빠르게 뛰는 이유는 배신감일까 아니면 2세대 다이스 게임을 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기대감일까.


 아니면 모두가 예전의 기억을 되찾을 지도 모른다는 것에서 비롯된 두려움일지도 모른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든지 [나]의 말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그리고 그건 저 2세대 A랭커가 펼쳐놓은 결계에서 빠져나갈 수 있게 힘을 가지게끔 만드는 주사위야. 너도 알겠지만 아무리 소리쳐도 사람들이 몰려 오지 않는 이유는 결계 때문이었으니까. 하지만 굴리기 전에 잘 생각해. 이곳에서 나가고 나면 넌 예전의 몹과도 같은 존재가 될 거야. 에이션트 다이스라는 보물을 품은 몹. 1세대 다이서들은 과거의 원한 이나 인연 때문이라도 널 찾을 테고 2세대들은 네가 힘을 되찾기 전에 죽이려고 들겠지. 지금 죽는 게 차라리 나을 수도 있어."


 긴 말이었다.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도 모를 만큼 긴 말.


 그러나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어도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 해야 할 것은 정해져 있었다.


 후회하기 위해서 해야 할 것도 정해져 있었다.


 후회는 언제나 살아남은 자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


 [나]와 닿으면서 타임 포즈에서 해제된 것인지 움직이는 팔로 주사위를 던진다.


 허공에서 검은색 주사위가 굴러가면서


 나의 2회차 다이서 생활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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