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특기였지만 무자격증 무전공에 특기시험 잘 쳐야 했는데 잘 못쳐서 헌병받았다

좀 좋은 대학교 애들도 다 헌병받더라 무슨 대강당에 모여서 특기발표 하는데 강당까지 걸어가는데만 삼십분 걸렸다

강당 돌아오면서 헌병인 거 생각하니까 기분이참.. 자대라도 잘 받아야지 했는데 내 실력이 별로 안좋았다

아무리 잘해봐야 중상위권 정도 성적에 특기학교 가서도 바뀌는 거 없었다

 결국 원하는 자대 떨어지고 나서 삼지망으로 쓴 곳 가게 됐고 자대 발표 끝나고 전화할 시간 있었는데 엄마가 전화 안받더라

그래서 아빠한테 전화 걸어서 울었다. 살면서 처음으로 아빠한테 울었다  

특기학교때 남들처럼 오후에 자대 가는 줄 알았는데 아침 일찍 자대 간다고 불러서 허겁지겁 나가는 바람에

2주밖에 안있었지만 같은 생활관원들이랑 제대로 이별인사도 못했다 좋은 사람들이었는데  

 아침일찍 나갔는데도 별 지랄맞은 상황 많이 겪고 자대 도착하니까 밤이었다. 금방 얼마 안 있어서 점호하더라  

그래서 얼떨결에 바로 자기소개하고 도착한지 한시간도 안돼서 첫날은 그렇게 바로 잤음 

다음날에 주임원사실 갔더니 노란완장차라고 해서 주임원사기간이라고 하더라

주임원사기간이라고 한달정도 신병이 자대 전입와서 그 시기에 적응도 좀 하면서 사람 이름도 외우고 부대에 대해 좀 알고 그러는 기간인데

그런데 그때 초병이 조가 안나왔음 사이트인데 한번에 6명인가 제대해서 3조 6교대 돌리고 있더라

나는 주임원사기간 일주일밖에 안하고 초병으로 근무섰다  

화나는 건 이게 문제가 돼서 나 바로 아래 기수부터는 또 주임원사기간 제대로 지킴. 그래서 3조 6교대를 거의 두달을 함  

 자대온지 일주일밖에 안돼서 이병딱지 달고 근무 투입 된 사람이 뭘 알겠냐? 기본적인 일은커녕 이름도 못외움  

사실 업무가 단순해서 일주일하면 적응되는데 이름은 헷갈려서 처음에 그거 외우느라고 고생좀 했음

근데 두달동안 3조 6교대라 거의 6시간마다 근무를 서니까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는데 처음에는 이주일정도 새벽같은때에 5분정도 늦잠잘때도 있었음

당직병이 깨워줘야 하는데 당직병이 병장일때는 잘 안깨워줘. 그래서 괜히 나만 처 혼나고 그랬다

 새벽에는 그냥 아예 통행량이 없는데 이때 벽에 기대서 졸아도 불편하고 처음에 근무설때는 이 시간에 초소 밖에 나가서 별자리 보면서 생각을 많이 했는데

고등학생때 공부 잘했는데 수능 못치고 그런 거에 대한 미련도 남고 학교생활도 재미없고 맨날 동기하고 밤새도록 롤하고

좋아하던 동기는 한학기만에 반수해서 교대가버리고 정말 좋아했는데 영영 못보게 돼서 너무 아쉽고

고3때하고 대학 1년 생활만 몇시간동안 몇주 내내 생각하면서 망상에 잠기다가

나도 그냥 일단 수능 다시 한번 쳐보기로 했다 손해볼 것도 없었으니까 

 일병단지 삼개월됐을때부터 부서에 사람이 하도 없어서 내가 선임병으로 서게 되더라. 

그냥 대대장하고 휴가자 출입기록만 잘 체크하면 돼서 별로 부담이 없었다.

그래서 하나뿐인 고물컴퓨터는 후임병 휴머니스트하라고 놔두고 나는 공부했다 

처음에는 수특 영어만 보다가 어느정도 요령 생기고 나니까 손쓰면서 풀어야 하는 다른 과목 공부도 할 수 있겠더라

그래서 집중이 많이 필요한 국어빼고 수학 세계사 동아시아사 다했다. 

초병이라 그런지 몰라도 crew근무자는 아무래도 잠이 부족하다. 새벽에는 하번하고 아침안먹고 그냥 계속자기 일쑤고

다른 타임도 비슷함 또 오후1시반에 내려가서 교육받아야 하고 사실 말이 교육이지 노가리나 까면서 좀 있다 가는거긴 한데

공부하고 마음 먹었어도 처음 몇달은 근무할때만 공부하고 하번하고 나서는 공부 안하고 사지방가고 산만했음

근데 아무리 군대에서 수능공부하겠다고 마음 먹어도 휴가때는 공부 안하더라 

 사이트 헌병은 초병 아니면 기동타격조인데 상병달고 나서 기타조 보내달라고 해서 기타조 가기로 했음

기타조가 좋은 게 초병처럼 하루이틀단위로 불규칙하게 근무는 안해서 그나마 수면패턴은 보장됨 줄곧 앉아있어서 공부하기도 훨씬 편하고

사이트니까 당연히 상황발생할 일도 없고 순찰 한번만 돌고 그러면 끝임 나는 기타조가 압도적으로 좋아보이는데

아무래도 계속 앉아있어야 해서 초병이 좋다고 초병하는 사람도 많더라  

일과중에는 헌병반있다가 저녁부터 아침까지는 상황실에 있는데 

여기서 공부하면 되게 편하다. 당직사관도 한번씩 cctv보라고나 뭐라하지 

상황병도 한명뿐인데 여기서 상부상조하는 관계임 새벽되면 다 자기때문에 공부하기 되게 좋다. 비문학도 읽을 수 있을만큼 집중 잘됐다. 

그래서 야간에 23시부터 07시까지 새벽조일때는 공부 뿌듯하게 하고 기분좋게 아침먹으러 가고 

일부러 야간 싫어하는 애한테 내가 한주 더한다고 하고 바꾸기도 하고 그랬다 

돌이켜 보면 상병일때가 기분 제일 좋았다.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고 꼰대들 다 전역하고 계획대로 잘 풀리고  

 돌아보면 수능 200일 전부터는 거의 상번 중 공부 - 하번 후 독서실에서 30분 다음 계획 작성한 후 취침 - 깨서 다시 독서실 가서 공부 3시간 - 상번 중 공부 

이렇게 반복하다보니 하루에 10~12시간정도 함 병장때는 휴가를 계속 쪼개서 밥먹듯이 나가서 별로 군대에서 추억보다는 사회에서 기억들이 더 많이 남

병장되고나서는 근기수들 중에 후임한테 신고당하는 애들도 나옴. 그래서 뭐 잘못해도 터치하지 않고 후임한테는 무관심한게 최고인 듯

그럴 애가 아닌데 신고당하는 애들도 있어서 결국 무관심한게 누구한테 미움받을 일도 없고 

9월에 휴가나가서 고등학교선생님 양해받아서 현역들하고 같이 평가원 모의고사도 쳐보고 성적도 잘 나오더라 

 수능치러 가니까 3년 전 생각도 나고 괜히 우울해지더라 그때는 부모님 차에서 영어듣기 들으면서 수능장 갔는데

독해 2개밖에 안틀렸는데 듣기에서 3개나 틀렸음 그래서 그날은 mp3로 듣기한다고 오버 안하고 차분하게 과목치기 전마다 페레로로쉐 먹으면서 시험쳤다 

어차피 군인이라는 생각드니까 시간적으로 손해보는 것도 없고 긴장도 없더라. 수학 끝나고 답맞춰보는 애들이 진짜로 있길래 그게 좀 빡치긴 했는데

 나중에 성적확인하니까 되게 높게 나옴. 고등학생때는 경찰대 가고 싶었는데 그때 이렇게 열심히 했다면 경찰대 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오히려 군대라는 조건속에서 어찌보면 짐같은 거 생각없이 공부할 수 있어서 더 잘 나왔던 것 같기도 하고 

말년휴가 나가서 교수님 만나서 이제 학교 그만둔다고 인사했다. 교수님이 바나나라떼 사주시면서 2년전에 신입생일때 마실 거 시켜준다 해서 남들 다 아메리카노 시키는데 나만 바나나라떼 말해서 눈치없이 굴었던 거 얘기하시면서 한시간동안 웃으면서 얘기했다  

 군생활하면서 잊지 못할 기억이 몇개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특기발표하던 날이다. 원래 시험 못쳐서 안좋은 거 받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유류보급 이런 거 걸릴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그래서 그날 정말 무거운 발걸음으로 지새웠던 기억도 나고 자대가서 조 안나오고 수면패턴때문에 개고생하고 초기에 선임들 꼰대짓 하던 거 생각하면 아직도 빡치는데 그래도 돌이켜보면 뭔가 이뤄내서 정말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