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사상 최악의 날이었다.
난 내가 봐도 사실 얘들이 선호할만한 워커가 아니다.
힘없지 영어를 잘하는 편도 아니지

사실 과일농장 할때는 영어는 전혀 문제되는부분이 없었다.
따라는거 따고 따지말라는거 안따고 손질 어떻게 하는지만 배우면 되니까.
근데 돼지농장은 좀 다르더라.
특히 얘들이 오지애들만 쓰던 애들인데다 몇명 안되는 필리피노들도 완벽하게 호주영어를 구사하니
얘네 입장에서는 간단하게 말하면 다들 알아듣는건데 나한테는 자세하게 한번이상 설명을 해 줘야 하니..
나같아도 승질날 것 같다.

오늘 아침부터 여자보스가 날 갈구기 시작한다. 내 영어실력 탓이지만 얘네 발음은 좀 많이 알아먹기 힘들다.
싸가지 신참이랑 여자보스 둘이 내 앞에서 날 까고있다, 내가 오늘 아침에 단어하나를 못알아먹어서 짜증이 단단히 났나보다.
내가 못알아먹을 줄 알았나보다. 평소엔 내가 말을 잘 안하니까 애들이 내가 영어 드럽게 못하는 줄 아는듯. 
기분상하지만 얘네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속이터질까 하고 묵묵히 일만한다.
그런데 이여자 오늘 심기가 불편한지 계속 나한테 화를 낸다.
결국은 물청소를 다시 하라고 한다. 근 3주간 일할동안 쭉 이렇게 해왔었는데 이여자가 날 오늘 잡아먹으려고 작정했나보다
몸속에 돼지가 빙의를 했는지 평소에도 시끄러운데 오늘은 소리를 빽빽 지른다.
참아야지. 영어 못하는 내가 잘못이지. 하려는데 너무 지랄을 한다.
여지껏 이렇게 했다고 하니까 fuck fuck거린다.
주위 사람들도 영문을 모르는 눈치다. 참내.. 여지껏 한번도 말들어본적 없는데....
점심시간에 들어가니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히스테리를 부린다. 점심은 건너뛰고 밖에 나와서 담배한대 물었는데 눈물이 줄줄 나왔음..
하필 그때 우리회사 둘째보스가 그모습을 보고 여자보스한테 쟤 왜 울고있냐고 물어봐서 여자보스 fuck off이지랄,,
그 후에 눈물닦고 누가 이기나 해보자 다시 물청소 미친듯이 했다,.

그동안 내가 일하고 와서 힘들다는 핑계로 영어공부 소홀히 한것도 있고 디씨에서 잉여짓 한것도 있고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나 한동안 디씨질 접고 공부하련다.
오늘 그렇게 뒤집어놓고 나왔는데 내가 얼마나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그 사람들이 나중에 날 기억할 때
일은 잘 못해도 열심히 하고 노력하는 사람으로 기억해주었으면 좋겠다.
내가 다시 돌아오면 짤리거나 아니면 일이 정상궤도로 다시 돌아와서 살만하구나라고 생각하면 됨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뉴비들..
너님들이 농장을 타던 시티잡을 하던 뭘 하던간에 영어공부 열심히 하고와라
최소한 너님 하나정도는 챙길 수 있을정도의 실력은 갖추고 와..
내가 여기와서 본 제일 안타까운 사람들이 차를 사면 뭐하나. 차가 고장나서 카센터를 가도 어디가 어떻게 고장났는지도 못알아먹고
자기 차 레지하나 못하는 등등.. 병원이든 우체국이든 자기가 필요한 일상대화 만큼은 최소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봐..
한국에서 챙겨올 물건 뭐 있냐고 가끔 물어보는데 그런거 다 필요없다
머리속에 영어하나만 챙겨오면 여기서 절대 굶어죽을 일 없으니까 다들 공부좀 하고 와.

2년차뉴비 내 페북에 전번올려놔 전번 알려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