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ㅈㅎ한테는 무언가 프라이드 같은게 있었다

'검은용 오더는 내가 아키에이지 최고야'

'검은용 패턴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트라이 각을 귀신같이 찾아내는 나는 레이드의 마술사!'

'내가 오더하면 동수여도 검은 용 충분히 먹을 수 있어!'
'내가 오더하면 동수여도 절대 지지 않아!'

그런데 ㅇㅈㅎ의 가슴을 꽉 채우고 있던 그 프라이드를 이니스 동대륙이 박살내 버렸다

'나는 검은용 오더, 교전 오더에 있어서 아키에이지 일인자다'

라는 오만하게도 보일 수 있는 강력한 자긍심을 마음 속에 품고 게임해 왔는데

그 자부심이 얼마 전에 아주 철저히 파괴되어 버린 것이다

왜?

이니스 동대가 인원이 더 적은데 ㅇㅈㅎ를 상대로 검은용을 먹어버렸거든

ㅇㅈㅎ가 가슴 속에 가지고 있던 일말의 자존심을 이니스 동대가 박살내 버렸거든

지금까지 자기 오더가 완벽해서 검은용을 먹었던게 아니고 공대원들이 알아서 다 해왔었다는 걸 깨달아 버렸거든

자기 오더가 적대세력에 검은용을 그냥 내다 바치는 폐급쓰레기 오더였다는 참담한 사실을 마주해 버렸거든

그 정신적 충격을 이겨내는게 과연 쉬울까?

학창시절 성적은 바닥

친구는 소수

지루한 학교 마치고 집에 돌아와 접속한 아키에이지 세상에서 서로 핥아주는 좆목라인이 그에게는 전부

성인이 되고 공익-소집해제를 거치지만 여전히 그의 인생의 포커스는 오직 아키에이지에 맞춰져 있었다

그렇게 어느덧 그의 나이는 20대 중반

동년배의 쳥년들은 대학교에서 학점따고 스펙쌓고 취업 준비를 하며, 동기선후배들과 술 마시고 여자친구와 섹스할 때도 아키에이지

오직 인생을 아키에이지에 바친 것이 그였다

그런데 그 인생 전부가 부정당해버렸다고

ㅇㅈㅎ를 지탱하던 가장 큰 대들보가 무너져버렸다고

그런데도 너희는 ㅇㅈㅎ한테 왜 지금 게임을 잘 안하냐고 뭐라고 하는거냐?

이 잔인한 새끼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