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이 되고 나서 맨 처음 한 일은 에셈 사이트에 가입하는 일이였어

내가 가입했던 에셈사이트는 네이버 카페에 있었고 그 때 당시 굉장히 큰 규모였어

카페에 기압해서 가입신청을 하고, 등업 신청글을 쓰고 기다리는게 얼마나 두근거렸는지 몰라

그렇게 가입한 카페는 굉장히 신기한 곳이였어. 여러 사람들이 내가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일들을

글로 써주고 그들만의 아름다운 세계를 보여줬거든. 하지만 한 편으로는 겁이 났어

이 사람들 사이에 내가 무사히 섞여서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이 가슴 한구석에

끊임없이 들고, 이렇게나 규모가 큰 진짜 에셈 커뮤니티를 들어와본건 처음이였거든

그래서 눈팅만 하자고 결심하고 사이트를 둘러봤어. 글을 쓰지 않아도 다른 사람의 경험을

듣고 사진을 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것만으로 내 마음은 봄철 돋아나는 새싹처럼 꽉 차오르기 시작했어

그러면서 몇몇 사람의 글에 댓글도 달고, 가끔 채팅방에 들어가 채팅도 하면서 즐거운 나날들을 보냈어

그렇게 사이트를 둘러보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어느날 공지사항에 정모 글이 올라왔어

여러번 고민한 끝에 정모에 나가기로 결심하고 회비를 가슴에 꼭 품곤 정모하는 장소로 갔어

이리저리 화장하고 급하게 나가보니 원래 시간보다 30분쯤 늦게 도착했어. 호프집에 사람이 꽉

차있었고 나는 어쩔줄 몰라 입구 근처에서 서성대며 안절부절 못해댔어. 그러던 나에게 어떤 여자가

다가와서 회원님이냐고 물어봤어. 나는 그 사람에게 그렇다고 하고 내 닉네임을 말해주곤 회비를 건넜어

그리곤 떠들썩한 호프집의 변두리, 한 사람 몫의 자리가 비어있던 테이블에 나를 앉쳐두곤 떠났어

여러 사람이 나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물어봤어. 나는 얼굴을 붉히고선 그 사람들의 질문에 대답을 하곤

고개를 팍 숙이고 가만히 있었어. 몇몇 남자들이 호프집을 오고가며 나에게 관심을 보냈지만 나는 아무

생각도 안 들었어. 내 주변에서 시끌벅쩍 대는 소리의 흐름속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있으니 나 혼자만

격리된거같았어. 그렇게 고개를 푹 숙이곤 맛없는 안주를 몇 개 집어먹으며 그저 조용히 앉아있었어

그렇게 시간은 쭉 흐르고 모두들 흐트러진 자세로 음담패설을 즐기며 테이블의 안주를 거의 다 비워나갔어

나는 여전히 바보처럼 고개만 숙이고 있었고 이 자리에 온 걸 후회하고 있었고. 그런데 신기한 일이 일어났어

누가 뒤에서 내 닉네임을 부르면서 내가 맞냐고 물어보는거야. 난 무척 기쁘면서도 겁이 났어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 목소리가 되게 깔끔하다는걸 깨달았고, 동시에 내 마음속에서 원을 그리면서

계속 퍼져나가는것도 느꼈어. 푹 숙였던 고개를 들고 뒤를 돌아보자 어떤 언니가 날 내려다보고 있었어

내가 소심하게 언니가 부르는 사람이 맞다고 긍정하고 바보처럼 가만히 있자 언니는 내 손을 붙잡고

여기 좀 어지럽지? 우리 바깥에 나갈까? 라며 나를 일으켜세워줬어. 나는 잠에서 깬듯이 멍하게 언니의

손을 붙잡고 사람들의 목소리와 술잔이 부딫히는 소리로 가득찬 호프집을 빠져나와 언니를 따라 걸었어

언니는 내 손을 붙잡곤 편의점에 들어가 스무디 두 잔을 사고 밖으로 나왔어. 그리곤 근처에 있던 벤치로

데려가 나를 앉히고 스무디를 나에게 건냈어. 내가 좋아하는건데 스무디 싫어해? 아니요 좋아해요

다행이네. 정모는 처음이야? 네...  언니는 처음 보는 나에게 굉장히 친절하게 대해줬어. 그리곤 자신의

닉네임을 말해줬지만 나는 그 이름이 기억나질 않았어. 하지만 언니를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기에 아...

하고 애매한 대답을 했어. 언니는 나를 거기에 앉히곤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내 귀에는 그 이야기들이

전혀 들어오지 않았어. 그저 뚜껑을 따지도 않은채 매만지고 있던 스무디의 감촉과 언니의 목소리, 그리고

울음이 나올거같으면서도 감기걸린거같이 얼굴이 뜨거워지는 이상한 느낌만 맴돌뿐이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