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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언어장벽 (스압)

배고픈멍뭉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1.21 03:39:46
조회 4123 추천 24 댓글 33
														

하하하.. 오늘도 아무도 신경 안쓸지도 모르는 뻘글 하나 올려봅니다.


어떤 분이 언어장벽에 대해서 궁금해 하셨는데..


제가 3개국어를 하면서 느낀건, 언어는 자꾸 써야 늘고 써버릇해야 유지가 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중학교 3학년 중퇴를 하고 멕시코에 가서 바닥부터 시작했을때 (알파벳도 몰랐더랬죠) 정말 부모님이 원망 스러웠습니다.


그때는 철이 없었죠..


그래도 어쨌든 학교 공부는 따라가야 되겠고, 부모님도 스페인어 못하기는 매한가지니, 정말 죽기살기로 공부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한국의 고3들 처럼 했다는 건 아닙니다.. 제 딴에 열심이었다는 거죠;; 하루에 단어 50~100개가 저한테는 그렇게 버거웠습니다.


그런데 정말 실생활에 쓰이는 단어부터 시작해서 아주 어린아이들이 배우는 단어부터 외워나가다 보니까, 점점 날이갈 수록 많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멕시코에 거주하던 한인 친구 형 누나들 중 특히 원어민 처럼 스페인어를 잘 구사하고 말이 빠르면서도 바음이 정확한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렇게 되려고 노력했고, 어느 시점에는 저도 그렇게 되어 있더군요. 한 3~4년 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어려서인지 습득이 빠른편이었죠.


그리고 군대를 가고.. 전역 후 미국행을 결심했습니다.


원래 영어에 대한 갈망이 있었고.. 영어를 잘하는게 어려서부터 꿈 이었으니까요.


미국에 막상 도착해보니 의외로 placement test, 그러니까 영어 및 수학 과학 등 기초 실력 테스트를 쳤는데 의외로 점수가 생각보다 높게 나왔습니다.


자랑은 아니지만 원래 멕시코 과학기술대학교에서도 컴공과를 다녔기 때문에 수학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영어 점수가 'ESL 필요없음'으로 나와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전 제가 영어를 좀 하는 줄 알았습니다. 착각은 자유니까.. ㅋㅋ


막상 영어 공부를 하려니 친구들을 사귀려고 무던히 노력했습니다. 다행인건, 제가 다녔던 학교가 네브레스카라는, 미국에서도 촌구석 지역이었고 midwest지방이었기 때문에


발음이 정확했고, 사람들 말이 지나치게 빠르지 않았으며, 결정적으로 주변에 한국인 친구들이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살다살다 한국인이 없는 동네는 또 처음 보았더랬죠.


그래서 몇살 어린 미국인 친구들하고 어울릴려니 영어를 써야 하는데, 얘들이 당최 제 말을 못알아 듣는 겁니다.


제 발음은.. 김치 발음도 아니고 멕시칸 발음도 아닌, 정체를 알 순 없지만 하여튼 알아들을 수는 없는 거지같은 발음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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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게 오히려 더 장벽이었습니다. 스페인어는 모르니까 그냥 듣는데로 따라하고 익혔지만, 영어는 나름대로 어떻게 발음 하는지 '알고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오히려 더 배움이 더뎠죠.


그러니까 예를 들어 이런 경우가 있었습니다.


친구가 알바 끝나고 돌아오는데, 생각보다 일찍 돌아왔길래 다른 미국인 친구들이 야 무슨일이냐 왜 이렇게 일찍 끝났어 하고 묻는데 얘가 나 오늘 일 때려쳤어 ㅆㅂ 뭐 이런 분위기 였습니다.


물론.. 듣기도 완벽하진 않았으므로 대충 분위기 + 정황 + 조금 알아들은 내용을 잘 버무려봤을때 그랬단 얘깁니다.


그래서 제가 용기내어 또 물어봤죠


"did you quit?"


근데 발음이.. 디 쥬 큇? 이랬습니다.


한국에서 quick service를 퀵 서비스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quick = 퀵 이므로 quit = 큇 이라는 생각에 그렇게 말한것이죠.


여러분들은 다들 잘 아시겠지만.. quick을 퀵으로, quit을 큇으로 발음하시면.. 아무도 못알아 듣습니다...


가뜩이나 영어라면 반 벙어리같았던 제가 용기내서 한마디 했기 때문에 다들 귀를 쫑긋 세우고 알아들어 보려고 노력하는데..


전 게속 디쥬큇? 디쥬큇??? 엄.. 라잌 유얼 좝? 큇?


........아무도 못알아 들었습니다. 삐질삐질 땀은 나고.. 에휴.....


하여튼 결과적으로 큐/유/아이/티, 큇? 이러니까 그제서야 "오~~ 쿠잇~~~" 이러면서 다들 웃더군요


영어로 그런 표현이 있습니다.. you learned it the hard way.. 전 hardest way로 qu발음을 배운 것 같네요..


뭐 어쨌든.


나이가 들은 탓인지 제 혀가 안 따라주는건지 모르겠는데


항상 전 발음이 문제였죠


듣기읽기쓰기는 잘 되는편인데... 말하기가 좀 많이 뒤떨어졌던걸로 기억합니다.


그 이후로 발음 개선을 해보려고 참 노력을 많이 해서.. 지금은 그럭저럭 합니다만


살면 살수록 후회가 되더군요..


어차피 수 많은 액센트 중 하나로 치부될 발음이라면,


차라리 그 시간에 책을 더 읽을껄.. 작문 실력을 더 키울껄.. 하는 후회말입니다.



구글 음성인식이 제 발음을 거의 완전하게 이해하게 되었을 때쯤 전 발음에 대해선 내려놨습니다.


포기라고 부르시면 그게 맞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습니다.


콜롬비아/멕시코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는데 스페인어가 좀 더디게 나오는 겁니다. 순간 제 스페인어 실력이 떨어졌다고 느낀것이죠.


그게 저한테는 너무 충격이었던게.. 저는 영어발음은 그럭저럭일지 몰라도.. 스페인어는 정말 자신있었습니다.


채팅이나 전화통화로 제가 외국인 일 거라고 맞출 수 있는 사람은 없었거든요.


스페인어 해보신 분은 알겠지만 rr 발음, j 발음만 마스터 하면 나머지는 한국인이 모방하기 편한 발음입니다. 된 발음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하여튼 그래서 히스패닉계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이번엔 스페인어를 좀 써보려고 노력했는데,


그건 금방 돌아오더군요.


그때 느낀게.. 안쓰면 자꾸 까먹고, 아는 표현도 좀 생소하고, 막 그렇게 됩니다.


자주 쓰면 유지라도 되는거죠.


이건 여담이지만.. 저같이 사춘기부터 대학시절까지를 부모님이 태어난 곳과 다른 국가에서 자란 애들을 두고 TCK, third culture kids라고 하는데, 얘네들한테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하네요.


물론 3개국어 이상하는 친구들은 다들 공감하는 내용이니까 일반적으로도 맞는 얘기라고 생각됩니다.


아무리 많은 언어를 말할 수 있다고 해도.. 밸런스는 항상 있는 것 같습니다. 노력과 자질에 따라 좀 더 뛰어날 수는 있지만 말이죠.


예를 들어 제가 원래 한국어 90 스페인어 85 정도의 실력이었다면 (퍼센트 아닙니다) 제가 이제는 한국어 90 영어 70 스페인어 80 정도의 실력으로 바뀐 것 처럼요



그리고 미국은 참 여러 민족이 모여 사는 나라라서,


각종 발음들이 많습니다.


전 개인적으로 인도 발음이 제일 어렵더군요.


어디 소비자 센터에 전화하면.. 인도 발음을 대해야 되는게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여친 HP 노트북 수리 좀 보낼려고 전화하다가 전화기 집어던져 버리고 싶을때도 있었죠


저만 못알아 듣는게 아니라.. 그 사람도 제 발음을 못 알아들으니.. 대화가 안통하는거죠.


그리고 health fair에서 봉사활동 할 때.. 인도인들을 대한적이 있는데


BMI수치가 뭔지, pre-hypertension이 뭔지, 어떻게 관리해야 되는지 이런걸 설명을 해줘야 되는데


제가 말하는건 저쪽이 잘 이해하는데.. 저쪽이 하는 질문을 제가 못알아 들으니 그게 문제였죠.


웃기는건 저랑 같이 부스에 앉아있던 친구들은 다 알아듣더란 겁니다.


그래서 그 친구들이 나서서 대답해 줬는데.. 그 때 또 좀 자괴감에 빠졌죠


환자들 대하려면 알아듣는것도 문제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영어권 국가에서 살다보면서 또 언어 장벽이라고 느꼈던게,


학술적 영어는 친근하게 다가오는데 소설책에 나오는 단어들은 또 다릅니다. 이건 정말 따로 공부해야 돼요. (어렸을때부터 미국에서 자란게 아니면요)


그리고 가장 어렵다고 느꼈던게.. poetry.


이게 진짜 kicker입니다 ㅋㅋㅋㅋㅋㅋ


시가 제일 어려웠어요 저는.


셰익스피어보다 시가 더 어려웠다면 믿으실란지 모르겠는데


이상하게 그렇게 느껴지더라구요.


잡설이 또 길어졌군요.. 글자수 제한이라도 있으면 이렇게 길게 싸지르지 않을텐데;;;


질문에 대해 제대로 된 답글이 됬는지 모르겠네요. 그만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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