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죽는 방법치곤 운도 없다. 총기 금지 국가인 일본에서, 그것도 깡촌에서 산탄총에 맞으니까 말이다.

하늘에서 봤을 때 그렇다. 분명히 나는, 오래간만에 연차를 쓰고 고향에 내려와서 오래 못 가던 신사를 찾아갈 예정이었다. 그 신사는 원래 ＇버려졌다＇라고 보는 게 맞을 정도로 정리가 안 되던걸, 내가 정리하고 길을 냈었다. 그리고 오늘은, 예정대로 (내 기준에 맞춰서지만)1년에 몇 없는 신사 참배 날이었다.

사실 이 신사도 진짜 우연히 찾게 되었다. 어릴 적, 산에서 놀다가 길을 잃은 적이 있었다. 그때 방황하다 비가 오기 시작했고, 비를 피할 곳을 찾다가 우연히 이 신사를 맞이하게 되었다. 처음 봤을 때의 신사는 거미줄과 고서들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거미줄은 어찌저찌 나무를 꺾어서 거미줄 제거를 했고, 고서는 내가 읽을 턱이 안 되어서 고서를 들고 그때 동네에서 고고학자이자 옛 일본어를 아는 옆집 할아버지에게 갔었다. 물론 지금은 죽었다. 특이사항이라면 한때 유명한 사람인 오노다 히로 소위를 무장 해제시켰다는 점이었다. 그러니까 그 할아버지, 타니구치 요시미라는 분이다.

＂그러니까, 이런 고서를 발견했다라...＂

＂응응! 일단 이름이 없어 보이는 버려진 신사에서 가져온 건데, 읽어볼 수가 없거든!＂

＂그럼 일단 신사에 가고 읽어보자꾸나.＂

대부분은 집이 아닌 서점에 있었기에 서점 문을 닫고 신사에 가게 되었다. 난 잃어버린 후 길은 잘 모르기에 최단거리로 빠져나온 길을 이용, 신사에 도착하니 오래된 느낌이 난다는 걸 직감했다. 그리고 한번 훑어보신 요시미 할아버지는 마지막에 적혀진 시기가 에도시대라는 걸 알려 주었다. 고고학에 막판에 취미를 붙였다고 해도 에도시대 시절의 일본어를 알 리가 없는 요시미 할아버지는 에도시대 일본어를 공부하는(들어보니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고 했다. 당시에는 엄청나게 좋은 분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석사시다. 어느 형을 불렀고, 거기서 확인된 것이 이 신사의 신도 목록이었다. 그리고 얼추 해석된 것이, 이 신은 이마테즈(今手津, 히라가나로는 いまてつ라는 것 같다.) , 운의 여신으로 행운과 불운을 관장한다고 했다. 하지만 자연재해는 그녀의 관할이 아닌 듯하다. 지진으로 여러 신도가 죽고, 쓰나미라는 기록과 이게 아마 마지막 기록이란 글귀가 마지막 부분에 있는 걸로 봐선 쓰나미로 모든 신도가 죽은 듯했다. 이 뒤로 셋은 신사에 참배하였으나, 요시미 할아버지는 노사, 그 형은 노사 후 몇 달 동안은 참배하다가 석사가 유지되며 참배를 그만두었고, 이젠 나만 참배하고 있었다.

그리고, 눈앞에는 이마테즈가 있었다.

＂원망은 하지 말아줘. 이건 불운이 아니라, 행운을 위한 걸음이니까.＂

＂걸음...이요?＂

＂응. 그래서... 환생물들. 알지?＂

＂네?＂

들어보니 정황은 이러했다. 본래 본인은 황실 출신의 공주로, 수상할 정도로 운이 좋아서 백성도 안 따를 수 없었다고 한다. 농사마다 풍년이 되는데다, 복이 좋아서 일부는 정부 요직에 오는 행운까지 올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리고 사후엔 신으로 추대되어서, 정작 본인은 원하진 않았지만, 신이 되었다고 했다. 뭐 그리고 그땐 없었지만, 사람이 많이 죽은 두 대전쟁 이후로 일종의 편의가 추가되었다. 1명의 신당 1개의 세계를 배정하고, 죽은 사람 중 한 명을 간택해서 본인이 가진 세계에 두는 것. 즉 전생이었다. 그리고 전생자는 죽으면 원래 세계로 돌려놓는데, 종종 깜빡하고 전생 후 기억을 완전히 지우지 못한 일부 신 때문에 환생물이 알음알음 나온 거였다. 난 또 판타지 파생인 줄 알았는데, 신의 실수라니.

＂그래서 말인데. 내 유일한 신자거든. 200년 동안 말이야. 편하게 해주고자 하는데...＂

＂너무 편하게만 해주지 않으면 돼요. 오히려 히키코모리 되는 건 이마테즈 님도 싫어할 테잖아요.＂

＂그건 맞지. 문제는 그 세계가 좀 뭐랄까... 좋진 않아. 다른 신도 개입해있는데, 그 신이 반쯤 망쳐뒀거든.＂

＂...네? 그건 무슨...＂

그리고 처음 알게 된 것. 모든 세계는 유일신만 있는 건 아니다. 간혹 신 중에 새로이 추대된 신은 사고를 쳐서 세계를 관리하기 힘들 정도기에, 일부 연식이 오래된 신을 붙여서 한 세계에 양대 신이 존재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내가 갈 세계는 연식이 오래된 신, 하리미즈(針水, 역시 히라가나로는 はりみず라고 적힌걸 봤다.)가 매우 크게 간섭해서 반쯤 답이 없는 세계로 가게 되었다. 결국, 난 여기에서 내려가기 전에 사전 정보들을 모두 취합해서 가기로 했고, 웬만한 지식을 알게 된 뒤에 환생하게 되었다. 사실 그 사실 때문에 불안한건 떨어지지 않는다. 하리미즈는 신앙과 이기심의 신이니까.

그리고 다시 눈을 뜬 순간, 난 대리석 천장을 보면서 이유식을 먹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