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뇌가 만든 환상들 같음

내가 금연을 더욱 강하게 결심한 계기가

어느 순간 담배를 내가 피고 싶어서

태우는게 아니고 뇌가 피라고 시키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였음



일화를 소개하자면

금연중

친구가 교통 사고로 정확히 17일만에

병원에서 혼수상태 있다가 하늘나라로 갔음




그 뒤 친구들에게 연락 받고 사망한 친구 장례식 갔는데

친구 먼저 보냈다는 상실감으로 담배가 존나 피고 싶은거임

근데 나는 금연중이였고 담배도 없었음

그래서 주변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고 한 대 뽑아 입에 무는 순간



문득 그 생각이 들었음


' 내 친구 죽은게 담배 필 구실이 되어버리네? 이게 맞나?
친구 죽은걸 핑계로 담배 피우는거야?
혹시라도 이 담배가 맛있으면 어떡하지?
내 친구 죽어서 피운 담배가 맛있다?




시발 이거 피면 현진이가 살아돌아오나?'
옛날부터 같이 몽골여행 가기로 했는데
이거 피면 현진이랑 여행 갈 수 있나? '



이때 친구가 진짜로 갔다는 실감과

내가 엄청 비겁하고 위선적으로 느껴져

화장실로 들어가서 담배 다 버리고 변기 잡고 막 울었음




그 뒤 친구들과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집으로 돌아 가는데

조금 마음이 침착하게 정리 되니

문득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 굉장한 위화감이 들었음

' 내가 진짜 그 담배를 피고 싶어서 담배를 사러간걸까?

진정한 내가 아닌 뇌라는 기관이 나를 교묘히 속여서 담배를 피게 만들려고 한게 아닐까?'




정신병자처럼 들리겠지만

저런 위화감이 들었던거에는 내 나름의 이유가 있었음

그 이유는

우리가 연인과 헤어지거나

시험에 불합격하거나

사람들이랑 싸우거나

안 좋은 일이 있게 되면 술과 담배를 찾게 됨



근데 알다시피 술과 담배를 한다고

헤어진 연인과 다시 만나게 되는것도 아니고

불합격한 시험이 합격하게 되는것도 아니고

싸운 사람이랑 다시 잘 지내게 되는것도 아님




도대체 담배나 술이 해결해주는게 없는데

왜 이런것들을 먼저 찾는지에 대한

위화감들의 정체가

뇌라는 기관이 만드는 환상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음



즉 일 끝내고나서 피는 담배맛이라거나

좋은 경치를 바라보면서 피는 담배맛이라거나

낚시하면서 피는 담배맛이라는게

결국 뇌가 만드는 환상이라는거지



그러니 금연 결심한 친구들은 저런 감성들이

그립더라도

스스로가 진정 원해서 피는건지

아니면 뇌가 만들어낸 그리움에 속아서 피는건지

잘 고민해본다면

금연하는거에 도움 되지 않을까 생각해서 끄적여봄



그래도 금연하기 너무 힘들어서

' 딱 한 대만 태우고 다시 금연하까 ' 고민하는 친구들은

이 문구를 떠올려보면 좋을 듯




' 어차피 내가 아는 맛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