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이 글을 보고 있는 너.

너무나 현실 같은 꿈을 꾸어본 적이 있나? 만약 그 꿈에서 깨어나지 못한다면? 그럴 경우 꿈속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를 어떻게 구분하겠나?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야.

이게 끝나면 돌이킬 수 없어.

파란 약을 먹으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 자넨 잠에서 깨어 일상으로 되돌아가 믿고 싶은 걸 믿으며 살면 돼.

대신 빨간 약을 먹으면,

진실의 세계, 이상한 나라에 남는다.

나는 토끼굴이 과연 어디까지 깊은지 자네에게 보여줄 걸세. 명심하게. 난 자네에게 진실만을 권했다는 걸

자 원한다면 빨간 약을 먹고 화면을 내려.

2121년. 뉴욕 브롱스에 거점을 둔 인공 두뇌를 가진 AI 슈퍼컴퓨터 Y가 지배하는 세계.

인간들은 태어나자마자 그들이 만들어낸 인공 자궁 안에 갇혀 AI의 생명 연장을 위한 에너지로 사용되고 Y에 의해 뇌세포에 프로그램을 입력 당한다.

내용은 2021년의 가상 현실. 인간들은 매트릭스의 프로그램에 따라 평생 2021년의 가상 현실을 살아간다.

프로그램 안에 있는 동안 인간의 뇌는 AI의 철저한 통제를 받는다.

인간이 보고 느끼는 것들은 항상 그들의 검색 엔진에 노출되어 있고, 인간의 기억 또한 그들에 의해 입력되고 삭제된다.

여기서 느껴지는 현실은 모두 '그들'의 필요에 의해, '그들'이 원하는 대로 조작된 것이다.

네가 하는 디시인사이드라는 사이트, 그중에서 해외야구 갤러리에서 나오는 이야기도 모두 조작된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

너는 아마 '빅 파피' 데이비드 오티즈라는 선수를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선수가 금지 약물을 했다는 사실, 어쩌면 사실이라는 의견에 대해서 한 번이라도 의심해 본 적이 있는가?

아니, 아마 너는 확증편향이라는 심리적 현상에 너 스스로를 서서히 가라앉히면서 그동안 한 선수를 조롱하고 있었을 것이다

물론 이는 네 잘못이 아니다. 다만, 지금부터 진실의 무게에 시달리는 것도 너의 몫이다.

네가 오티즈가 금지 약물을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근거는 뭐지?

그동안 해외야구 갤러리에 올라왓던 수많은 밈?

그 밈은 어디서 왔을까?

미국 현지에 올라왔던 찌라시 기사들?

그 기사는 어디서 왔을까?

2003년에 '비공개' 약물 검사를 폭로한 한 메이저리그 전 직원?

그 직원은 그걸 어떻게 알았지?

아니, 애초에 그 직원을 믿을 수 있나?

왜 갑자기 6년이나 지나서 폭로했을까?

게다가 오티즈는 2003년 이후 검사한 후속 테스트에서 한 번도 양성반응을 보인 적이 없다.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는 공식적으로 데이비드 오티즈라는 선수의 약물 검사 양성반응이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게다가 공식적 오(티즈)피셜은 해당 약물 검사에 양성 반응을 보인 이유가 금지 약물이 아닌 건강 보조제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역시 의문투성이

네 의심의 합리적인 근거를 전혀 댈 수가 없을 것이다.

네가 이러한 혼란에 빠진 지금, 하나의 설명으로 이 모든 의식의 모순이 해결된다.

"미싱 링크"

아무리 AI라도 인간은 아니다.

현실 세계를 비슷하게 조작할 수는 있어도 완벽하게 인간 세상처럼 자연스럽게, 똑같이 만들지는 못한다.

아니, 기본적으로 오티즈가 뭐가 아쉬워서 약을 했다는 말인가?

우리는 이 점을 공략한다.

우리는 이곳의 세계관 균열을 더 벌려 네 의심이 시작될 정도까지 논리적 모순을 이끌어내는 해킹 방법을 찾아내었고, 이를 실행했다.

우리가 누구냐고?

꿈에서 깨어난 자들, 이정도만 설명하겠다

가상 현실의 꿈에서 깨어난 유일한 인간들이 생존해 있는 곳.

메사추세츠.

그곳엔 AI에게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한 인간으로 알려진 P와 그와 더불어 AI에 맞서 싸우는 동료들이 있다

우리는 광케이블을 통해 가상세계에 침투하고 Y 프로그램을 응용해 인간들의 뇌 세포에 각종 데이터를 입력한다.

우리의 당면 목표는 인류를 구원할 영웅 그(The One)를 찾아 내는 것.

우리가 아는 정보에 의하면 그는 디시인사이드의 해외 야구 갤러리를 한다고 알려져 있다.

네가 '그' 인지는 우리도 모른다.

하지만 네가 이곳에 점속한 이상 적어도 조금의 가능성은 존재하는 셈이다

자, 이제 우리와 함께하려면 이 세계에서 너의 마지막 미션이자 real world에서 너의 첫번째 미션을 통과해야 한다.

세계관 균열을 받아들여라.

버거울 수 있다. 이해한다.

네가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근본적인 사고 체계와 세계관, 가깝게는 네 이웃까지 송두리째 거짓이었다는 걸 이해하는 게 쉽진 않겠지.

이해하려 하지 마라

그냥 느껴라

그냥 받아들여라

네 머릿속에서 아직도 속삭이는 "오티즈가 금지약물 복용자이다"라는 가상의 명제를 지워버려라

그렇게 지운 뒤 세상을 바라보아라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은가?

이게 진실을 믿는 자의 행복이다.

자, 따라와라. 저녁 12시 서울역 앞에서 너는 다른 세계와 마주할 것이다.

따라오겠는가

by 메사추세츠 인류저항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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