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로는 사무실에서 뛰쳐나간 서원을 쫓아 달려갔다.

"김서원. 어디갔어?"

길로는 소리쳤다.

서원에게 소리쳤다기보다는 그녀를 울리고 보내버린 자신에게 화가나 소리쳤다.

문득, 서원이 집으로 향했을 거라는 생각이 스쳤다.

회사 앞 버스정류장.

서원이 찬바람에 어깨를 잔뜩 웅크린 채

지나치는 버스들을 살피고 있었다.

그녀의 뒷모습이 오늘따라 한없이 작아보인다.

길로는 천천히 서원에게 걸어갔다. 그녀가 눈치를 챈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

작고 여린 어깨...

서원에게 가까이 갈수록 길로는 그녀가 안타까웠다.

마침 불어오는 거센 바람에 서원의 작은 어깨가 다시 한번 파르르 떨렸다.

순간, 길로는 서원을 지켜줘야한다는 충동에 사로잡혀 서원을 뒤에서 와락-(꾸악) 안았다.

"워매!뭐시여!!!"

서원이 움직일 틈도, 손 쓸 틈도 없었다.

꼼짝달싹 할 수 없이 길로에게 꽉 안긴 서원은 몇초간 간간힘을 쓰며 뿌리치려했다.

길로는 놓아주지 않았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서원의 등에 느껴지는 온기에 온 몸이 따뜻해졌다.

서원은 온 몸에 힘이 빠졌다.

그제야 길로가 제압하던 두 손을 풀었다.

둘은 말없이 마주 바라보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서로 눈빛이 오가던 둘은 누가 먼저랄것 없이 입을 열었다.

"저.."  "저기.."

다시 눈이 마주치고 엷은 미소를 지었다.

길로가 입을 열었다.

"버스.. 같이 타자."

그러면서 자신의 커다란 코트 자락 한쪽을 펼치며 서원에게 고개를 까딱거렸다.

서원은 피식- 한번 웃고는 수줍은 듯 몸을 돌려 뒷걸음질로 길로의 코트 속에 쏙-(아주 쏙) 들어갔다.

길로는 그 모습이 귀여워 웃었다.

"푸학-"

둘은 같이 웃었다.

그후로도.. 버스는 한참동안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