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늦여름쯤 지방 모 바에서 혼자 위슦기 마시고 있었는데 옆자리에 장발 오타쿠같은 행색의 손님이 자기 친구랑 같이 들어옴.


속으로 오우 바에 술마시러 오는데 왜케 후줄근하게 하고 왔댜 생각하고 있는데 둘이서 하는 얘기가 들렸음. "...야발란이 오쩌구 저쩌구..." "봄베이가 어쩌구 저쩌구..." 여기까지 듣고 이새끼들 주붕이인걸 알아챘음.

나는 독립병입 아일라 싱몰을 마시고 있었는데 갑자기 나한테 그거 어떠냐고 묻길래 하하 예 오늘 처음 먹어본건데 맛있네요 했더만 걔도 같은걸로 한잔 주문하더라고.

그리고 뭐 자기 칵테일을 주문하는데 원래 레시피에 버번이 들어가는 칵테일이었던 모양임. 근데 사장님이 조니워커 블랙으로 조주하고계신거. 그거 보고 그 장발 주붕이가 자기는 뫄뫄 주문했는데 왜 버번이 아니라 스카치가 들어가냐 하기에 사장님이 이건 우리 가게 스타일로 재해석한 레시피다. 한번 드셔보시는게 어떠냐. 하니까 아니라고 나는 버번으로 해달라고 장발 주붕이가 말함. 그러면서 자꾸 자기가 엄청 술 잘 아는것처럼 사족을 붙여서 되게 꼴불견이라 생각했는데 사장님도 빡치셨는지 캐런잔 두개를 꺼내서 두 잔에 호박색 위스키 하프온즈 정도 따라서 줌
서비스로 주는건데 둘중 하나는 버번이고 하나는 스카치인데 맞출수 있겠냐고 하니까 코웃음치며 당연하다고 하고 코를 찡긋 하더니 두 잔의 향을 맡고 한잔 입에 굴린뒤 물마시고 다음 잔을 마심.
자신있게 오른쪽이 스카치다 라고 사장님한테 캐런잔을 내밀었는데 그 잔에 있던건 짐빔 블랙이었고 반대쪽에 따른건 벨즈였음.

어우 가관이구만 생각하면서 나는 계산하고 바를 나왔고 다음날 주갤에 '~~바 후기' 올라왔는데 지가 술 뭐 먹었는지 역시 ~~바 좋다 이런 내용만 있고 망신당한 얘기는 안써있었음.

당시에는 저격같은걸로 보일까봐 갤애 썰 안풀었는데 지금은 뭐 오래 지난 일이니까 얘기 꺼내봄 ㅇㅇ