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잔 이 바이알 6개는 다들 익숙하겠지?

말 안해도 다 안다!

아무튼 위린이 오브 위린이인 나는 이만큼 경험치 쌓을 좋은 기회가 어디 있겠나하고

제발 알라키 10cs만이라도 들어있으면 소원이 없겠다 싶었지만 역시나 FAIL

그래도 6종류 다 한번도 안 마셔본 녀석들이라 기분은 좋았는데, 이게 왠걸

갠적으로 피트는 진짜진짜 싫어해서...

칵테일바에서 알바하다가 맛본 탈리스커, 라프로익은 아까워서 꾸역꾸역 억지로 마셨었고,

조니워커 라인에서 느껴지는 피트는 물론

글렌피딕15에서 느껴지는 아주아주 섬세한 피트도 고개를 절레절레할 정도로

스모키와 피트를 정말정말정말 극혐하던 나로선

매우 난감한 라인업이었어... 피트가 이렇게나 많이...후

그래서 이번 기회에 한번 극복해보자 하는 마음에

난생 처음 피트 위스키로 시음기를 써본다!

# 참고로 경험치 ㅈㄴ 적은 위린이인데다가

피트랑 스모키가 불호인 사람이라

테이스팅노트가 조금 이상할 순 있으니

참고해줘~

- 향 : 아주 찌인한 훈연향 이외의 향은 잘 못 느끼겠지만 값싼 블렌디드 위스키에서 나는 스모키한 향과는 확연히 다른, 훨씬 정제되고 쨍한 연기의 향이 난다. 가죽 향도 은은하게 깔려있음. 향은 살짝 달달함이 가미된 전형적인 피트 위스키의 훈제+탄 향.

- 맛 : 첫 맛은 의외로 달달하고 과일스러운 맛도 난다. 내가 생각했던 피트랑 조금 다른데? 이어서 바로 들어오는 훈제맛과 탄맛, 소독약스러운 느낌까지는 완벽한 피트 위스키. 그런데 첫 맛이 굉장히 달콤상큼꾸덕해서 놀랐다. 입에 조금 더 머금으면 '훈제'맛보다는 '탄' 맛이 많이 나는데, 피트를 싫어하는 나에게는 오히려 탄맛이 더 거부감이 덜한 것은 무엇...? 여기서 말하는 탄맛은 모닥불 다 피우고 난 다음에 남은 재를 입안에 머금는 듯한 느낌? 잘 태운 나무의 맛이라고 할까. 결론적으론 일반적인 피트와는 확연히 다른 듯한 달콤함이 주를 이루는 맛의 스펙트럼. 꽤나 만족스러웠다.

- 피니시 : 여운이 상당히 길게 남는다. 역시나 가장 강한 느낌은 훈제훈제훈제인데 평범한 버번을 마셨을 때의 토피스러운 느낌이나 쉐리 위스키를 마셨을 때의 꼬릿한 포도향도 차례로 스쳐지나간다... 신기한 위스키

근데 마실수록 맛있다... 뭐지...취하는건가..

안그래도 다들 피트 싫어한다고 하면 좀 비싼거 마셔보면 생각 바뀔거라던데.. 진짜였나..?

라고 생각하다가

다 마신 잔에 코박고 향 맡아봤는데 스모크 향 훅 들어와서 기침함...

결론: 역시 피트는 아직 어렵다... 하지만 이 정도로 달달하고 땡기는 피트는 처음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