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섬 필모 크오 오진 뭅조가 있었는데 기억은 하냐..




술이 덜 깬 채 담배나 빼문 윤영화는 대충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사실 별 의미는 없었다. 술에 반절쯤은 꼴아박은 제가 지금 어떤 꼴이며 이제 다음 날로 뒤바뀌기 직전인 늦은 시간이건 뭐건, 그가 택시를 불러 향할 행선지가 달라지진 않을 것이었으므로.

snc 윤영화 씨 맞으시죠? 예예. 우리 와이프가 팬이야 실물이 더 좋으시네. 아이고 감사합니다 소문 많이 내주세요. 이제 집에 들어가시나 보다. 예, 뭐. 넉살 좋게 기사님과 적당히 주거니 받거니, 차창에 술기운이 뱅글뱅글 도는 이마를 비스듬히 기대고 있어도 떠오르는 얼굴이라곤 어차피 하나였다. 집. 글쎄, 제 집이라고 할 순 없긴 한데.

비밀번호 정도야 잘 알기 때문에 윤영화는 벨을 누르는 대신 제 손으로 키를 꾹꾹 눌러 문을 열었다. 학부 시절 같이 살 때와 달라지지 않은 번호였다. 봉천동 방 두 개짜리 빌라에서 여기까지. 그때도 지금도 달라지지 않은 것은 많았다. 예를 들면 이 비밀번호, 여전히 지랄맞게 예민한 조윤의 성질머리,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뀔 때면 당연하다는 듯이 앓는 버릇. 그리고,

-뭐냐. 자다 깬 모양인지 아주 세상 짜증이 가득한 눈초리로 비척대며 걸어 나오는 저 쌀쌀맞은 얼굴을 굳이 보고서야 덜컥 안심이 되는 윤영화의 마음이란 것이 그랬다. 십년을 거뜬히 채우고도 지긋지긋하지 않은지 말이다. 윤아 오빠 왔다. 술 마시면 지 집 안 가고 꼭 여길 와서 지랄이야. 영화가 킬킬 웃으며 마른 어깰 끌어안자 윤은 대번에 으, 질색을 한다. 아랑곳 하지 않고 그새 하루가 지났다고 푸르스름하게 색이 올라온 제 턱을 어깨에 푹 기대자 어려울 것도 없이 뒤통수를 후려치는 손이 맵다. 팔팔하구만.

연말이랍시고 얼마 전 본가에 불려갔다 와선 내내 가라앉아 있던 걸 안다. 그러다 주말쯤이 지나면 저 화상은 멋대로 연락이 두절될 것이며 내버려 두면 곧 혼자 앓기 시작하리란 것, 그 정도는 이제 눈에 훤한 사이다. 왜냐면 윤영화는 조윤의 하나 뿐인 십년지기니까. 사실 정확히는 지긋지긋하게 그 십년을 어울리지도 않는 짝사랑으로 보내고 있는 중이고 말이다. 그 십년 동안 그에게 조윤이 먼저이지 않은 때란 단 한 순간도 없었다.

다음 달 개편을 앞두고 줄줄이 바쁘게 잡혀있는 회식 중간에 무리를 해서라도 기어코 빠져나와 저 얄밉게 뾰족한 얼굴을 봐야 마음이 놓이는, 취기 핑계로라도 쳐들어와 저게 또 혼자 앓진 않나 살펴야 하는 이 습관이, 이 버릇이, 그러니까 이 놈의 첫사랑이, 윤영화 본인도 새삼 착잡하기까지 했으나, 애초에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다.  

아일랜드 싱크대 위엔 영화의 손에 들려 착착 맥주 여섯팩이 차려진다. 코트를 스타일러 쪽 걸이에 걸어놓고 다른 한 손으론 어플을 켜 너 어차피 저녁도 거르고 잠이나 퍼자고 있었지 않냐며 안주거릴 고르기 시작한 윤영화를 보는 윤은 아주 화상이 따로 없다는 표정이다. 여기 감바스 너 전에 잘 먹지 않았냐? 아 니네 집 가라고. 새우 많이? 하. 파스타는 추가? 추가.












대충 이렇게 평생 지 잘난 맛에 살며 원하는 거 못 얻어 본 적 없는 윤영화가 하필 첫사랑에 순정이라 조윤 옆에선 다 맞춰주고 살아 온 십년 짝사랑의 현장을 보고 싶다..조윤 집안 사정 알아서 학식 때 둘이 같이 살기도 했고 졸업 하고 각자 일 잡히며 따로 살기 시작해 놓고 둘다 집 비번은 똑같으며 여전히 제 집처럼 들락거림서 조윤 싸고 돌며 챙기는 snc 간판앵커 윤녕화..오랜만에 군섬 다시 보니까 돌겠네 염소들 다 어디서 뭐 파냐..잘 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