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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노잼주의) 잠이 안와서 주저리주저리 (내일 입대하시는 분들께)

833기화이팅(116.255) 2021.12.06 01:06:49
조회 5063 추천 40 댓글 18
														

안녕하세요 공갤 전우님들


자려다가 문득 생각나서 몇년만에 공갤에 들어와봤는데 몇 시간 뒤면 833기 여러분들이 입대하시더군요

수많은 생각에 잠 못드시는 분도 계실거고, 그냥 무덤덤히 입대를 맞이하는 분들도 계실겁니다.

돌이켜보니 저는 전자였던거 같네요. 입대전까지 매일같이 마시고 즐기는 바람에 입대 당시 몸무게가 0.1톤까지 쪘었거든요.

과연 이 육중한 몸으로 제대로 훈련이나 받을수 있을지, 동기들에게 민폐만 되는건 아닌지, 살아서 진주에서 돌아올 수 있을지...


솔직히 훈련소가 안힘들었다면 거짓말이겠지요

진짜 그냥 아무생각 없이, 이왕 시작한거 2년 잘 살다오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러니까 어떻게든 시간은 흘러흘러 가더군요

(아 근데 진짜 4대대는 지금 생각해도 선 씨게 넘었음)


많이들 들어보셨겠지만 군대에서는 딱 중간만 가라는 명언이 있습니다.

저도 익히 들어 알고 있었고, 또 그렇게 할까도 고민했었습니다.

이 말이 맞는지 아닌지는 각자의 부대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만, 저는 무조건 맞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열심히 하면 할수록 누군가에게 반드시 인정을 받게되고 그에 따른 보상이 주어진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한가지 에피소드를 예로 들자면, 제가 상병을 갓 달았을 무렵에 부대에서 ore를 했었는데,

마침 청주에서 공본 주최 지휘관 회의가 열려서 3일간 출장배차가 나왔습니다.

당시 수많은 선임들이 있었으나 배차반장님의 명으로 제가 출장을 가게 되었습니다.

다른 선후임 동기들은 모두 단독군장에 총 들고 방독면 쓰고 부리나케 뛰어다니는 와중에, 혼자 가벼운 옷차림으로 검은 크루즈를 몰고 유유히 부대를 빠져나가던 그 오묘하고 짜릿한 기분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렇게 난생 처음으로 가본 초정온천에서 온천욕도 하고 오리백숙도 먹고 다른 자대의 운전병들이랑도 만나 밤늦게까지 노가리도 까면서 아주 꿀같은 3일을 보내고 왔습니다. 비슷한 일들이 군생활을 하면서 꽤 많이 있었고, 여행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매일매일이, 내일은 또 어디로 떠날까 기대되는 하루의 연속이었습니다. 쓰다보니 우연히 제 성향과 보직이 잘 맞았던 것도 있었던 것 같네요


물론 처음부터 군생활이 이렇게 편했던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일병때는 쪼그려 앉아 화장실 바닥을 구석구석 열심히 닦다가, 너무 열중한 나머지 일어나면서 철제 휴지걸이에 머리가 찍혀 항의대대에서 몇 바늘을 꿰메기도 했고, 한여름 뙤약볕에 제초기를 메고 하루종일 풀을 벤적도 있습니다. 그 때 땀이 얼마나 났는지 전투복이 새하얗게 변했더군요. 또 분리수거장에서 맡았던, 선임들이 먹고 남은 싸제음식들이 썩는 냄새와 구더기가 가득한 비주얼은 지금 생각해도 토가 쏠릴 정도네요 ㅠㅠ


제가 병꺽정도 됐을 무렵에 배차반장님께서 다른 부대로 전출을 가시게 되셨습니다. 가시기 전날 저를 따로 배차실로 부르시더니

"전역하는 날까지 운전 조심하고 몸 건강히 집에 가라, 믿고 떠난다" 고 말씀해주셨는데

제가 자대에 처음 왔을때부터 매일같이 뵈어왔고, 또 저뿐만 아니라 운전병들의 편의를 각별히 챙겨주셨던 분이라 평소 무뚝뚝한 제가 다 울컥 하더군요


나중에 후임 배차병에게 들은 바로는, 여름날 혼자 세차장에서 육수 뻘뻘 흘려가며 차 구석구석을 닦고 쓸고 있는걸 눈여겨 보셨다고 합니다.

근데 사실은 이게 자의반 타의반이었던 것이, 당시 고참중 한 명이 차 청소상태에 상당히 예민해서 세차 및 청소가 제대로 안 돼있으면 그날은 2생으로 집합이 걸리고 내리갈굼이 시작되기 때문이었죠 물론 집합해도 dp에 나오는 것처럼 맞거나 ㅆ욕을 먹지는 않았습니다만

(만약 그랬다면 만창직행입니다 그냥 선임들 우글우글한 생활관에 들어가는거 자체가 불편하고 짜증났을 뿐...ㅎ)


아무튼, 밤에 잠이 안와서 두서없이 추억팔이 좀 해봤는데, 저는 다행히 군대에서 좋았던 기억들이 대부분인것 같습니다

한 가지 주제넘는 조언을 드리자면, 정말 마음먹기 나름입니다

누구나 강제로 끌려오는 곳이 군대라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사는 작은 사회이고 소소한 행복을 느낄 여지는 분명 있습니다.

그 행복을 찾기 위해서는 군생활을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겠지요.


그 태도 별거 없습니다. 이 또한 언젠가는 지나가니,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주어진 일만 책임감 있게 완수하시길

그러다 보면 언젠가 빛을 볼겁니다

저같이 뚱뚱하고 게으르고 매사 비관적이었던 사람도 군생활 잘 했고 잘 먹고 잘 살고 있습니다


833기 여러분들의 건승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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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 요약: 난 전역했다 수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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