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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폐급이야기다(집중)모바일에서 작성

폐급이야기(39.7) 2019.11.13 19:09:26
조회 350 추천 0 댓글 2

-4-

“저 새끼 운다... 와 씨발 좆됐다...”

이상했다. 나는 나름대로 잘 참고 있는 줄 알았다. 훈련소에 오자마자 받은 무의미한 신체검사, 중대장의 부대 소개를 듣는 동안에도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지도 않았다. 그냥 존재할 뿐이었다. 우리를 맞이했던 멧돼지 부사관이 내 부소대장이라는 걸 알았을 때도 그러려니 했다. 뭔가 제대로 알아듣지 못 했을 때 군대에서는 “예?”가 아니라 “잘못 들었습니다?” 라고 해야 한다는 규칙에 적응을 못 해 이틀 내내 연달아 혼날 때도 ‘고치면 되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 상처는 생각보다 매우 깊었던 것 같다. 특별히 서러운 일이 발생할 수 없는 훈련소 초기, 나는 소대장과 면담을 하다 집안 얘기가 나오자마자 울기 시작했다. 울음을 참을 수가 없어 눈물 콧물을 질질 흘리며 꺽꺽댔다. 지금 생각해보면 소대장도 당황했던 것 같다. 짐 풀어놓고 간단한 검사 말고는 한 일이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하지만 일단은 개인 신상을 파악하는 자리였고 훈련병이 들어오자마자 말도 못 이어나갈 정도로 울고 있으니 이야기를 듣기로 한 것 같았다. 그렇게 울기를 10여 분, 어느 정도 진정이 된 나는 소대장에게 집안 얘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입대하기 전 내 인성은 매우 미성숙했다. 누군가를 때리거나 갈취하는 그런 미성숙은 아니었다. 보수적이며 강압적인 아버지, 그 악영향을 막아주려는 어머니 사이에서 자라며 눈치를 보고, 가족들 사이에서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만 터득했다. 눈치를 보고 적당히 행동할 때 결과가 달라진다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건설적인 생각을 했을 것이다. 행동과 결과를 예측하고 그에 맞는 행동을 함으로써 배려를 좀 더 빨리 익힐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렇지 않았다. 기분 좋게 가족 여행을 갔다가도 갑자기 성질을 내며 집에 가자고 하는 사람이었다. 혼나는 것, 부부싸움, 음주 후의 행패만 예측가능했고, 그것이 매일의 결론이었다. 예측 가능한 것은 오직 불화였다. 그래서 집에 아버지가 있으면 선택지는 오로지 두 가지 뿐이었다. 아버지를 보고 용돈을 챙긴 뒤 밖으로 나가거나, 집에서 책을 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 방이 생긴 뒤엔 게임이 추가됐다. 바깥 상황을 모를 정도로 집중해버리면 적어도 그때만은 편했으니까. 어머니는 이런 나를 원망하지 않았다. 내가 나선다 해도 막을 방법이 없었으니까. 내가 어느 정도 성장하고 육체적으로 괴롭힐 수 없게 되자 아버지의 폭주는 모두 어머니가 받아내게 됐다. 내가 대학에 가는 순간까지도 아버지는 우리 집의 불가항력이었다. 그저 정도의 차이만 있었을 뿐이다.





이거 앞 뒤 얘기는
http://armylife.net
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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