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올빈~영빈 보르도 + 올빈 영빈 샤블리 비교벙에 참석하였습니다. 리스트는 꼬스 데스투르넬 04, 몽로즈 12, 푸아페레 17해서 한세트, 생산자가 꺄브에서 장숙으로 묵혀서 내놓으면서 오크 안쓰기로 유명한 다니엘 에티엔 드페 프리미에 크뤼 꼬뜨 드 레쎄 19와 라울 고테린 프리미에 크뤼 바이용 19해서 한세트, 식잔 샴페인으로 모엣샹동 빈티지 15를 마셨습니다.

순서는 모렛15-에티엔 드페 09-라울고테린20-꼬스04-몽로즈12-푸이퓌레17 이였습니다.

1. 꼬스 데스투르넬 04

꼬스데스투르넬은 11 2번, 14 그리고 04까지 약빈(이지만 rp 점수는 94점으로 다들 선방한 편입니다)만 4번 마셨는데 그때마다 엄청난 만족감을 주었습니다. 11 마실때도 아직 피크 가려면 한참 남았다는 생각밖에 없었는데, 이번에 04를 마시면서 지금이 피크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과실향과 숙성이 주는 팔렛에서의 감칠맛의 조화가 가장 최적의 상태였습니다.

블랙베리, 레드베리 악간, 블랙 커런트, 구조감에서 악간 악센트만 주는 피라진의 힌트와 우아함을 더해주는 부케까지...

일전에 꼬스 14, 세냐 14, 몬다비 투칼론 14에 뒤크리 보카이유 17까지, 보르도 품종 몰아 마신 벙에서도, 과실향에서는 뒤크리 보카유17, 투칼론 14겠지만(보카유 17은 진짜 나파캡 급으로 과실향 펑펑이었습니다, 보르도 싫어하시는 불곤 피노파 분들이 그나마 뒤크리보카이유는 먹을만하다 하시는 이유를  알겠더라구요) 종합적인 우아함에서는 꼬스가 좋았다고 느꼈는데 어제 마신 04는 우아함의 절정을 보여줬습니다.

마근엄님께서 꼬스데스투르넬은 약빈 저점 방어에 있어서 엄청 강점이 있다고 말씀하셨는데(아마 제 기억에 5대 샤토도 못살린 07을 꼬스는 괜찮았다고 말씀하셨던걸로 기억합니다) 정말로 4번의 약빈 경험에서 모두 엄청난 만족감을 주었습니다.

2. 몽로즈 12

사실 이번 벙에서 제일 걱정했던게 몽로즈 12였습니다. 이전에 먹은 더 어렸던 14 17 몽로즈들이 다 흑연 그자체, 깜깜 그자체여서 12도 아직 멀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그정도는 아니더라구요. 단, 피라진 + 허브 노트가 가장 튀었는데, 진짜 딱 3년만 지나면 이게 우아함을 강조해주는 예쁜 악센트로 작용할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르도 꽤 잘만드는 생산자 약빈 10년 초반을 지나는 올빈 먹을때마다 느끼는게 3년만 더 있다 먹었으면! 인데 이번도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3. 레오빌 푸아퓌레 17

레오빌 3형제 중 둘째 느낌이 드는 푸아페레입니다. 장터에 이상하게 가격 좋게 나온걸 줏어서 푸아페레는 05, 16 그레이트빈으로 보유하고 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개인적으론 꽤 굿빈이라고 생각하는) 17빈으로 마시게 되었습니다. 접근성 좋고, 시더 느낌 낭낭하게 아주 만족스럽게 마셨습니다. 몽로즈 12보다 이게 더 접근성 좋다고 느꼈습니다. 단단한 생떼스데프 중에서도 가장 클래식한 몽로즈와, 생쥴리앙의 가장 모던한축에 속하는 푸아페레의 비교가 재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