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19세기 말, 일본은 아직까지 쇼군토탈워 사무라이의 몰락을 찍고 있을때 100년뒤 원자폭탄이 떨어질 도시에서 시모세 마사치카란 사람이 태어납니다.

아버지는 총포상 비스꾸리한걸 운영하고 있어서 어려서부터 화약을 많이 만질 수 있었습니다. 애초에 그 동네 이름이 텟포오마치 였고 이름에 걸맞게 에도 시대때는 걸출한 총포 장인의 마을이었습니다.

엇쨌든 이런 집안에서 성장한 시모세는 번립대학의 화학과에 진급하게 되었습니다. 그 대학에서 교수가 이르길, 우리나라는 땅도 작고 인구수도 딸려 서양 여러 나라에 비비기 위해서는 기존과 궤를 달리하는 획기적인 화약이 필요하다 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시모세는 본격적으로 화약 연구를 하기 시적했습니다. 그가 눈독을 들인 것은 피크린산 이라는 물질이었습니다. 벤젠고리 하나에 페놀가 하나 니트로기가 셋 붙은 질소화 계수가 높은 물질이었습니다. 질소화 계수가 높다는건 곧 터질때 에너지가 엄청 발생한다는 뜻이었죠.

그러나 그 물질을 누구도 화약에 사용할 엄두를 못냈습니다. 금속과의 반응성이 상당했기 때문이죠.

(피크린산의 구조)


금속과 반응해서 얌전히 녹이나 만들면 다행이지, 이놈은 자기보다 더 반응성이 큰 염을 만들어내는게 문제였죠. 그 염에 있는 피크르산 이온을 picrate라고 합니다. 엇쨌든 이 picrate기 어떤 일을 벌일지 몰라 아무도 화약으로 쓸 엄두조차 못냈죠.

그러나, 시모세는 달랐습니다. 어차피 장약이랑 폭탄 껍데기랑 안만나게 하면 되잖아? 하고 파라핀을 먹인 석면으로 화약을 감싼 뒤 화약 사이사이 틈새를 밀랍으로 꽉 채웠습니다. 거기에 모자라 꼼꼼하게 포탄 안을 옻칠 해 금속과 피크린산이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게 했죠. 이것이 1893년의 일이었고, 시모세 화약이 탄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시모세는 당장 해군에게 이 화약을 제식으로 찍어내길 재안합니다.

안타깝게도 곧 발발한 전쟁인 청일전쟁에 즉각 활용되지는 못했습니다. 생산량이 딸렸거든요. 그러나 러일전쟁에서 대박을 터뜨립니다. 이당시 서양은 니트로셀룰로우스, 면화약을 사용했었습니다. 그러나 그 화약의 폭발력은 시모세 화약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랐습니다. 더욱이 황해 해전에서 전함의 사령탑을 깔끔하게 날려버리며 이 결전의 해전에서(흑해함대와 태평양 함대가 만나기 전이었음) 일본이 대승을 할 수 있게 해줬죠.

이때 러시아군이 사용하던 화약은 멘델레예프가 개량한 면화학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맨델레예프도 애국심이 투철한 자라 해군에서 사용할 화약을 연구하고 있었거든요.

p.s. 훗날 프랑스 영국도 비슷한 화약을 개발하나 tnt가 나오고 나서 버립니다. 그러나 석유가 모자란 일본은 울며 겨자먹기로 이 위험한 화약을 계속 썼어야 되었죠. 2차대전에서요! 그래서 가라앉은 전함을 인양할때 많이 조심해야 합니다. 대포알에 있던 피크린산이 세사 picrate를 형성할 수도 있거든요. 잘못 건드리면...펑!

p.p.s. 나중에 이 피크린산은 용도가 바뀝니다. 참호족 치료제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